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韓英 함께 도전에 응전…양국 다시 태어난다"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의회 연설에 나서 "역동적인 창조의 역사를 써 내려온 한국과 영국이 긴밀히 연대해 세상의 많은 도전에 함께 응전해 나가야한다"고 역설했다. 140주년을 맞는 한영관계의 과거와 현재를 되돌아보면서 미래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열어가자는 제언이다.
윤 대통령은 21일 오후(현지시간) 영국 웨스트민스터궁 왕립 갤러리에서 '도전을 기회로 바꿔줄 양국의 우정'이란 제목으로 영어 연설을 실시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현지 브리핑에서 "연설 제목은 영국의 대문호 윌리엄 세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에 한 구절을 인용했다"며 "의회 연설은 '우리의 우정이 행복을 불러오고 우리가 마주한 도전을 기회로 바꿔주리라'는 표현으로 마무리되는데 이걸로 제목을 붙였다"고 밝혔다.
우선 윤 대통령은 이날 영국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질서를 태동시키고 이를 전 세계에 전파해 인류 자유와 인권의 신장, 비약적 성장과 번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점, 그리고 그 중심에 항상 의회가 있었음을 언급하면서 연설을 시작했다.
이어 한영관계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모습을 압축적으로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은 유럽 국가 중에서 영국과 최초로 1883년 수호통상조약을 체결했다. 스코틀랜드 출신 존 로스 선교사는 1887년에 최초로 신약성서를 한국어로 번역했고 브리스톨 출신 어니스트 베델 기자는 1904년 '대한매일신보'를 창간하고 36세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한국의 독립에 앞장섰다"며 "공산 세력의 침공으로 대한민국의 명운이 벼랑 끝에 몰렸을 때 영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8만 명의 군대를 파병했고 이들 중 천 명이 넘는 청년들이 알지도 못하는 먼 나라 국민들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쳤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글로스터 1대대가 임진강 설마리 전투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것도 언급하면서 이 부대 출신의 콜린 태커리 옹을 호명했다. 윤 대통령은 "오늘 이 자리에 6.25 전쟁 참전용사이자 대한민국의 명예 보훈장관인 콜린 태커리 옹을 모셨다. 태커리 옹은 2019년 '브리튼 갓 탤런트'의 우승자이시기도 하다. 어디에 계시느냐"며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을 대표해 깊은 감사와 무한한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또 윤 대통령은 영국이 한국의 전후 발전과정에서도 큰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영국은 유엔한국재건단(UNKRA)에 두 번째로 많은 2684만 달러를 출연했고 울산조선소, 고리원자력발전소, 울산공대 설립을 지원하는 등 한국이 신흥공업 국가의 기틀을 다지는 데 크게 기여했다"며 "영국을 비롯한 자유세계의 도움에 힘입어 대한민국은 기적과도 같은 성공 신화를 써내려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새로운 전환점을 맞는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저의 이번 국빈방문 계기에 체결하는 '한영 어코드'를 기반으로 이제 양국은 진정한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로 다시 태어난다"며 "양국의 협력 지평은 디지털·AI(인공지능), 사이버 안보, 원전, 방산, 바이오, 우주, 반도체, 해상풍력, 청정에너지, 해양 분야 등으로 크게 확장돼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연설 후반부는 한영관계 미래에 대한 제언에 집중했다. 윤 대통령은 영국의 역사학자 아널드 토인비의 말을 인용해서 계속 밀려오는 새로운 도전에 양국이 긴밀히 연대해 응전하자고 호소했다.
윤 대통령은 "평화는 혼자 지켜낼 수 없다. 한국은 영국, 그리고 국제사회와 연대해 불법적인 침략과 도발에 맞서 싸우며 국제규범과 국제질서를 수호해 나갈 것"이라며 "또 한영 양국은 원자력을 비롯한 청정에너지 확대를 도모하면서 기후 취약국들의 그린 에너지 전환 노력을 뒷받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의 문화적 경쟁력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우리 양국은 자랑스러운 도전과 응전의 역사를 만들어 온 공통점과 함께 문화예술의 매력도 지니고 있다"며 "영국이 비틀즈, 퀸, 해리포터, 그리고 데이비드 베컴의 오른발을 가지고 있다면 한국엔 BTS, 블랙핑크, 오징어 게임, 그리고 손흥민의 오른발이 있다"고 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도전에 응전해 나가는 과정에서 윈스턴 처칠 전 수상의 '위대함의 대가는 책임감'이라는 말도 인용했다. 윤 대통령은 "이제 우리 양국이 창조적 동반자로서 인류의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기여할 때"라며 "우리는 국제사회의 자유, 평화, 번영을 증진하는데 함께 힘을 모아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효 차장은 "의회 연설은 자유민주주의의 산실인 웨스트민스터 궁에서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우방국으로서 함께 열어갈 미래의 모습을 상징적이면서도 구체적으로 담아내고 있다"며 "특히 한영수교 140주년을 맞이해 양국이 혈맹관계임을 재확인하고 한영관계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조망함으로써 미래 한영관계 지향점을 대외적으로 천명했다는 의미가 있겠다"고 했다.
런던(영국)=박종진 기자 fre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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