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다움의 세계화…글로벌 작가 키워 보고파”
- 부산은 해안과 대륙 잇는 접점
- 세계 흐름에 지역 문화자산 접목
- 신진 작가 육성 프로젝트 추진
- 내달부터 시설 대대적 리모델링
- 경계 허문 미래형 미술관 지향
“지역주의와 개방주의가 오묘하게 양립하는 부산의 순기능을 모아 소프트파워로 표출한다면 부산시립미술관이 아시아의 새로운 문화를 선도하고 지역 예술인들의 사랑을 받는 곳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지금이 적기죠.”
지난 7월부터 석 달가량 비어있던 부산시립미술관 수장 자리에 지난달 16일 서진석 신임 관장이 부임했다. 서진석 관장은 가천대와 이화여대 겸임교수를 거쳐 경기도 산하 백남준 미술관장, 울산시립미술관 추진단장 및 초대 관장을 지낸 뒤 부산시립미술관을 이끌게 됐다. 오는 12월 시작하는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부산시립미술관의 미래는 어떨지 서 관장을 만나 물었다.
서 관장은 ‘부산’이라는 도시에 대해 “우리나라 문화예술계가 필요로 하는 니즈(needs)를 가장 잘 성취할 수 있는 지역이다. 기획자로서 욕심, 나아가 우리나라 미술계가 필요로 하는 것을 채워주고 실천할 수 있는 곳”이라고 규정했다. 특히 해안과 대륙의 접점지로 지역주의와 개방주의가 공존하는 점을 강점으로 꼽았다.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세계가 다시 지역주의, 국가이기주의로 돌아가면서 다양한 사회적문제가 생겼습니다. 글로컬리즘(지역성+세계성)을 바탕으로 다양성이 공존하는 ‘메타 세계화’가 중요해졌는데, 이는 문화와 같은 소프트파워만이 할 수 있다고 봐요. 부산은 한국전쟁 시기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포용의 도시였고, 선진 문물을 가장 먼저 받아들인 지역이기도 하죠. 사회적 근대화의 상징 도시가 광주라면, 부산은 문화적 근대화를 상징하는 도시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 같은 생각은 부산다움의 세계화로 연결된다. 부산이 갖고 있는 문화적 자산을 세계적 흐름과 접목하겠다는 것인데, 서 관장은 “매개와 향유의 거래처를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적인 작가의 작품을 들여오는 것은 문화 향유 기회 확대 차원에서 필요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우리가 기획전을 만들어 해외로 보낸 적은 없어요. 수입하면 수출도 해야 균형이 맞춰지잖아요. 예를 들어 부산시립미술관이 지금까지 이우환 미술관을 매개로 그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세계적 작가를 유치하고 시민에게 향유 기회를 줬지 않습니까. 앞으로는 반대로 해외로 나가는 이우환전이 될 수 있는 거죠.”
서 관장의 생각은 글로컬리티(세계화를 의미하는 global과 지역을 의미하는 local의 합성어)와 맥을 같이 한다. 구체적으로 지역 신진 작가의 글로벌 스타 작가 만들기다. “작가 작품 몇 점 소장하고, 전시기회 한번 주는 단기적 일회성 지원은 더는 의미가 없습니다. 작가들로서는 나를 봐주고 키워주는 시스템이 필요하죠. 장기적으로 지역 작가를 세계 미술계에 소개하고 활동 기반을 만드는 작업을 해보려고 합니다.”
리모델링 후 달라질 부산미술관의 모습도 궁금했다. 부산시립미술관은 대규모 리모델링을 위해 다음 달 중순 ‘휴관’한 후 2026년 재개관할 예정으로, 현재 설계작업이 한창이다.
“단지 오래되고 낡아서 리모델링한다는 생각을 넘어서야죠. 예술은 융복합적이고 유동적인 개념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미술관도 고정적이지 않고 유기적으로 변하는, 소리와 빛을 컨트롤할 수 있는 모습을 시도해 보려고요. 안과 밖 경계가 없고, 편의시설도 또 다른 문화예술공간이 될 수 있죠.” 문을 닫은 2년 동안 부산시립미술관은 무슨 일을 하느냐는 질문에 서 관장은 “CPU 4개 달린 컴퓨터를 가지면 뭐 하나. 이를 활용할 OS(운영체제)를 좋은 걸 깔아야 하지 않나”며 “새로운 미술관을 제대로 운영할 소프트웨어 체계를 갖추려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산시립미술관을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고 미래를 선도하는 미술관’으로 만들어 보고 싶다고 했다. “대중적인 시도는 누구라도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선도적인 것을 대중화시키는 건 매우 어렵습니다.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경계가 없는,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이 융합되는 공유의 장이 되는 미래형 미술관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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