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유방암 환자에게 신약은 ‘생명줄’… 급여 적용 서둘러야”
신약 ‘엔허투’, 높은 임상효과 입증에도, 경제성 문제 등으로 급여 적용 지연
전이성 유방암 치료환경 개선 위해
대한종양내과학회 등 국회 찾아 정책 제안
특히 국내 유방암은 사회·경제활동이 왕성한 젊은 층에서 많이 발병하는 것이 특징이다. 한 가정의 아내이자 어머니, 딸인 유방암 환자의 사망은 가정의 안녕과 직결된다.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신약 등 효과적인 약물의 적시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최근 대한종양내과학회·대한항암요법연구회 유방암 분과위원회는 국회에 신약 접근성 강화 방안을 골자로 하는 ‘전이성 유방암 환자 생존율 향상을 위한 정책’을 제안했다. 정책 제안에 참여한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박연희 교수에게 정책 제안 배경과 주요 내용, 환자 생존율 향상을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우리나라 유방암 발병 환자는 어느 정도인가.
“서양은 유방암 평균 발병 나이가 60대 후반이지만 우리나라는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 정도다. 아직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는 않았다. 원인 규명을 떠나 우리가 중요하게 봐야 할 사실은 우리나라에 젊은 유방암 환자가 많다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가장 활동적인 연령대이면서 경제활동인구에 속하는 40대 중후반, 50대에서 유방암 발병률이 높아 환자의 암 투병이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환자의 나이는 치료 시에도 중요하게 고려되는 요인이다. 임상시험 중 젊은 환자가 중간에 사망하게 되면 그 파급 효과가 약의 허가나 유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유방암은 적절한 치료제를 잘 사용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특히 허투 양성 유방암은 치료제를 잘 쓰면 치료 성적이 좋아지고 환자를 더 오래 살릴 수 있다.”
―이번 국정감사에 언급된 신약이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게 쓰이는 ‘엔허투’로 알고 있다. 어떤 치료제인가.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투주맙 데룩스테칸)는 허투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가 도세탁셀, 허셉틴, 퍼제타 사용 후 암이 진행됐을 때 사용하는 치료제다. 엔허투는 기존 치료제인 트라스투주맙 엠탄신(제품명 캐싸일라) 대비 무진행 생존 기간을 약 6개월에서 28개월로 연장했다. 치료 효과가 매우 좋아 아직 허가된 사항은 아니지만 임상시험을 통해 보조 요법이나 선행 화학 요법에 대한 효과도 확인하고 있다.”
―실제 임상에서 엔허투를 사용하고 효과를 본 환자 사례가 있다면….
“삼성서울병원으로 치료받으러 오는 많은 환자는 새로운 의학 기술에 대한 접근성 요구가 높아 치료에도 적극적인 편이다. 내원 환자 중 허투 전이성 유방암 5차 치료에 실패하고 임상시험을 통해 6차 치료로 엔허투를 사용한 환자가 있다. 엔허투 이전에 사용한 치료제는 대부분 3∼6개월 정도 사용 후 질병이 진행됐는데 엔허투는 치료 시작 후 현재까지 약 4년째 효과를 유지하고 있다. 이와 비슷한 환자가 꽤 많다.”
―최근 대한종양내과학회, 대한항암요법연구회 유방암 분과위원회에서 ‘전이성 유방암 환자 생존율 향상을 위한 정책’을 제안했다. 정책 제안 배경과 주요 내용은 무엇인가.
“학회는 전이성 유방암 정책과 관련해 꾸준히 이야기해왔다. 이번 정책 제안은 엔허투의 급여 과정을 지켜보면서 유방암 신약의 급여 지연을 체감하며 느낀 현실에 기인했다. 유방암 전문의로서 엔허투와 같은 획기적인 데이터를 본 것 자체가 역대급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좋은 치료제가 빨리 건강보험이 적용돼 환자가 쓸 수 있게 되길 간절히 원하고 있다. 그런데 치료제의 효과가 좋다고 해서 바로 건강보험 적용이 되는 것은 아니더라. 이 점이 안타깝다. 현재 엔허투는 건강보험 급여의 첫 관문인 암질환심의위원회(이하 암질심)는 통과했다. 암질심에서는 약제의 임상적 효과나 안전성 프로파일을 심사한다. 전문의로부터 엔허투의 암질심 통과는 당연하다고 평가받았다. 다음 단계는 기존 치료제와 비교해 약값을 결정하는 과정이다. 비용-효과성이라고 하는 경제성 평가를 한다. 현재 엔허투를 비급여로 사용하고 있는 환자는 이미 효과를 경험하고 있는데 급여가 언제쯤 될까 기다리고만 있다. 대한종양내과학회와 대한항암요법연구회 유방암 분과위원회는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을 찾아가 전이성 유방암 치료 환경과 관련한 현 정책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환자가 좋은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 위한 정책을 제안했다. 10월에 있었던 국정감사에서도 관련 질의가 이어졌다.”
―유방암 치료 보장성 강화를 위한 핵심 과제는 무엇인가.
“급여 과정에서 가장 걸림돌이 되는 요인인 ‘경제성 평가’ 방안이 보완될 필요가 있다. 경제성 평가 시 기준이 되는 값을 산출할 때 환자가 오래 살수록 그만큼 투약 기간이 늘어나게 되고 이에 따라 비용 효과성은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엔허투는 기존 치료제 대비 4배 이상의 생존 기간 개선을 보였는데도 치료제를 더 오래 투약해야 하는 점 때문에 급여 논의에 난항을 겪고 있다. 또한 재정 부담 때문에 신약을 사용하지 못하는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이 논의돼야 할 것이다. 치료비에 대한 환자 부담률이 5%라 건강보험을 적용해주기 어렵다면 유연하게 높이는 방법을 생각해봐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의 국민건강보험은 손꼽히게 좋은 제도다. 암의 경우 산정 특례로 인정을 받게 되면 치료비가 거의 들지 않는다. 이런 나라는 많지 않다. 걱정이 되는 건 앞으로 계속해서 더 좋은 치료제들이 나올텐데, 이를 지원해 줄 자원이 충분할 지 의문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제약사가 약값을 인하하도록 하는 방법으로 재정 부담을 완화해왔다.”
―마지막으로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오래 살기 위해서는 환자는 스스로 큰 노력을 해야 한다. 죽음에 대한 불안감과 초조함이 큰 고통으로 다가온다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환자이기 때문에 일반인보다 더 열심히 잘 살아야 오래 살 수 있다. 살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투병이 중요하다. 그래서 환자의 고충을 이해하면서도 병원에 열심히 와야 한다고 말씀드린다. 환자 입장에선 의사가 하는 말이 너무 교과서적이고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암은 생존과 직결되는 질환이다. 환자가 적극적으로 투병을 하다 보면 또 다음 길이 보일 거라 믿는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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