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2연패 홍명보 감독 "카리스마요? 저는 섬세한 남자랍니다"
"내년 울산은 스피드업으로 더 강해질 것…내부 경쟁은 더 뜨겁게"
(울산=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좋은 선수들을 데리고 우승하는 게 쉬워 보이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항상 겸손한 마음으로 이해와 설득에 주력했습니다."
프로축구 하나원큐 K리그1 2023 '챔피언' 울산 현대의 홍명보(54) 감독을 이야기할 때 팬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단어는 '카리스마'다.
다른 사람을 매료시키고, 영향을 끼친다는 좋은 뜻의 단어지만 한편으로는 차갑고 정이 없는 느낌을 동반하기도 한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태극전사의 '캡틴'으로 4강 신화의 선봉에 섰을 때도 홍 감독은 큰 표정 변화 없이 팬들 앞에 섰다.
오죽했으면 당시 인터넷에선 분노, 놀람, 기쁨, 슬픔 등 24가지의 표정이 모두 똑같은 사진으로 연출된 홍 감독의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때부터 홍 감독의 '카리스마'는 차가운 느낌을 동반했다.
21일 오후 울산시 동구에 자리 잡은 울산 현대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홍명보 감독은 차가운 느낌의 '카리스마' 대신 따뜻한 웃음이 넘치는 정겨운 모습이었다. 말 그대로 '승자의 여유'였다.
홍 감독이 지휘하는 울산은 지난달 29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대구FC와 하나원큐 K리그1 2023 파이널A 35라운드 홈경기에서 2-0으로 승리하며 정규리그 3경기를 남기고 '조기 우승'을 확정했다.
지난해 홍 감독의 지휘 아래 17년 만에 K리그1 정상에 올라 '명가의 자존심'을 되찾은 울산은 창단 이후 첫 정규리그 2연패를 달성하며 통산 우승 횟수를 4회(1996·2005·2022·2023년)로 늘렸다.
더불어 홍 감독은 역대 K리그 사령탑 중 6번째로 '정규리그 2연패'를 지휘하며 명실공히 '명장'의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저도 섬세한 남자랍니다…카리스마 대신 이해와 설득이 우선!"
홍 감독은 '자신만의 리더십'에 대해 "대중이 일반적으로 저를 볼 때 '카리스마'를 먼저 이야기하는 데, 결코 저의 장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저는 카리스마 이전에 섬세함을 가진 남자"라며 손사래를 쳤다.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경기 당시 라커룸에서 부진한 선수들을 향해 '이게 팀이야!'라며 혼내는 장면이 유행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홍 감독은 "언론에 자주 비치는 게 선수들을 혼내는 장면이다. 하지만 혼내기 전에 선수들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려고 노력한다. 그런 장면은 재미없는지 언론에 나오지 않는다"라고 웃음을 지었다.
그러면서 선수들이 카리스마에 눌려 무조건 고개를 숙이고 들어오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홍 감독은 "울산 선수들의 기량은 높은 수준이다. 그런 선수들에게 감독의 생각을 일방적으로 강요할 수는 없다"라며 "설득과 이해가 먼저다. 전술 역시 마찬가지다. 내 생각에 '될 것 같다'고 해서 운동장에서 그대로만 할 수는 없다. 그러면 생각이 맞지 않은 선수들이 움직이지 않을 수 있다. 이해와 설득이 꼭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2연패 감독의 숨은 애환…"동기부여가 제일 어려웠어요"
2020년 12월 울산의 지휘봉을 잡은 홍 감독은 이듬해 K리그1 준우승에 이어 지난해 17년 만에 울산의 K리그 우승을 지휘하더니, 올해에는 정규리그 3경기를 남기고 2연패에 성공하는 영광을 맛봤다.
홍 감독은 "작년에는 17년 만에 우승해서 그랬는지 올해는 감동이 조금 덜 했다. 그래도 올해는 홈에서 우승해서 분위기가 더 좋았다"라며 "올해 무엇보다 선수들의 동기부여를 끌어내는 게 어려웠다"고 돌아봤다.
