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한영, 세상 도전에 함께 응전…인태 정치·경제 안보 힘 모을 것"
영국인 6·25 참전용사에 "깊은 감사"
"영국 베컴 있다면 한국엔 손흥민"
안보·경제부터 첨단분야까지 협력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영국 의회 연설에서 영국의 유명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를 인용해 "역동적인 창조의 역사를 써 내려온 한국과 영국이 긴밀히 연대하여 세상의 많은 도전에 함께 응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약 17분간 영어로 진행된 연설에서는 중간중간 박수와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영국이 데이비드 베컴의 오른발을 갖고 있다면 한국엔 손흥민의 오른발이 있다"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큰 호응도 나왔다.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런던의 의회에서 '도전을 기회로 바꿔줄 양국의 우정(A friendship to turn our challenges to pure opportunity)'이라는 주제로 연설했다. 연설 제목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의 구절을 인용했다.
윤 대통령은 "'의회의 어머니'인 영국 의회에 서게 되어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영국의 의회민주주의 확립은 미국, 프랑스를 비롯한 각국의 정치혁명으로 확산되었고 세계 곳곳에 자유와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민주정치가 정착됐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영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자본주의를 선도하고 전 세계에 전파함으로써 인류의 자유와 인권 신장, 그리고 비약적인 성장과 번영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며 "위대한 영국을 이끌어 온 핵심이 바로 영국 의회임을 저는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영국과 한국의 오랜 역사를 이야기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은 유럽 국가 중에서 영국과 최초로 1883년 수호통상조약을 체결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1887년 신약성서를 한국어로 번역한 존 로스, 1904년 '대한매일신보'를 창간해 한국의 독립에 앞장선 어니스트 베델, 1916년 세브란스 병원 수의학자로 한국에 온 프랭크 스코필드 선교사 등과의 인연을 언급했다.
또 "1950년에도 영국은 대한민국의 자유를 수호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며 한국전쟁 당시 "영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8만명의 군대를 파병했고 이들 중 1000명이 넘는 청년들이 알지도 못하는 먼 나라 국민들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쳤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의회에 온 6·25 전쟁 참전용사 '콜린 태커리'를 부르며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을 대표해 깊은 감사와 무한한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태커리 옹은 2019년 '브리튼 갓 탤런트'의 우승자"라고 소개하자 의회에서는 웃음이 터졌다.
윤 대통령은 한국 전쟁 후에도 "영국은 우리를 외면하지 않았다"며 "유엔한국재건단(UNKRA)에 두 번째로 많은 2684만 달러를 출연했고 울산조선소, 고리원자력발전소, 울산공대 설립을 지원하는 등 한국이 신흥공업 국가의 기틀을 다지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어 한영 수교 140주년을 맞이해 양국의 관계는 새롭게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보 분야에서 "올해 봄 한미 연합훈련에 영국군이 처음으로 참여하기 시작했으며 한영 간 정보 공유, 사이버 안보 협력 체계가 새롭게 구축되고 있다. 영국과 함께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위협에 대처하면서, 가상화폐 탈취, 기술 해킹 등 국제사회의 사이버 범죄에 대한 공조도 강화해 나갈 것이다"고 했다.
경제 분야에서는 한영 자유무역협정(FTA) 개선협상을 개시해 "공급망과 디지털 무역의 협력기반을 다져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과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간에 체결된 '한영 어코드(Downing Street Accord)'의 의미를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국빈방문 계기에 체결하는 '한영 어코드'를 기반으로 이제 양국은 진정한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로 다시 태어난다"며 "보다 개방되고 자유로운 국제질서를 영국과 함께 만들어 나갈 것이다. 그리고 영국과 함께 인류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번영을 만들어 갈 것이다"고 했다.
특히 이를 통해 "양국의 협력 지평은 디지털·인공지능(AI), 사이버 안보, 원전, 방산, 바이오, 우주, 반도체, 해상풍력, 청정에너지, 해양 분야 등으로 크게 확장돼 나갈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영국의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가 "문명은 도전과 응전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탄생하고 발전한다고 했다"며 "역동적인 창조의 역사를 써 내려온 한국과 영국이 긴밀히 연대하여 세상의 많은 도전에 함께 응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평화는 혼자 지켜낼 수 없다"며 "한국은 영국, 그리고 국제사회와 연대해 불법적인 침략과 도발에 맞서 싸우며 국제규범과 국제질서를 수호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은 영국과 함께 인도태평양 지역의 정치적 안보와 경제안보를 튼튼히 하는 데 함께 힘을 모을 것"이라고 밝혔다.
수낵 총리가 지난 2일 최초로 개최한 'AI 정상회의'에 대해서는 큰 호응으로 답했다.
윤 대통령은 "수낵 총리는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AI 질서 정립에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는 영국이 제안한 'AI 안전네트워크' 및 유엔의 'AI 고위급 자문기구'와 긴밀히 협력해 AI 디지털 규범 정립을 위한 국제사회의 소통과 협력을 견인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한국과 영국의 또 다른 공통점으로 '문화 예술의 매력'을 꼽았다.
윤 대통령은 "영국이 비틀스, 퀸, 해리포터, 그리고 데이비드 베컴의 오른발을 가지고 있다면 한국엔 BTS, 블랙핑크, 오징어 게임, 그리고 손흥민의 오른발이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활약 중인 손흥민 선수를 이야기하자 좌중에서는 웃음이 터졌다.
윤 대통령은 "이제 우리 양국이 창조적 동반자로서 인류의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기여할 때"라며 "우리는 국제사회의 자유, 평화, 번영을 증진하는 데 함께 힘을 모아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연설의 말미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의 구절을 인용해 "우리의 우정이 행복을 불러오고 우리가 마주한 도전을 기회로 바꿔주리라"라고 말하며 마무리했다. 이날 연설의 제목인 '도전을 기회로 바꿔줄 양국의 우정'도 여기서 따왔다.
윤 대통령의 연설이 끝나자 의회에 착석해 있던 인사들은 모두 기립해 30여 초간 박수를 이어갔다.
존 맥폴 상원의장은 윤 대통령의 연설에 화답하며 감사인사를 했다. 맥폴 상원의장은 지난 4월 미국 국빈만찬 당시 윤 대통령이 70년대 팝송 '아메리칸 파이'를 부른 것을 언급하며 "오늘을 노래를 듣지 못해 아쉽다"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의회 연설이 진행된 웨스트민스터 왕립 갤러리홀에는 영국 상하원 의원과 관계자 등 총 450여명이 빼곡하게 자리를 채웠다.
영국 측에서는 존 맥폴 상원의장, 린지 호일 하원의장, 에드 데이비 하원의원(자민당수·한영 친선의원협회장), 사라 챔피온 하원의원(한영 친선의원협회 부의장), 데이비드 얼튼 상원의원(북한에 관한 초당적 그룹 의장), 휴 트렌차드 상원의원 등이 참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oun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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