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찬바람’에도… IT업계, 연구·개발 올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올해 3분기까지 역대 최대 수준의 연구개발(R&D) 비용을 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계열사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는 등 ‘비용 감축’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미래 먹거리와 직결되는 R&D 비용은 오히려 계속해서 늘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글로벌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투자가 크게 늘어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악의 부진을 겪고 있는 게임 업계의 R&D 투자도 오히려 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력과 서비스 품질이 성패를 좌우하는 IT 업계에서 R&D를 멈춘다는 것은 심장이 멈추는 것과 같다”며 “힘든 시기일수록 이후의 도약을 위한 R&D가 필요하다는 전략”이라고 했다.
◇네카오 ‘AI 잡아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네이버는 올 3분기까지 R&D 비용으로 1조4719억5000만원을 썼다. 3분기까지 누적매출(7조1336억원)의 20.6%에 해당하는 수치다. 버는 돈의 5분의 1을 R&D에 다시 쏟아부은 셈이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13%가 늘어났다. 진행 중인 R&D 프로젝트만 152개에 이른다. R&D 비용에는 지난 8월 서비스를 시작한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X를 개발·유지하기 위한 장비, 서버 등 인프라 비용 등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는 지난 8월 R&D 자금 조달을 위해 판교테크원타워 지분 45%를 싱가포르투자청에 매각해 3500억원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도 올 3분기까지 R&D 비용으로 매출의 13.6% 수준인 8063억6000만원을 투입했다. 전년 동기보다 8.6% 늘어난 수치다.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총 R&D 비용은 1조원을 넘겨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카카오는 올 연초부터 AI와 헬스케어 등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사업들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 왔고, 지난 9월 자체 데이터센터도 완공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비용적으로 인력이나 마케팅 분야에서 효율화를 꾀하고 있지만, 그 와중에도 신기술이나 AI 분야에 대한 투자는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업계에선 네이버와 카카오가 AI 시장 주도권과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R&D 투자액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본다. 실제로 양사 경영진은 실적 발표에서 AI 사업 확장 계획을 중점적으로 밝혔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네이버의 생성형 AI 라인업은 서비스 고도화와 업데이트가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며 “B2B(기업 간 거래) 시장에서도 네이버만이 갖고 있는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수익 창출 기회를 발굴해 나가겠다”고 했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이른 시일 내 카카오톡의 오픈 채팅에 결합한 AI 콘텐츠봇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했다.
◇찬바람 게임업계도 R&D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게임 업계도 R&D 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올 3분기 매출 4231억원, 영업이익 165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동기보다 30%, 89% 쪼그라든 수치로, 극도의 부진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3분기까지 매출의 26%인 3470억원을 R&D에 투자했다. 7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는 넷마블은 전년 동기보다 R&D 비용을 약 15% 가까이 줄였지만, 여전히 매출의 30% 가까이를 R&D에 지출하고 있다.
게임 업계에서는 신규 게임을 개발하는 것은 물론, 게임 개발과 게임 내에 첨단 기술을 도입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게임 개발을 위한 자체 AI인 바르코를 지난 8월 공개했고, 넷마블은 AI센터를 운영하면서 버추얼 휴먼을 개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 업체는 지속적으로 고객의 수요가 바뀌기 때문에 R&D 투자를 아낄 수 없다”면서 “실적이 좋지 않다고 R&D까지 줄이면, 결국 시장에서 설 자리가 없어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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