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 브랜딩·뉴진스 포지셔닝, K팝 리빌딩…K팝 넘은 K팝 그룹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신드롬 걸그룹 '뉴진스'와 이들을 발굴한 민희진 어도어 총괄 프로듀서가 'K팝 위기론'을 불식시키고 있다.
22일 어도어에 따르면, 뉴진스는 지난해 7월 데뷔 이래 '최초', '최단기' 수식어와 함께 각종 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다.
지난 20일 미국 3대 음악 시상식 중 하나인 '빌보드 뮤직 어워즈(BBMAs)'에서 K팝 아티스트 중 데뷔 후 최단기간(1년4개월)에 수상했다. 올해 신설된 '톱 글로벌 K-팝 아티스트(Top Global K-pop Artist)' 부문에서 수상함으로써 명실상부 '올해의 K-팝 그룹'임을 증명했다.
앞서 뉴진스는 '디토'로 데뷔 6개월 만에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 100'에 진입한 데 이어 데뷔 1년 만에 미니 2집 '겟 업'으로 메인 앨범차트 '빌보드 200'에서 1위를 차지했다.
어도어와 팝 업계는 별다른 해외 활동 없이 뉴진스가 빠르게 글로벌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로 '좋은 음악'을 꼽았다.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기조의 '이지 리스닝' 음악으로 '라이트 팬덤'을 가져올 수 있었다.
특히 데뷔 때부터 UK개러지, 저지클럽 등 기존 K-팝 문법에 얽매이지 않은 장르를 시도했다. K팝 신에서 생소한 국내외 작가진과 작업하며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왔다는 점도 특기해야 한다. 해외 매체들은 뉴진스의 음악에 대해 "기존 K팝에서 벗어난 자연스러운 친근함"이라고 입을 모은다.
음악 외 퍼포먼스도 높이 평가받는다. 기존 K팝 주요 흐름이던 각 잡힌 '칼 군무'에서 벗어나 무대 위에서 자유분방하게 즐기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이 또한 정교한 작업의 결과물이라고 어도어는 전했다.
어도어 관계자는 "뉴진스는 데뷔 이전 트레이닝 시절부터 틀에 박힌 안무 연습에서 벗어나 발레, 힙합, 하우스, 프리스타일 등 다양한 장르의 춤을 접했다"면서 "'틀에 갇히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민희진 프로듀서의 기조가 춤에서도 구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체적으로 통일성은 가져가되 멤버마다 느끼는 감정대로 춤추는 방식은 기존 K-팝에서 볼 수 없었던 신선함으로 다가왔다"는 것이다. 뉴진스는 '겟 업'에 실린 여섯 곡 모두 퍼포먼스로 선보였는데, 컨템포러리 장르부터 와킹까지 다채로운 스타일을 소화했다. K팝 신에 대한 환기한 노래와 춤 덕분에 "K팝을 넘은 K팝 그룹"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8월 미국 '롤라팔루자 시카고', 일본 '서머소닉' 등에서 떼창을 이끌어낸 정경은 팝스타 그 자체였다.
멤버들의 개별적인 매력도 이 팀의 인기에 기여했다. 민지는 역동적인 에너지, 하니는 남다른 그루브, 다니엘은 맑은 목소리, 해린은 깔끔한 춤선, 혜인은 타고난 유연성을 갖고 있다. 이런 점들이 모여 시너지를 냈다. 뉴진스는 '2023 BBMAs' 수상 소감에서 "서로를 배려하고, 영감을 주고 받고, 믿고, 무엇보다 깨지지 않은 우정을 만드는 것. 이러한 것들이 없었다면 뉴진스는 없을 것"이라며 끈끈한 팀워크를 강조했다.
이러한 멤버를 구성하고, 차별화된 브랜딩을 수립한 민희진 프로듀서의 역량을 빼고 뉴진스의 인기를 논하기 어렵다. 민 프로듀서는 뉴진스 데뷔 당시 별다른 티징 콘텐츠 없이 뮤직비디오로 멤버들을 공개하고 트리플 타이틀곡, 전곡 뮤직비디오 제작 등 음악이라는 본질로 대중에게 다가갔다는 평을 들었다.