울산은 올해 상반기 연승을 이어가며 분위기가 좋았지만, 선수들의 'SNS 인종차별 사건' 등 부정적인 일들이 벌어지며 경기력이 크게 떨어지는 위기를 맞았다.
홍 감독은 "SNS 사건 등 불필요한 이슈가 팀을 힘들게 했다"라며 "그래도 지난해 우승 경험을 바탕으로 '부정적인 전환점' 상황에서 어떻게 팀을 이끌어야 하는지 공부가 돼 있던 게 다행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시즌 막판 전북 현대와 포항 스틸러스 경기가 분위기를 바꾸는 전환점이 됐다. 스리백 전술로 바꿔서 져서는 안 되는 경기에서 승점을 따낸 게 우승의 동력이 됐다. 후반기 들어서 '겸손하지 않으면 많은 것을 잃는다'는 점을 더 많이 느꼈다"고 설명했다.
홍명보 감독은 명장일까?…"팀에 맞는 리더십이 중요합니다"
K리그 40년 역사에서 정규리그 2연패를 달성한 지도자는 홍 감독을 포함해 6명뿐이다. 이 정도면 '명장'이라는 칭호를 받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홍 감독에게는 아직 '부족하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홍 감독은 '좋은 선수를 데리고 우승 못 하는 게 더 어렵지 않나'라는 일부의 비아냥(?)에 대해 "팀에 좋은 선수가 많으면 좋은 점은 훈련이 수월하다는 점뿐이다"라고 다소 강하게 받아쳤다.
그는 "공격도 잘하고, 골 기회도 많고…. 그런 점이 수월하지만, 그것이 꼭 승리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라며 "울산 지휘봉을 잡고 선수들의 응집력 발휘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선수들에게 아무 얘기하지 않아도 좋은 플레이를 할 수도 있지만 그러면 '개인의 팀'이 된다. 공통의 목표를 주고, 그것을 바탕으로 팀이 한 단계 더 발전하기는 어려운 과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울산 현대'의 캐릭터에 맞는 리더십이 중요했다. 선수들을 질책하는 방법과 선수들의 반응을 지켜보는 것도 어려운 과정이다. 좋은 선수를 데리고 우승하는 게 쉬운 일만은 아니다. 여러 가지 형태의 리더십을 통해 2연패를 이끌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국가대표급 스타 선수의 태도가 좋지 않았을 때 그것을 지적하지 않고 넘어가면 나머지 선수들로부터 신뢰를 잃게 된다"라며 "선수 하나를 얻으려고 나머지 선수를 잃을 수는 없다. 선수들과 신뢰를 쌓는 게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24년 울산 현대의 축구는 어떻게 바뀔까…"스피드업 & 3연패 달성"
울산의 최대 약점은 '역습 방어 능력'으로 손꼽힌다. 공격적인 축구를 펼치다가도 상대의 역습에 허망하게 무너지는 모습이 자주 노출돼서다.
홍 감독은 "2021년 처음 팀을 이끌 때 '볼 소유' 개념을 많이 강조했다. 그 부분이 좋아졌지만 상대적으로 상대의 역습을 대처하는 능력이 부족했다"라며 "후방 빌드업을 할 때 좋지 않은 패스의 빈도가 올해는 많이 개선됐다"라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홍 감독은 2024년 시즌에는 '빠른 축구'를 들고나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볼 소유도 좋아졌고, 역습 대처 능력도 나아진 만큼 빠른 축구를 통해 더 강해져야만 한다"라며 "가장 효과적인 역습 차단 전술을 가동하고, 이를 보충하기 위해 수비형 미드필더를 영입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부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게 중요하다. 선수들이 안주하지 않는 상황을 만들어줘야 한다"라며 "결국 선발은 11명이 맡는다. 벤치에서 대기하는 선수들이 경쟁심을 잃지 않는 자세를 끌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우리의 목표는 항상 우승이다. 이미 K리그에서 3연패를 달성한 팀도 있지만 내년에 울산이 꼭 3연패를 이뤄내겠다"고 포부를 다졌다.
horn9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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