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날 작업해도 정보 공유조차 안 되는 국가전산망…공공SW 구조적 한계 반복 안 하려면
①보건복지부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②법원 전산 시스템, ③교육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나이스), ④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 금융 전산시스템, ⑤행정안전부 정부24와 공무원 행정시스템.
지난 1년 동안 전산 장애·오류로 대국민 서비스에 차질을 빚었던 국가기관의 서비스다. 반복되는 국가 정보 시스템 오류를 예방하려면 공공 소프트웨어(SW) 사업 분야의 뿌리 깊은 원·하청 구조 문제를 개선하고 감독 기관의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청 업체마다 따로따로… 감독할 공무원은 뒷짐만
21일까지 행안부는 정부24 행정망 오작동의 명확한 원인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업계는 이렇게 원인을 쉽게 찾지 못하는 이유로 공공SW 산업 특유의 '소통 부재'와 건설업계를 닮은 원·하청 구조를 꼽는다.
정부24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업체와 공무원 행정 시스템인 새올의 네트워크 장비 교체를 담당한 업체가 각각 달랐는데 서로 업데이트 작업 상황을 공유하지 못한 상태에서 작업을 하는 환경이란 것. 중견 시스템통합(SI) 업체 관계자는 "정부 행정망 시스템은 단계가 나뉘어지고 각 단계마다 시스템별로 여러 업체가 기능을 쪼개서 맡는다"며 "각기 다른 업체가 유지 보수를 담당하기 때문에 서로 영향을 주고받지만 어떤 작업을 하는지 실시간 소통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 외주를 준 하청 업체를 꼼꼼하게 관리·감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또 다른 SI업체 관계자는 "시스템 현황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통합 모니터링도 외부 업체에 맡기는데 실효성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기업 참여 사업도 오류 반복
일부에선 국가 통신망 장애 방지를 위해 공공SW 사업 분야의 대기업 참여 제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이 역시 근본 해결책은 아니라는 목소리가 크다. 이미 신기술이나 보안 문제 등 예외 사항으로 인정된 경우에는 입찰 제한을 풀어 대기업 참여를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공공SW 사업 대기업 참여 가능 여부를 심사한 50개 사업 중 34건이 인정돼 인정 비율이 68%에 달했다. 대기업 입찰 참여 제한 예외를 규정한 2012년(인정 비율 25.0%)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올랐다.
대기업이 맡는다고 해서 시스템 유지, 보수 업무에 오류가 없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 교육부 나이스는 삼성SDS가 개발에 참여했고 복지부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은 LG CNS가 수주해 맡고 있다. 우정사업본부의 차세대금융시스템도 올해 5월 SK C&C 컨소시엄이 담당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오류가 났다. 대형 SI 업체 관계자는 "대기업 입찰 제한을 푸는 방식으로만 문제를 해결하는 건 공무원들이 해야 할 관리 감독 업무만 다시 대기업에 떠넘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싼 가격에 빨리빨리' 업무 구조 개선해야
전문가들은 디지털 플랫폼 정부 구축을 위한 신기술 도입에 앞서 감독을 맡은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의 전문성부터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 유지 보수 예산은 계속 깎고 신사업인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분야에만 예산을 늘리는 게 문제"라며 "디지털 산업의 기본인 공공 SW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감독을 하는 전산 공무원들의 전문성 확보가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싼 가격에 빨리빨리'를 최우선으로 한 공공SW 사업자 선정·운용 방식도 개선해야 한다. 영국은 공공조달제도에서 가격 요소도 고려하지만 예산 범위 내 최고 기술 점수 업체를 협상 대상자로 뽑도록 하고 있다. SI 업계에서도 SW 품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SW 품질에 문제가 있는 걸 알고 있어도 발주처인 정부 기관은 일단 개통부터 하고 수정하면 된다는 주문이 많다"며 "일단 빨리 처리하지만 나중에 사고가 생기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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