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영국 의회 연설 “양국 관계 도약 전환점…도전에 함께 응전하자”

유정인 기자 2023. 11. 22. 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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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로 다시 태어난다”
국빈 방미 이어 두 번째로 의회 영어 연설
“영국에 비틀즈, 퀸, 해리포터, 베컴 있다면
한국엔 BTS, 블랙핑크, 오징어게임, 손흥민 있어”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런던의 의회인 웨스트민스터 궁 로열 갤러리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간) “(한·영) 양국은 진정한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로 다시 태어난다”며 “영국과 함께 인류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번영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런던 웨스트민스터 영국 의회에서 연설하면서 “한·영 수교 140주년을 맞이한 올해는 양국 관계가 새롭게 도약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이 외국 의회에서 해당 국가 언어로 연설한 건 지난 4월 미국 국빈 방문 당시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영어로 연설한 데 이어 두 번째다. 대통령실은 앞서 “현지 언어로 연설하는 것은 정치인뿐만 아니라 그 나라 국민의 마음에 다가가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의회의 어머니’인 영국 의회에 서게 돼 매우 영광”이라고 연설을 열었다. 이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질서가 영국에서 태동한 점을 언급하고 “이러한 위대한 영국을 이끌어온 핵심이 바로 영국 의회”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오는 22일 리시 수낵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양국을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는 ‘다우닝가 합의’(한·영 어코드) 문서에 서명한다. 윤 대통령은 이를 통해 “양국의 협력 지평은 디지털과 인공지능(AI), 사이버 안보, 원전, 방산, 바이오, 우주, 반도체, 해상풍력, 청정에너지, 해양 분야 등으로 크게 확장돼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평화는 혼자 지켜낼 수 없다”며 “한국은 영국, 그리고 국제사회와 연대해 불법적인 침략과 도발에 맞서 싸우며 국제규범과 국제질서를 수호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한·미 연합훈련에 영국군이 처음 참여하는 등 국방 분야 협력이 높아지는 점에도 의미를 뒀다. 그는 “영국과 함께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위협에 대처하면서 국제사회의 사이버 범죄에 대한 공조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연설 서두에선 1883년 수호통상조약부터 140년간 이어진 한·영 관계를 두루 언급했다. 특히 한국전쟁 당시 영국이 8만여명을 파병해 1000명 이상이 전사한 점을 들어 “영국군의 숭고한 희생은 한국인들의 기억 속에 영원히 남아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참전용사이자 한국 명예 보훈장관인 콜린 태커리를 연설 현장에 초청해 일으켜 세우며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태커리는 2019년 ‘브리튼 갓 탤런트’ 우승자로도 알려져 있다.

연설에는 영국의 정치·문화·학계 인사들이 두루 등장했다. 윤 대통령은 아놀드 토인비의 ‘문명은 도전과 응전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탄생하고 발전한다’는 발언을 인용해 양국이 “긴밀히 연대해 세상의 많은 도전에 함께 응전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문화 예술 면에선 “영국이 비틀즈, 퀸, 해리포터, 데이비드 베컴의 오른발을 가지고 있다면 한국엔 BTS, 블랙핑크, 오징어 게임, 손흥민의 오른발이 있다”며 짚었다. ‘위대함의 대가는 책임감’이라는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수상의 발언을 들어 양국 협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연설 제목인 ‘도전을 기회로 바꿔줄 양국의 우정’(A friendship to turn our challenges to pure opportunity)도 영국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 중 “우리의 우정이 행복을 불러오고 우리가 마주한 도전을 기회로 바꿔주리라”라는 구절에서 따왔다. 윤 대통령은 이 구절을 인용하며 연설을 마무리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현지 브리핑에서 “(이번 의회 연설은) 수교 140주년 맞아 영국이 혈맹임을 재확인하고 한·영 관계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조망해 한·영 관계 지향점을 대외적으로 천명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런던 |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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