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 울려퍼진 아리랑…尹·찰스3세 황금마차 타고 1.6㎞ 행진

박윤균 기자(gyun@mk.co.kr) 2023. 11. 22. 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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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로 사열준비 보고한 의장대장
찰스 3세와 같은 마차로 버킹엄궁 이동
윌리엄 왕세자 부부가 숙소로 마중하기도
도착 당시엔 엘리자베스 2세 50주년 기념
단 두 대만 만든 벤틀리 차량 제공
의회 연설에서 尹 “영국군 희생 영원”
문화적 공통점 부각하며 협력 제안
영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런던 호스가즈 광장에서 열린 환영 행사를 마친 뒤 찰스 3세 국왕과 함께 마차를 타고 시민들의 환영을 받으며 버킹엄궁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21일 정오께(현지시간) 영국 런던 ‘호스 가즈(Horse Guards)’ 광장에는 한국의 대표적인 민요인 ‘아리랑’이 울려퍼졌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과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공식환영식에서 왕실 근위대를 사열하는 동안 영국 군악대가 연주한 것이었다. 의장대장은 한국어로 사열준비 보고를 했고, 사열을 마친 윤 대통령은 영국 내각의 주요 장관들과 인사를 나눴다.

파란색 넥타이를 한 윤 대통령은 하늘색 넥타이 차림의 찰스 3세 국왕와 함께 같은 마차에 올라 버킹엄궁으로 이동했다. 마차의 윗 부분과 옆 부분은 황금색으로 장식됐으며 백마 4마리가 마차를 끌었다. 그 뒤를 따르는 마차엔 김건희 여사와 커밀라 왕비가 탑승했고, 나머지 5개의 마차는 양국 주요 부처 장관 등 공식 수행원이 나눠탔다. 윤 대통령 부부와 찰스 3세 국왕 부부 등을 태운 총 일곱 대의 마차 행렬은 ‘더 몰’이라고 불리는 대로를 따라 호스 가즈 광장에서부터 버킹엄궁까지 이어졌다. 이 길에는 영국 국기와 태극기가 교차로 게양됐다.

3박4일 일정으로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영국 측이 최고 수준으로 예우하는 모습이었다. 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사용하던 왕실용 별도 의전 차량을 제공하고 윤 대통령이 머무르는 숙소로 윌리엄 왕세자 부부가 마중을 나가는 등의 왕실의 손님을 극진하게 대우하는 장면이 펼쳐졌다.

윤 대통령 부부는 이날 오전 런던 숙소로 마중을 나온 윌리엄 왕세자 부부와 환담을 나누며 공식 국빈 일정을 시작했다. 이들은 의전 차량에 몸을 실은 후 공식 환영식이 열리는 호스 가즈 광장으로 이동했다. 광장에 도착한 윤 대통령은 먼저 찰스 3세 국왕과 악수를 나눴고, 리시 수낵 영국 총리 등과 차례로 인사를 주고 받았다. 최고 예우를 뜻하는 예포 41발이 발사됐고, 곧이어 광장에는 애국가가 울려퍼졌다.

앞서 윤 대통령이 영국에 도착한 첫날인 20일에도 영국 측은 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사용하던 왕실용 별도 의전 차량을 제공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오후 윤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는 공군1호기 편을 통해 영국 런던 스탠스테드 국제공항에 도착하자, 영국 왕실 수석 의전관인 후드 자작, 빈센트 톰슨 에식스 지역 국왕 부대리인, 데이비드 피어리 외교장관 특별대표 등이 윤 대통령 부부를 영접했다. 이들과 인사를 나눈 윤 대통령 부부는 영국 왕실에서 마련한 자주색 벤틀리 차량에 탑승해 공항을 빠져나갔다. 영국의 대표적인 고급차 브랜드인 벤틀리는 2002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즉위 50주년을 기념해 특별히 의전 차량을 단 두 대만 제작해 왕실에 전달했다.

이 같은 예우는 윤 대통령이 찰스 3세 국왕 즉위 후 첫 번째 국빈으로 초청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영국 왕실은 국빈에 대해선 최고 수준의 예우를 다하기에 1년에 두 번만 국빈을 맞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엔 영국 의회인 웨스트민스터궁에서 영어로 직접 연설을 했다. 윤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질서를, 의회민주주의를 태동시킨 영국 역사에 대해 언급한 뒤 한국과 영국이 그동안 맺어온 인연에 대해 강조했다. 특히 영국의 글로스터 1대대가 임진강 설마리 전투에서 세운 공로를 설명한 윤 대통령은 “영국군의 숭고한 희생은 한국인들의 기억 속에 영원히 남아있을 것”이라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영국을 비롯한 자유세계의 도움에 힘입어 대한민국은 기적과도 같은 성공 신화를 써내려 왔다”며 “한영 수교 140주년을 맞이한 올해는 양국 관계가 새롭게 도약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 역설했다. 또 윤 대통령은 “영국이 비틀즈, 퀸, 해리포터, 그리고 데이비드 베컴의 오른발을 가지고 있다면, 한국엔 BTS, 블랙핑크, 오징어 게임, 그리고 손흥민의 오른발이 있다”며 양국의 문화적 공통점을 부각하기도 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처칠 전 영국 수상의 ‘위대함의 대가는 책임감’이라는 말을 인용하며 한영 양국이 책임감을 가지고 국제사회의 자유, 평화, 번영을 증진하는 데 힘을 모으자고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윤 대통령은 ‘우리의 우정이 행복을 불러오고, 우리가 마주한 도전을 기회로 바꿔주리라’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의 한 구절을 인용하며 연설을 마무리 지어 의원들의 박수를 받았다.

의회 연설에 앞서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와 함께 한국전 참전 기념비와 무명 용사의 묘에 각각 방문해 헌화하는 등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싸운 이들의 숭고한 정신에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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