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상하원 의원 전원 30여초 기립박수
윤석열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각) 영국 의회에서 영어로 한 연설에서 영국의 세계사적 기여와 수교 140주년을 맞은 양국의 인연을 언급하면서 “이제 양국은 진정한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로 다시 태어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15분에 걸친 이날 연설 제목을 셰익스피어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따 ‘도전을 기회로 바꿔줄 양국의 우정’으로 했다. 윤 대통령은 “영국에 비틀스와 베컴이 있다면, 한국엔 BTS와 손흥민이 있다”며 양국의 문화 예술적 매력에 대한 자긍심과 연대감을 나타냈다. 윤 대통령의 영국 의회 연설은 지난 4월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 이어 두 번째로 외국 의회에서 한 영어 연설이다.
윤 대통령은 “‘의회의 어머니’인 영국 의회에 서게 돼 영광”이라며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등 영국의 세계사적 역할을 언급하며 연설을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1883년 한영 수호통상조약 체결 이래 한국에 온 선교사 존 로스, 언론인 어니스트 베델, 수의학자 프랭크 스코필드 등이 한국 기독교와 독립운동 등에 기여한 것을 언급하며 영국에 대한 감사를 표했다. 윤 대통령은 “1950년 영국은 공산 세력 침공으로 한국의 명운이 벼랑 끝에 몰렸을 때 세계에서 둘째로 많은 8만명의 군대를 파병했다”며 “1000명이 넘는 청년이 알지도 못하는 먼 나라 국민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쳤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연설회장에 초청한 6·25 참전 용사 콜린 태커리씨를 호명하며 “깊은 감사와 무한한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은 영국을 비롯한 자유세계의 도움에 힘입어 기적과도 같은 성공 신화를 써내려 왔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리시 수낙 총리와 체결할) ‘한영 어코드(합의)’를 기반으로 더 개방되고 자유로운 국제 질서를 영국과 함께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또 디지털·인공지능(AI), 사이버 안보, 원전, 방산, 바이오, 우주, 반도체, 해양 분야 등으로 양국 협력이 확장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영국이 제안한 ‘AI 안전네트워크’ 등과 협력해 “AI 디지털 규범 정립을 위한 국제사회의 소통과 협력을 견인하고 디지털 격차를 줄이기 위한 지원을 배가하면서 디지털 혁신을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도전과 응전’을 주장한 영국 역사학자 토인비를 언급하며 “양국이 세상의 많은 도전에 함께 응전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또 “영국이 비틀스, 퀸, 해리포터, 베컴의 오른발을 갖고 있다면 한국엔 BTS, 블랙핑크, 오징어 게임, 손흥민의 오른발이 있다”고도 했다. 영국 영화 ‘러브 액츄얼리’에서 영국 총리가 “영국은 위대한 나라입니다. 셰익스피어, 처칠, 비틀스, 숀 코너리, 해리포터, 데이비드 베컴의 오른발이 있다”고 한 대사를 차용해 양국의 문화 예술적 매력과 연대를 강조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이 “위대함의 대가는 책임감”이라고 한 것을 거론하며 “양국이 인류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기여할 때”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셰익스피어 ‘로미오와 줄리엣’의 한 구절을 인용해 연설을 마무리하겠다”면서 “우리의 우정이 행복을 불러오고 우리가 마주한 도전을 기회로 바꿔주리라”라고 했다.
윤 대통령 연설이 끝나자 상하원 의원들은 전원 기립해 30여 초간 박수를 보냈다. 존 맥폴 상원의장은 윤 대통령이 지난 4월 미 백악관 만찬에서 팝 가수 돈 매클레인의 ‘아메리칸 파이’를 부른 것을 언급하며 “오늘은 노래를 못 들어서 아쉽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연설을 전후해 웨스터민스터궁의 왕립 로빙룸에서 상하원 의장을 포함한 일부 의원들과 환담하고 야당 대표도 별도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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