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한국 무섭지? 클린스만호 가볍게 중국 제압
경기가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황희찬(27·울버햄프턴)이 폭발적인 드리블로 중국 수비수들 여럿을 제쳐내더니, 문전 혼전 끝에 중국 수비수 발에 걸려 넘어졌다. 심판은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키커로 나선 손흥민(31·토트넘)이 전반 11분 침착하게 공을 왼쪽으로 차 넣었다. 손흥민의 A매치 116경기 40번째 골이자 대표팀 3경기 연속 골이었다.
손흥민의 물 오른 골 감각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전반 45분 이강인(22·파리 생제르맹)이 왼쪽에서 찬 코너킥. 손흥민이 재빠르게 골문 오른쪽 앞으로 달려나가더니 고개를 돌리며 공에 머리를 갖다 대 방향을 틀었다. 이 공은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 골키퍼 키를 넘어 골대 왼쪽으로 빨려 들어갔다. 손흥민이 A매치에서 머리로 득점한 건 41골 중 4골뿐이다. 그만큼 보기 드문 골인 셈이다. 손흥민은 첫 골을 넣고 난 뒤 손가락을 입에 갖다 대는 ‘쉿 세리머니’를 보여줬다. 중국 관중을 의식한 행동이었다. 두 손으로 카메라 모양을 만드는 특유의 ‘찰칵 세리머니’도 두 번 시연했다. 후반 42분엔 오른쪽 측면에서 프리킥을 차 정승현(29·울산)의 헤딩 골을 도왔다. 2골 1도움, 만점 활약이었다.
위르겐 클린스만(59)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21일 중국 선전에서 열린 중국과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조별리그 C조 2차전에서 손흥민을 앞세워 3대0으로 승리했다. 클린스만호는 지난 16일 열린 1차전에서 싱가포르에 5대0으로 이겼다. 그리고 이어 중국까지 꺾으면서 C조 1위(승점 6)를 유지했다. 최근 A매치에서 5연승을 달리고 있다.
이번 경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한국이 FIFA 랭킹 24위, 중국이 79위로 전력은 압도적으로 차이가 나지만 클린스만호가 친선 경기가 아닌 실전에서 치르는 첫 원정 경기였기 때문이다. 상대도 거친 플레이로 유명한 중국 대표팀. 원정 경기장 과열 분위기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주장 손흥민은 경기를 앞두고 “화가 나게 만드는 게 (중국의) 전술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우리의 플레이를 하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역시 시작하자마자 한국 선수들은 중국의 심한 견제를 받았다. 팔을 잡아 끌린 이강인이 심판에게 항의를 하다가 주의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경기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손흥민이 선제 골을 넣으면서 중국의 기세를 꺾었다. 그리고 전반 종료 직전 추가 골까지 해결해 상대 희망의 싹을 잘랐다. 그리고 김민재(27·바이에른 뮌헨) 등 수비진은 몸싸움으로 맞불을 놓으면서도 반칙을 범하지 않는 선에서 지능적으로 거친 플레이를 되갚아 줬다. 안정적인 수비를 발판으로 한국은 6경기 연속 무실점이라는 기록을 이어갔다.
이로써 한국은 중국과의 역대 전적에서 22승 13무 2패가 됐다. 이날 경기까지 4연승. 중국은 경기 초반 수비수 5명을 뒀다가, 갑자기 함께 전방 압박을 하는 등 한국전을 위해 준비한 듯한 전술을 보여줬지만 전부 무용지물이었다. 한국만 만나면 무력해지는 중국 축구를 두고 쓰이는 ‘공한증(恐韓症·한국에 느끼는 두려움)’이라는 표현이 이날 경기에서 그대로 펼쳐졌다. 전반에 중국이 슈팅 2개를 시도할 동안 한국은 11개를 시도했다. 전반에 2골을 내주면서 큰 경기력 차이를 실감한 중국은 후반에도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했다.
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3차전은 내년 3월에 열린다. 상대는 FIFA 랭킹 112위 태국. 2차예선은 같은 조 3개 팀과 두 번씩 맞붙어 순위를 결정한다. 조 2위 안에 들어야 3차 예선에 진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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