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구독료 올라도… 49% “외식비부터 줄일래요”
떨어져 사는 부모님과 넷플릭스 계정을 공유했던 이모(32)씨는 요즘 고민에 빠졌다. 이달부터 거주지가 다른 이용자와 같이 넷플릭스를 보려면 매달 5000원을 더 내야 한다는 공유 제한 정책 때문이다. 이씨는 “극장 개봉한 영화가 OTT에 나오길 기다리는 중이라 일단 구독을 유지하기로 했다”면서 “영화 한 편을 내려받을 때도 몇 천원씩 내야 하니 가격이 조금 올라도 OTT를 구독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했다.
넷플릭스의 계정 공유 제한에 이어 디즈니·티빙까지 구독료를 인상하면서 ‘스트림플레이션(Streamflation)’이 현실화됐지만, 대다수는 OTT 구독 해지를 망설이고 있다. 본지가 이달 초 SM C&C ‘틸리언 프로’에 의뢰해 20~60대 1007명에게 설문한 결과, 고물가 시대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OTT 구독을 줄이겠다”는 응답자는 19.6%였다. 지출을 줄일 계획이 있는 항목(복수 응답 가능)을 물어보니 외식·배달 음식(49.3%)에 이어 의류(35.5%), 여행·나들이(33%), OTT(19.6%), 전기·가스 등 공과금(17.6%) 순으로 나타났다. 38.6%는 외식·배달 음식을 줄이더라도 OTT는 계속 보겠다고 답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OTT가 음식 못지않은 필수재로 자리 잡은 것이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제작비에 대한 고려도 반영됐다. 직장인 고모(32)씨는 “물가가 안 오른 게 없고, OTT 업계의 적자가 심하니 어쩔 수 없는 수순 같다. 요금 인상은 짜증 나지만, 가족·친구와 계정이 묶여 있어 끊기도 어렵다”고 했다.
이상원 경희대 미디어학과 교수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전 세계 가입자 수는 2억4715만명인 반면, 국내 OTT는 티빙·웨이브·쿠팡플레이를 합쳐도 514만명(월간 활성 이용자 수로 추산)이다. 이 교수는 “똑같이 100억원을 콘텐츠에 투자한다면 가입자 1인당 들이는 비용이 넷플릭스는 40원, 국내 사업자는 1945원으로 약 48배 차이가 난다”면서 “투자 비용은 급증했지만 가입자는 크게 늘지 않았고 국내 OTT는 재투자가 버거운 상황”이라고 했다.
OTT 구독료가 줄줄이 오르자 타인과 계정을 공유할 수 있도록 중개해 주는 서비스가 성행하고 있다. OTT 공동 구독 플랫폼인 ‘링키드’는 넷플릭스의 새로운 요금 정책 발표 이후 신규 가입자가 2배 이상 늘었다. 기존 넷플릭스 이용 고객 중 인상된 요금제로 전환한 비율도 50%에 달했다. 링키드를 운영 중인 김선우 피치그로브 대표는 “실수요자 입장에서 구독을 중단하는 결정적인 요인은 구독료 인상보다는 볼만한 콘텐츠의 유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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