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 오지환이 FA 명단?
LG와 연장 계약 합의 후 신청
2차 드래프트 위한 꼼수 지적
지난 19일 프로야구 FA(자유계약) 선수 명단이 발표됐을 때 야구계가 술렁였다. 최고 스타 중 하나인 LG 오지환(33)이 포함됐기 때문. 지난 1월 LG는 “2024년부터 6년 총액 124억원을 받는 조건으로 오지환과 계약 연장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왜 FA 시장에 나왔을까.
사연은 이렇다. 일단 오지환은 당시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게 아니다. 구두 합의만 했다. 속된 말로 LG가 오지환을 ‘찜’한 셈이다. 법적인 효력은 없다. 관건은 KBO(한국야구위원회)가 올해부터 2년 전 폐지됐던 2차 드래프트를 부활하기로 지난 7월 발표한 점이다. 1군에서 기회를 잡지 못한 유망주들에게 새 길을 열어주기 위한 제도로, 각 구단이 35명 보호 선수 명단을 만들면 나머지 선수들은 드래프트 시장에서 다른 팀 선택을 통해 팀을 옮길 수 있다. 다만 FA를 신청한 선수와 입단 1~3년 차 선수는 따로 보호 명단에 넣지 않아도 드래프트 대상에서 빠진다.
LG는 현재 10팀 중 유망주가 가장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35명만 ‘보호’하면 아까운 유망주를 드래프트 장에 내놓아야 할 수 있다. 그래서 오지환이 FA를 사실상 가짜로 신청하고 대신 1명을 더 보호할 수 있게 ‘꼼수’를 쓴 것이다. 원칙적으로 오지환은 FA라 다른 구단과 협상해서 팀을 옮길 수 있긴 하지만 이미 LG가 ‘찜’ 해놓은 터라 다른 구단이 섣불리 접근하기 어렵다. 오지환 역시 거액을 보장해준 원 소속팀 LG를 떠날 생각이 없다. 그런데 FA를 신청해서 팀에 이득도 주고 본인은 이미 발표한 대로 LG에 남기로 한 것이다.
LG만 그런 게 아니다. 삼성 마무리투수 오승환(41)도 이번에 FA를 신청하긴 했는데, 삼성에서 현역 생활을 이어가기로 마음먹은 뒤 FA 시장에 나왔다. 이미 계약 합의를 한 오지환과 상황은 약간 다르지만 삼성 역시 오승환이 남을 것으로 보고 2차 드래프트 보호 선수 1명을 더 확보하기 위해 오승환을 FA 신청하게 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다른 구단은 이렇게 하지 않았다. 오지환처럼 시즌 후 FA 자격을 얻을 수 있었던 포수 김태군(34)은 시즌 후 소속 팀 KIA와 다년 계약을 맺고 FA를 신청하지 않았다. KIA는 LG처럼 했다면 보호할 수 있는 선수 1명을 포기해야 했다. 수도권 구단 관계자는 “금액이 문제지 오지환에게 관심 없는 팀이 어디 있겠느냐”며 “LG에 뒤통수를 맞은 것”이러고 했다. 오지환이 비(非)FA로 보호 선수 35명에 들어갈 것으로 보고 나머지 중 괜찮은 선수들을 탐색하던 다른 구단들은 선택 폭이 좁아지고 복잡해졌다. 이를 두고 LG가 제도의 허점을 잘 활용했다는 지적도 있다. 지방 구단 스카우트는 “허를 찔렸다고 욕할 일이 아니다”라며 “어느 팀이든 비슷한 상황이면 LG와 똑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LG도 위험을 감수했다는 분석도 있다. 아직 형식적으론 계약서를 쓰지 않은 만큼 오지환이 돌연 FA 시장에서 평가를 받아보겠다고 기존 합의를 뒤집을 수 있기 때문. 물론 야구계에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시나리오라고 본다.
FA 제도 맹점을 파고든 이런 행태에 대해 KBO 관계자는 “현 규정 상 오지환 FA 신청이 문제될 건 없다”면서도 “타 구단들 문제 제기가 있다면 제도를 개선할 수 있는지 검토해보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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