'독전2' 조진웅이 맡는 형사 캐릭터가 유독 진중한 카리스마 넘치는 이유[TEN인터뷰]
[텐아시아=이하늘 기자]
조진웅이라는 배우를 떠올려보면, 유독 진중한 카리스마가 풍겨오는 느낌이다. 분명 푸근한 인상이지만 보면 볼수록 날카롭다는 생각을 지우기가 힘들다. '독전1'(2018)에서 맡았던 형사 조원호도 그랬다. 이선생의 실체를 쫓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조원호는 무언가에 사로잡힌 듯 한없이 앞으로만 내달린다.
2018년 520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했던 '독전1'의 미드퀄 '독전2'가 2023년 돌아왔다. 용산역에서의 지독한 혈투와 노르웨이 사이의 처절한 움직임을 담아낸 '독전2'에서 배우 조진웅은 다시 한번 집념이 가득한 형사 조원호를 보여준다. 어쩌면 조진웅의 필모그래피에 유독 형사 역할이 많은 이유 역시 그가 맡은 형사는 어딘가 남다르기 때문은 아닐까.
'독전2'는 일반적인 형태의 시리즈가 아니라 '독전1'(2018)의 용산역과 노르웨이 혈투 사이의 이야기를 담은 일명 미드퀄이다. 흔히 영화의 전사를 다룬 프리퀄(prequel)이나 작중 시간대 이후를 다루는 시퀄(Sequel)이 아닌 전작이 다루고 있는 시간대 중간에 일어났던 일을 다룬 미드퀄(Midquel)을 선택한 것이다. '독전2'가 제작된 전후 상황에 대해 조진웅은 "처음에는 전혀 몰랐다. '독전2'가 된다고 해서 여기까지('독전1'까지만) 하고 싶다고 했었다. 하지만 제작사 대표님의 이야기가 있었다. '네가 안 하면 집필할 이유가 없지'라고 하더라. 그 이후의 이야기가 될 줄 알았는데 그사이의 이야기더라. 오두막에서 풀지 못했던 원호의 감정이 정리되어서 결말로 가면서 더욱 찐득해졌다는 느낌이었다"라고 제작 비하인드를 밝혔다.
노르웨이의 하얀 설원을 배경으로, 오두막에서 서영락(류준열)과 조원호(조진웅)이 서로에게 총을 겨누며 탕-하는 소리와 함께 막을 내린 '독전1'과 달리 '독전2'는 이선생의 존재가 직접적으로 드러나며 닫힌 엔딩을 만들어낸다. '독전2'에 참여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에 대해 조진웅은 "결정적으로 원호에 대한 깊이 있는 호흡들을 더 끌어내 보고 싶었다. '독전2'가 액션이고 스타일리시하기는 하지만 그보다 이전에 많은 질문을 던지게 하는 것 같다. '다 끝나고 난 뭘 해야 하지. 어디로 가야 하지'라는 생각들이 들었다. 최소한 원호는 이런 카테고리에서 해방은 되었겠다는 생각이었다"라고 말했다.
'독전2'에서 표현한 조원호 캐릭터는 '독전1'과 어떤 점에서 다른 부분이 있느냐고 묻자 "1편에서 원호가 바로 노르웨이로 가지 않나. '독전2'에서는 락한테 갈 때까지의 푸석함이 과연 어느 정도일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조원호 캐릭터는 마른 장작이라고 생각했다. 먼지가 나고 푸석한. 그렇기에 불씨 하나만 있어도 활활 타버리는 캐릭터인 것 같았다. '독전2'에서는 좀 더 푸석하게 갈 수 있던 것 같다. 그런 재미도 있었다"라고 소개했다.
이어 "본인 스스로에게 가장 불친절한 사람이고 가장 관대하지 않았던 사람이다. '그런 강박이 과연 무엇 때문이었는지'에 대해 생각했다. 마약 수사팀으로 일하며 당연한 의무감도 있고 신조도 있을 텐데. 보통 우리네의 삶은 이선생이 잡히니 그만두겠지만, 원호는 거의 끝을 달려간다"라고 캐릭터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새로이 촬영에 들어가면서 전편에서 빌런 진하림으로 활약했던 故 김주혁의 생각도 많이 났다는 조진웅은 "'독전1'를 촬영 도중에 돌아가셨다. 소식을 듣고 촬영을 할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다. 장례식도 가고 1주기에 '독전'팀들이 산소도 찾아갔다. 너무 그렇다. 갑자기 그렇게. 마지막 촬영을 마치고 1주일 전에 돌아가셨다. '연기가 너무 재밌다'고 하셨었다. 그전에 '공조'라는 영화로 청룡영화제에서 연기상을 받으셨는데, 본인이 연기를 즐길 수 있을 것 같다고 들뜨면서 행복하게 작업을 하셨다. 지금도 생각하면 황당하고 먹먹함이 지금도 있다. 여운이 많이 남는다"라고 안타까워했다.
