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긴장 고조되나? 북, 군사 정찰 위성, 세번째 만에 궤도 안착 주장
북한이 올해 들어 세 번째 시도 끝에 군사 정찰 위성을 궤도에 올려놓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예고했던 일자보다 약 1시간 앞서 발사를 실행했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22일 오전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은 2023년 11월 21일 22시 42분 28초에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신형 위성운반로켓 '천리마-1형'에 탑재해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통신은 "'천리마-1형'은 예정된 비행궤도를 따라 정상비행해 발사후 705s(초)만인 22시 54분 13초에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궤도에 정확히 진입시켰다"고 전했다.
앞서 21일 합동참모본부는 "우리 군은 오늘 밤 10시 43분께 북한이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남쪽 방향으로 발사해 백령도 및 이어도 서쪽 공해 상공을 통과한 '북 주장 군사정찰위성' 1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일본 역시 이날 비슷한 시각에 발사를 포착했다. 일본 공영방송 NHK는 실시간으로 발사 소식을 전하며 위성을 실은 발사체가 오후 10시 55분경 태평양을 향해 날아갔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정찰위성 발사는 자위권 강화에 관한 합법적 권리이며 적들의 위험천만한 군사적 준동으로 나라와 주변 지역에 조성된 안전환경에 부합되게 공화국 무력의 전쟁준비태세를 확고히 제고하는데 커다란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10월 20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평양에서 접견한 이후 약 한달 간 공개 행보를 보이지 않았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현지에서 발사를 참관한 것으로 확인됐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조선노동당 제8차대회 결정을 가장 정확하고 훌륭히 관철한 전체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과 연관 기관의 간부들과 과학자, 기술자들을 열렬히 축하"했다고 밝혔다.
통신은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이 앞으로 빠른 기간 내에 수 개의 정찰위성을 추가 발사할 계획을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 제출하게 된다고 전했다.
북한의 정찰위성 확보는 지난 2021년 8차 당 대회 때 제시했던 군사 관련 과업 중 하나다. 당시 북한은 고체형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 핵잠수함,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SLBM), 무인정찰기와 함께 군 정찰위성을 언급한 바 있다.
이후 지난해 12월 19일 통신은 '국가우주개발국 정찰위성개발을 위한 중요시험 진행'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전날인 18일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개발을 위한 최종단계의 중요시험을 진행하였다"며 "국가우주개발국은 2023년 4월까지 군사정찰위성 1호기 준비를 끝낼 것이라고 발표하였다"고 밝혀 위성 발사를 예고했다.
이어 올해 4월 18일 김정은 위원장은 국가우주개발국을 현지지도한 자리에서 "4월 현재 제작 완성된 군사정찰위성 1호기를 계획된 시일 안에 발사할 수 있도록 비상설 위성발사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최종준비를 다그쳐 끝내며 앞으로 연속적으로 수개의 정찰위성을 다각 배치하여 위성에 의한 정찰정보수집능력을 튼튼히 구축할 데 대한 전투적과업을 제시"하면서 위성 발사에 박차를 가했다.
하지만 북한은 지난 5월과 8월 두 차례 위성을 궤도에 안착시키는 데 실패했다. 통신은 지난 5월 31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 국가우주개발국은 주체112(2023)년 5월 31일 6시 27분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예정되였던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신형위성운반로케트(로켓) '천리마-1'형에 탑재하여 발사하였다"면서 "발사된 신형위성운반로케트 '천리마-1'형은 정상 비행하던 중 1계단 분리 후 2계단 발동기의 시동비정상으로 하여 추진력을 상실하면서 조선 서해에 추락하였다"고 밝혔다.
북한은 약 3개월이 지난 8월 24일 다시 발사를 시도했지만 이 역시 실패했다. 통신은 이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가우주개발국은 8월 24일 새벽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신형 위성운반 로케트 '천리마-1'형에 탑재하여 제2차 발사를 단행하였다"며 "'천리마-1'형의 1계단과 2계단은 모두 정상 비행하였으나 3계단 비행 중 비상폭발체계에 오류가 발생하여 실패하였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두 번의 실패 끝에 성공한 것을 두고 러시아의 기술 이전이 실제 이뤄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9월 13일(현지시각)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가졌는데 이들은 당시 보스토니치 우주기지에서 만남을 가졌다.
해당 기지는 지난 2011년 본격 건설이 시작된 이후 2016년 4월 28일 첫 로켓 발사에 성공했다. 이 로켓에는 당시 성균관대학교 박일흥 교수 연구팀 주도로 한국, 미국, 대만, 러시아가 참여한 UFFO(Ultra-Fast Flash Observatory, 패스파인더 우주망원경)가 탑재돼 있었다.
북한의 위성 발사 성공 주장에 따라 정부의 움직임도 분주해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2018년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당시 쳬결된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이하 9.19 합의)의 효력 정지가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미 이를 예고하기도 했다. 지난 20일 강호필(중장) 작전본부장은 '北 군사정찰위성 발사 대비 합참 대북 경고 메시지'를 통해 "북한 정권은 국제사회가 한결같이 북한의 불법행위를 엄중히 규탄하는 현실을 직시하고, 현재 준비중인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즉각 중단할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라며 "만약, 북한이 이같은 우리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강행한다면, 우리 군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당시 강 본부장의 발표 대부분은 북한에 대한 경고 보다는 △북한의 남북 합의 위반 사례 △9.19 합의 위반 사례 △9.19 합의에 따른 군사적 제한 사항 등의 내용으로 채워졌다. 이에 이 발표는 북한의 위성 발사가 실시될 경우 9.19 합의 효력을 정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강 본부장의 '필요한 조치'역시 9.19 합의와 관련한 사항으로 해석됐다.
한편 북한의 이날 발사는 당초 국제해사기구(IMO) 지역별 항행구역 조정국인 일본에 통보한 발사 시각보다 약 1시간 정도 먼저 이뤄졌다. 북한은 21일 일본에 22일 0시부터 12월 1일 0시 사이에 인공위성을 발사한다고 통보한 바 있다.
지난 5월과 8월 모두 북한이 일본에 통보한 시각 이후에 발사했는데 이번에는 이른 발사를 진행한 것을 두고 현지 기상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의 발사는 평안북도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이뤄졌는데, 이곳과 가까운 신의주의 경우 22일 0시부터 오전 7시까지 흐린 상태가 예보됐고 8시에는 강수 확률이 60%까지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북한 발사의 성공 여부에 대해 합참은 늦은 오후 별도의 공지를 통해 "북한이 11월 21일 발사한 소위 '군사정찰위성'은 비행 항적 정보와 여러 가지 정황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위성체는 궤도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된다"면서도 "위성체의 정상작동 여부 판단에는 유관 기관 및 한미 공조 하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하여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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