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혹한기 위기 기업 M&A하라”… VC, 바이아웃 펀드 조성 속도
자금 조달에 어려움 겪는 스타트업 대상
정부, M&A 벤처펀드 규제 완화도 영향
미국·영국 등에선 VC 바이아웃 활성화
잠재력이 있는 스타트업을 발굴해 조기 투자하는 사업 모델을 갖춘 벤처캐피털(VC)들이 중소·중견기업 인수·합병(M&A)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등에서 M&A를 전담하는 인력을 영입하는 것을 넘어 아예 프라이빗에쿼티(PE) 사업 부문을 별도 구축하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로 국내 벤처 투자 시장에 한파가 몰아치고 있는 데 따른 사업 다각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벤처투자촉진법 개정으로 VC의 M&A 진출 길이 넓어졌다. 기업을 사들인 뒤 되팔아 차익을 얻는 ‘바이아웃’ 운용 VC가 점점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중견 VC인 컴퍼니케이는 최근 중소·중견기업 인수합병을 위한 바이아웃 펀드 조성에 착수했다. 컴퍼니케이는 지난해 하반기 이미 변준영 부사장을 축으로 PE 본부를 신설, PEF 운용사 출신 박준규 상무를 영입하기도 했다.
창업투자회사인 VC 컴퍼니케이가 바이아웃 펀드 조성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벤처펀드를 통해 기업당 수십억원의 투자를 집행하면서 직방·리디·뤼이드 등을 키워냈지만, 기업의 소유 지분이나 주식의 다수 지분을 취득하는 거래(인수)는 진행하지 않았다.
컴퍼니케이가 바이아웃으로 사업 확장에 나선 이유는 고금리 속 투자 혹한기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저금리를 바탕으로 유동성이 넘치던 시기 투자를 유치했던 기업들의 몸값은 떨어지지 않는데, 이들 기업의 상장 지연으로 투자금 회수도 요원한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너무 고평가됐거나 운영상 결함 등으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스타트업은 늘고 있다. 이들이 컴퍼니케이 바이아웃 펀드의 주요 투자처가 될 전망이다. VC업계 한 관계자는 “바이아웃으로 투자 규모를 키우려는 복안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아웃으로 사업 확장에 나선 VC는 컴퍼니케이뿐만이 아니다. 신한벤처투자는 KDB캐피탈 출신의 함동석 상무를 영입해 PE 본부를 구축한 데 이어 지난 5월 600억원 규모 신규 펀드를 결성했다. 중소기업 바이아웃에 펀드 결성액 중 60% 이상을 투자하는 게 주목적이다.
K2인베스트먼트 역시 최근 PEF 운용사인 ST리더스프라이빗에쿼티에서 바이아웃 투자를 담당했던 김세민 상무를 PE 본부장으로 영입하며 바이아웃 투자로의 확장을 정했다. 최근 프로젝트 펀드를 조성, 바이오 기업 엑소코바이오의 최대 주주에 오르기도 했다.
VC업계에선 VC의 바이아웃 시장 진출 속도가 더욱더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상반기 벤처투자액이 4조4000억원 수준으로 전년 대비 42% 감소하는 등 침체가 이어지자, 정부가 벤처투자 시장 활성화의 일환으로 M&A 벤처펀드 규제 완화를 꺼내서다.
중소기업벤처부는 지난 6월 VC들의 바이아웃 투자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벤처투자촉진법 개정안)을 의결하고, 오는 12월부터 본격 시행하기로 정했다. M&A로 스타트업 등 벤처기업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게 한 게 핵심이다.
벤처투자촉진법 개정안은 구체적으로 벤처펀드가 금융기관 차입이 가능한 SPC를 설립, 차입 재원을 기업투자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벤처펀드는 PEF와 달리 대출을 통한 레버리지 투자가 허용되지 않았다. 운용 자산의 40%를 신주에 투자해야 하는 의무도 완화했다.
VC업계 한 관계자는 “벤처펀드는 사모펀드(PEF)와 달리 대출을 통한 레버리지(차입) 투자가 허용되지 않아 인수자금 마련이 쉽지 않았는데 이게 사라졌다”면서 “VC도 유망 기업을 사들인 뒤 되팔아 차익을 얻을 수 있는 길이 열린 만큼 업계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해외에선 이미 유망 스타트업을 저렴한 가격에 사들인 뒤 되팔아 차익을 얻는 바이아웃 전문 신생 투자사들이 자리를 잡았다. 영국의 VC 포워드파트너스는 지난해 중소 규모 기술 기업 인수를 전문으로 하는 투자사 틱토캐피털(Tikto Capital)을 설립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틱토캐피털은 기업가치가 고평가됐거나 운영상 결함으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성장 가능성이 있는 스타트업을 주요 투자처로 정했다. 미국의 VC 어라이징벤처스(Arising Ventures)도 바이아웃으로 핵심 투자처를 변경했다.
이정협 세종대 융합창업전공 겸임교수는 “벤처투자 혹한기에는 투자 부담이 크지 않은 초기 스타트업이나, 상장이 가시화되는 후기 스타트업으로만 투자가 몰리는 현상이 나타난다”면서 “바이아웃 펀드가 중기 스타트업의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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