어도어는 "민희진 프로듀서가 뉴진스를 통해 준비한 혁신은 '더 강한 자극'이 아닌 '유연함과 자연스러움'이었고, 이는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고 강조했다.
이런 점들로 인해 뉴진스는 '신드롬 걸그룹'이라는 수식을 얻었다. 동시에 문화적 현상을 낳았다. 데뷔 앨범 '뉴 진스' 트리플 타이틀곡 중 하나인 '하이프 보이'는 전 세계적인 챌린지 열풍을 넘어 '뉴진스의 하입보이요'라는 하나의 밈(meme)을 만들었다. '겟 업'의 선공개곡인 '슈퍼 샤이'의 와킹 포인트 안무는 플래시몹 붐을 일으켰다. 대중의 일상에 뉴진스가 자연스럽게 스며든 것이다.
뉴진스의 큰 잠재력에 글로벌 브랜드의 러블콜도 줄을 이었다. 뉴진스는 최근 게임회사 라이엇 게임즈와 협업을 통해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e스포츠 대회인 '리그 오브 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의 결승전 오프닝 무대를 장식했다. 이번 대회 주제곡 '갓즈'를 불렀다. 기존 뉴진스의 노래와는 다른 웅장한 분위기로 이 팀의 다채로운 장르 소화력을 다시 증명했다.
또한, 멤버 전원 럭셔리 브랜드 앰버서더를 비롯해 애플, 코카-콜라, 맥도날드 등 IT, 유통, 패션, 식음료 등 각 분야에서 선두기업과 협업하며 글로벌 영향력을 높였다. 어도어는 "한국 팝스타를 따르는 강력한 팬덤을 활용하려는 다양한 브랜드들에게 뉴진스는 놓칠 수 없는 대세 아티스트로 떠오른 것"이라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뉴진스의 이런 강점을 핍진성(逼眞性)으로 설명한다. 거칠게 요약하면 핍진성은 특정 작품이 갖고 있는 개연성이나 공감대 형성을 가리킨다. 짧은 노래나 무대 혹은 광고 콘셉트에 대한 정확한 수용력과 과하지 않은 해석력을 가진 뉴진스 그리고 민 프로듀서의 도드라지는 장점 중 하나다.
'롤드컵' 오프닝 혹은 고급 브랜드 광고처럼 관객들이 단숨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드는 안내자 역할을 떠올려야 할 때, 뉴진스가 가장 먼저 러브콜이 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또 아련하게 위무하는 능력도 뉴진스의 장점인데 그건 애틋함과 동경에 대한 감정으로 승화하며 노래하고 있는 대상에 대한 강력한 흡입력을 발휘한다.
뉴진스의 이런 점 때문에 이번에 롤드컵 결승을 지켜 봐야겠다고 다짐한 버니즈(뉴진스 팬덤)도 한둘이 아니다. 스스로 미학적인 뉴진스는 주인공이 따로 있는 이벤트 무대에서도, 단순히 그들을 꾸미는 존재가 아니라 그들의 사명을 소환해주는 미적이면서 윤리적인 핵심에 들어간다.
이들의 인기가 '일회성 돌풍(One Hit Wonder)'이 아닌 지속가능한 현상임을 시사하는 지점이다. 미국 타임(TIME)은 올해 5월 '2023 차세대 리더(Next Generation Leaders)' 명단에서 K-팝 여성 아티스트로는 유일하게 뉴진스(NewJeans)를 꼽았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로제 'APT' 언급한 이창용…"아파트값 오를까 걱정"
- 판사에게 "마약이 왜 불법이죠?" 따진 20대 여성, 집유
- "성형 전 제 모습"…2억 들인 日 여성, 과거 사진 공개
- "못 움직이겠어요"…사진 2장으로 등산객 구조한 경찰
- 고깃집 40인분 '노쇼'…"군청에서 온다고 해 믿었다" 분통
- '탄핵 위기' 임현택 "경솔언행 사과…SNS계정 삭제할것"
- 허웅, 전 여자친구 변호인 고소…"성폭력 무고 부추겼다"
- 내년 결혼 앞둔 특수교사, 숨진 채 발견…"과중 업무 의혹"
- 조두순 이사한 집 '5분 거리'에 초등학교…"딸들 오가는데" 학부모 불안
- "시청역 역주행 참사, 급발진 아냐"…국과수의 판단엔 이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