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르르 면세점 쇼핑은 옛말… "한복 입고 인생샷, 명품 대신 가성비 화장품"

김영헌 2023. 11. 22.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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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달라진 중국인 제주 관광
중국 MZ세대 개별여행객들이 변화 주도
외국인 단체관광도 한복 체험 등 큰 관심
13일 제주시 제주목 관아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한복을 입고 감귤 나무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제주=김영헌 기자

13일 오전 제주 제주시 원도심에 위치한 제주목 관아에는 쌀쌀한 날씨에도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사진 촬영을 하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조선시대 관아 터인 이곳은 고풍스러운 옛 건물인 연희각, 망경루와 감귤정원 등을 배경으로 한 사진들이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최근 서울 경복궁처럼 한복사진 촬영 명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친구와 함께 중국 상하이에서 제주로 여행을 왔다는 왕이린(24)은 “예쁜 한복을 입고 ‘인생샷’을 찍어 SNS에 올릴 것”이라며 “제주의 사진 촬영 명소, 맛집, 쇼핑거리 등을 미리 검색해 4박 5일간의 여행 일정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제주목 관아 인근에서 한복을 대여하는 업체 관계자는 “요즘 하루에 70여 명이 찾는데, 대부분 젊은 중국인 관광객들”이라고 전했다.

13일 제주시 연동의 한 편집숍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화장품을 고르고 있다. 제주=김영헌 기자

코로나19 사태 이후 다시 활기를 띠고 있는 제주 외국인 관광시장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중국인 방문객 유형이 ‘유커’라 불리던 단체 관광객에서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가 중심이 된 개별 관광객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전세버스를 타고 도내 무료 관광지와 면세점 등을 몰려다니던 모습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MZ세대 중심의 개별 관광객들은 소규모로 택시나 시내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 SNS를 통해 미리 알아본 풍광이 좋은 카페, 동네 맛집, 촬영 명소 등을 방문하는 걸 즐긴다. 제주시 연동의 한 호텔 앞에서 만난 탕자치(25ㆍ베이징)는 나흘 일정으로 친구와 단둘이 왔다. 제주 시내를 이동할 때 교통수단은 시내버스다. 여행 비용도 1인당 90만 원 정도로 저렴하게 책정했다. 그는 “단체 여행은 똑같은 일정과 동선으로 움직여야 해 제약이 너무 많다”며 “제주는 무비자 제도 덕에 쉽게 올 수 있고, 중국 SNS 등에도 소개가 잘 돼 있어 큰 부담 없이 자유여행하기 좋은 곳”이라고 강조했다.

자연스럽게 소비 시장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면세점 비중이 단연 컸으나 최근 여행객들은 숙박과 식사 등 현지 체류에 돈을 더 쓰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2030 중국 관광객들은 면세점보다 ‘가성비’ 좋은 물건들이 있는 편집숍을 선호한다. 이날 제주 시내 한 ‘헬스앤뷰티(H&B)’ 스토어에는 개점 시간인 오전 10시 30분에 맞춰 중국인 관광객들이 하나둘씩 모여들더니 금세 붐볐다. 이곳은 중저가 화장품을 비롯해 아기자기하고 디자인이 예쁜 기념품, 과자, 술 등 다양한 제품들을 한꺼번에 구매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왕팅(28)은 “중국 내에도 면세점이 있고, 가격도 많이 낮아졌기 때문에 구태여 제주까지 와서 면세점을 들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12일 다국적기업 '엑스트라엑셀'의 포상관광으로 제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서귀포시 제주민속촌에서 한복을 입고 강강술래를 하는 모습. 하멘 제공

이 같은 변화는 다른 외국인 단체 관광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외국인 단체 관광객들이나 크루즈 여행객들이 제주 시내 면세점과 무료 관광지 등을 둘러보고 떠나는 정도였지만 최근에는 한국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여행 상품에 부쩍 많은 관심을 보인다.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을 주로 개발하는 다국적기업 ‘엑스트라엑셀’의 포상 관광으로 제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 1,350명은 12일 서귀포시 제주민속촌에서 한복을 입고 민속공연 관람과 떡방아 찧기 등 민속체험을 즐겼다. 이날 행사에 한복을 공급한 웨딩전문업체인 하멘의 김지은 대표는 “300여 명의 외국인이 한복을 입고 강강술래를 하는 모습은 장관이었다”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노석주 제주관광공사 글로벌마케팅 매니저는 “제주를 찾는 중국 MZ 관광객들은 SNS를 통해 동네 족발전문점과 같은 ‘숨겨진 맛집’까지 찾는 등 코로나19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며 “변화된 중국인 관광객들의 여행 패턴과 특징을 분석해 제주 관광업계도 적극적인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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