'독전2'는 전편보다 더욱 화려해진 액션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기도 했다. 이에 조진웅은 자신보다 배우 한효주는 액션에 대해 언급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효주 배우의 경우, 다이어트도 해야 하고 살만 빼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근육도 만들어야 하지 않나. 울면서 운동을 했다는 말처럼. 배우가 온전히 자신과 싸움을 하는 것인데 고생한 만큼 잘 나온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푸석푸석한 피부와 까끌까끌한 머리카락 등으로 외적으로 완벽 변신한 배우 한효주를 보고 어땠느냐는 질문에 조진웅은 솔직하게 답변했다. 조진웅은 "현장 의자에 다리를 쩍벌로 앉아 있어서 '누구지?' 라고 생각했다. '선배님 저 효주예요'라고 하더라. 어떤 파티에 갔는데, 한효주가 또 연예인처럼 보이더라(웃음) 사실 배우가 의상과 분장을 하면, 연기를 할 때 굉장히 많은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분장과 의상은 캐릭터로 가는 가장 숭고한 마지막 단계라고 사전에 나와 있기도 하다"라고 답했다.
전편과 가장 차별화를 지닌 지점은 뭐니 뭐니 해도 서영락 역의 배우 류준열이 오승훈으로 대체되었다는 것. '독전1'과 '독전2'를 비교하며 류준열의 락과 오승훈의 락의 다른 매력이 무엇인지 묻자 조진웅은 "다른 매력보다는 스크립터에 쓰여있는 인물이기에 다르다고 생각 안 한다. '독전2'는 락에 대한 서사를 풀어가는 이야기다. 오승훈 배우는 본인 스스로 그 무게를 해결해야 하지 않나. 따로 조언을 주지는 않았는데 본인이 그 캐릭터를 잘 만들어야 믿지 않겠냐. 달리 이야기하면 '알아서 해'였다"라고 말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2018년 극장 개봉해 520만 관객을 모았던 '독전1'과 달리 '독전2'는 지난 17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됐다. 스크린에서 영화가 상영되지 않아서 아쉽지는 않냐는 질문에 조진웅은 "미리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시대의 흐름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이다. 그러나 대표님께 간곡히 부탁드리기는 했다. 시사회라도 하면 어떻겠냐고. 넷플릭스와 잘 협조해서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서 공개됐다. 기분이 엄청 좋더라. 어떤 플랫폼이 되었든 영화를 선보일 수 있는 것이 기쁜 일이다"라고 소감을 언급했다.
평소 스트리밍 콘텐츠도 열심히 즐겨본다고 답하기도 한 조진웅. 그는 "'마스크걸'을 인상 깊게 봤다. '발레리나'도 지금 나보고 하라고 하면 뼈가 다 부러져서 죽겠다고 생각했다. 영화 장르를 굳이 골라서 보지는 않는다. 처음에 영화에 입문하면 다채로운 장르를 보다가 다른 것들을 하다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게 되는 것 같다. SF 판타지를 좋아한다. 내용은 성장 드라마 같은. 요새는 취향이 살짝씩 바뀌는 것 같다"라고 답변했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돌아보면, 유난히 경찰, 형사 역이 많은 것을 확인해볼 수 있다. 드라마 '시그널', 영화 '경관의 피', '독전', '강적' 등에 이르기까지. 형사 역할이 유독 잘 어울리는 배우인 조진웅은 해당 캐릭터를 맡는 이유를 밝혔다. 그는 "원래 조폭하고 형사가 이야깃거리가 많다. 시즌마다 나온다. 보통 일반 사람들은 범접하기가 힘들지 않나. 영화 '강적'을 준비할 때, 서대문 경찰서의 이대우 경장님과 함께했다. 형사들의 삶을 배우는 거다. 그날 있었던 일을 조합하면 어마어마한 일이 많다. 남자 배우들보다 저세상 꽃미남이 아니고서는 한번씩은 형사 역을 하는 것이 수순인 것 같다"라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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