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英 의회 '영어' 연설…"양국, '전략적 동반자'로 다시 태어나"
"영국과 정치적 안보·경제안보 함께 힘모을 것"
셰익스피어·윈스턴 처칠 인용하기도…손흥민·BTS도 소환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저의 이번 국빈방문 계기에 체결하는 '한영 어코드'를 기반으로 이제 양국은 진정한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로 다시 태어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영국 웨스트민스터 의회 로열 갤러리에서 '도전을 기회로 바꿔줄 양국의 우정'을 주제로 한 '영어' 연설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연단에 올라 "'의회의 어머니'인 영국 의회에 서게 돼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영국은 근현대 세계사의 개척자였다"며 명예혁명과 산업혁명 등 영국이 전 세계 민주주의와 경제 발전에 미친 영향력을 높이 평가했다.
또한 1883년 수호통상조약 체결부터 6.25 전쟁 참전까지 양국의 관계 발전의 역사를 설명하고 "영국을 비롯한 자유세계의 도움에 힘입어 대한민국은 기적과도 같은 성공 신화를 써내려 왔다"며 "최빈국이었던 나라가 반도체, 디지털 기술, 문화 콘텐츠를 선도하는 경제강국, 문화강국이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한영 수교 140주년을 맞이한 올해는 양국 관계가 새롭게 도약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올해 봄 한미 연합훈련에 영국군이 처음으로 참여하기 시작했으며, 한영 간 정보 공유, 사이버 안보 협력 체계가 새롭게 구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올해 봄 한미 연합훈련에 영국군이 처음으로 참여하기 시작했으며, 한영 간 정보 공유, 사이버 안보 협력 체계가 새롭게 구축되고 있다"면서 "영국과 함께 북한의 WMD(대량살상무기) 위협에 대처하면서, 가상화폐 탈취, 기술 해킹 등 국제사회의 사이버 범죄에 대한 공조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번 국빈 방문 계기에 양국의 미래 협력 방향을 담은 '다우닝가 합의(Downing Street Accord)'를 채택한다고 밝히면서, 경제 분야와 안보 분야 협력이 더 확대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윤 대통령은 "양국의 협력 지평은 디지털·AI(인공지능), 사이버 안보, 원전, 방산, 바이오, 우주, 반도체, 해상풍력, 청정에너지, 해양 분야 등으로 크게 확장돼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북한 핵 위협 등 지정학적 리스크 앞에 국제사회가 분열되고 있다"며 "한국은 영국, 그리고 국제사회와 연대해불법적인 침략과 도발에 맞서 싸우며 국제규범과 국제질서를 수호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영국과 함께 인도 태평양 지역의 정치적 안보와 경제안보를 튼튼히 하는 데 함께 힘을 모을 것"이라고 거듭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한 기후위기와 디지털 규범과 관련해 양국의 협력 방안도 밝혔다. 윤 대통령은 "한영 양국은 원자력을 비롯한 청정에너지 확대를 도모하면서, 기후 취약국들의 그린 에너지 전환 노력을뒷받침해 나갈 것"이라며 "한국 정부는 영국이 제안한 'AI 안전네트워크' 및 유엔의 'AI 고위급 자문기구'와 긴밀히 협력해 AI 디지털 규범 정립을 위한 국제사회의 소통과 협력을 견인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연설 후반부에는 양국의 문화예술 등 '소프트파워' 영향력을 공통점으로 언급하며 친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양국은 자랑스러운 도전과 응전의 역사를 만들어 온 공통점과 함께 문화예술의 매력도 지니고 있다"며 "영국이 비틀스, 퀸, 해리포터, 그리고 데이비드 베컴의 오른발을 가지고 있다면, 한국엔 BTS, 블랙핑크, 오징어 게임, 그리고 손흥민의 오른발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좌중에선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위대함의 대가는 책임감'이라고 한 윈스턴 처칠 영국 수상의 발언을 인용하며 "이제 우리 양국이 창조적 동반자로서 인류의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기여할 때다. 우리는 국제사회의 자유, 평화, 번영을 증진하는 데 함께 힘을 모아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윤 대통령은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의 한 구절인 '우리의 우정이 행복을 불러오고, 우리가 마주한 도전을 기회로 바꿔주리라'를 인용하며 연설을 마무리했다.
17분가량의 연설이 끝나고 참석자들은 전원 기립해 약 30초간 박수를 보냈다. 이날 의회에는 존 맥폴 상원의장, 린지 호일 하원의장, 자민당 당수이자 한영 친선의원협회장인 에드 데이비 하원의원, 데이비드 얼튼 상원의원 등 영국 의원을 비롯해 450여 명이 자리했다.
연설이 끝나고 맥폴 상원의장은 감사 인사를 전하며 윤 대통령이 지난 4월 국빈 방미 당시 불렀던 '아메리칸 파이'를 언급하면서 "오늘은 노래를 못 들어서 아쉽다"고 분위기를 띄웠고, 윤 대통령도 미소로 화답했다.
윤 대통령의 영어 연설은 지난 4월 미국 국빈 방문 때에 이어 두 번째다. 대통령실은 "현지 언어로 연설하는 것은 정치인뿐만 아니라 그 나라 국민의 마음에 다가가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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