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정체성 살린 미식·휴양 즐기는 전시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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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서울 성수동에서 색다른 행사가 열렸다.
서울에서 '핫 하게' 뜬 전시인데, 이를 기획한 곳은 부산에 거점을 둔 ㈜아트부산이다.
젊은 컬렉터의 시장 진입, 2022년 세계 최대 아트페어 '프리즈'의 서울 입성으로 국내 미술시장 판이 커지며 차곡차곡 포트폴리오를 쌓아온 아트부산 역시 성장 가도에 올라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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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 유수 갤러리 국내 처음 소개
- AI도입 챗도슨트 서비스도 시도
- 작품 감상·구매·배송 앱 개발 시작
이달 초 서울 성수동에서 색다른 행사가 열렸다. ‘디파인 서울’이었다. 특정한 공간이 아닌 세 거점을 엮어 동네 전체를 전시장으로 구성해 주목받았다. ‘전시장에 걸린 작품’이 아니라 ‘작품이 걸려있는 공간’을 전시한 셈. 서울에서 ‘핫 하게’ 뜬 전시인데, 이를 기획한 곳은 부산에 거점을 둔 ㈜아트부산이다. ‘디파인 서울’ 전 과정을 주도한 정석호 이사는 “서울에서 똑같은 거 하나 더 하면서 조금 더 잘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미술 시장 저변을 확대하려면 수요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부분을 건드려야 했다”고 ‘디파인 서울 ’탄생 과정을 설명했다.
정 이사는 아트부산을 만든 손영희 이사장의 아들이지만, 사실 10년 전까지만 해도 미술과 인연이 없었다. 본인 표현에 따르면 “미술 공부를 한 것도 아니고 전시를 보러 간 적도 없다. 해외 미술계 사람을 만나면 언어는 통하지만 대화는 안 되는 상태”였다고. 그런 그가 미술계에 뛰어든 계기가 뭘까. “독일에서 정치학 석사과정을 밟을 때였어요. 베를린에 500개가 넘는 갤러리가 있는데, 정치학이 과연 내가 갈 길이 맞는지 의문이 든 시기에 갤러리·미술관을 다녔어요. 거기선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었죠. 그런데 놀랍게도 10명 중 10명이 모두 부산이라는 도시 자체를 몰랐습니다. 그때 깨달았어요. 한 도시의 글로벌 인지도는 대표적인 건축물이나 문화행사의 인지도에 달렸구나.”
그때부터 정 이사는 ‘아트부산 키우기’에 나섰다. 독일에서 쌓은 인연으로 2019년 유럽의 유수 갤러리들을 국내에서 처음 소개했다. 젊은 컬렉터의 시장 진입, 2022년 세계 최대 아트페어 ‘프리즈’의 서울 입성으로 국내 미술시장 판이 커지며 차곡차곡 포트폴리오를 쌓아온 아트부산 역시 성장 가도에 올라탔다.
그의 관심은 아트부산을 키우는 데 그치지 않고 미술시장 덩치를 키우는 데로 이어졌다. ‘디파인 서울’도 그런 고민 끝에 탄생했다. 1년에 한두 번 하는 페어를 넘어 1년 내내 운영되는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계획도 그 연장선에 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접목해 평범한 사람들이 미술시장에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장벽을 낮추겠다는 것.
“올해 아트부산에서 AI를 도입해 챗도슨트 서비스를 시도했습니다. 페어에 오는 관람객도 대형 갤러리 부스에 선뜻 가서 작품을 문의하기는 사실 어려워요. 이런 심리적 장벽을 깨기 위해 카카오톡으로 작품을 문의하면 AI가 답을 해주면 어떨까 생각한 거죠.”
아트와 IT의 콜라보는 ‘디파인 서울’에선 ‘아트 렌즈’로 구현됐다. 앱으로 작품을 촬영하면 작품과 작가 설명이 튀어나오는 서비스다. 정 이사는 “QR코드 방식도 있지만 가까이 가서 찍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다른 관람객에 작품이 좀 가려도 카메라를 들이대기만 하면 설명을 볼 수 있게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덧붙였다.
플랫폼이 될 앱 개발에도 착수했다. 앱 하나로 작품 감상과 구매 배송까지 이어지는 서비스다. 미술품 구매 과정에서 벌어지는 사기를 원천적으로 막고 진입장벽을 낮춰 미술시장 저변을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현실에서 구현할 ‘무기’인 셈이다. 정 이사는 내년 아트부산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컨퍼런스를 촘촘하고 풍성하게 구성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컨퍼런스에 참석하러 온 김에 전시도 보자고 할 정도로 키워보겠다”고 덧붙였다.
“처음엔 아트부산의 약점을 부산이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부산이라 좋아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부산 정체성을 살리고 문화의 다른 영역과 연계할 수 있을 겁니다. 4, 5일 머무르며 부산에 온 김에 미식·휴양까지 접목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보려고요. 아트부산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걸 만들어 보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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