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英의회 영어연설 “협력 지평 확장…북핵 위협 등 공동대응”
[헤럴드경제(런던)=정윤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이번 국빈방문 계기에 체결하는 ‘한영 어코드’를 기반으로 이제 양국은 진정한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로 다시 태어난다”며 “양국의 협력 지평은 디지털·인공지능(AI), 사이버 안보, 원전, 방산, 바이오, 우주, 반도체, 해상풍력, 청정에너지, 해양 분야 등으로 크게 확장돼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찰스3세 국왕의 초청으로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영국 의회에서 ‘도전을 기회로 바꿔줄 양국의 우정(A friendship to turn our challenges to pure opportunity)’ 제하의 연설을 통해 “한영 수교 140주년을 맞이한 올해는 양국 관계가 새롭게 도약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영국 의회에서 연설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이날 연설은 약 30분간 영어로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올해 봄 한미 연합훈련에 영국군이 처음으로 참여하기 시작했으며, 한영 간 정보 공유, 사이버 안보 협력 체계가 새롭게 구축되고 있다”며 “영국과 함께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위협에 대처하면서, 가상화폐 탈취, 기술 해킹 등 국제사회의 사이버 범죄에 대한 공조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양국의 교역과 투자는 금융, 유통, 서비스, 생명공학 등에 걸쳐 활발히 이뤄져 왔으며, 2021년 한영 FTA가 발효된 이후 더욱 활성화됐다”며 “이번에 한영 FTA 개선 협상을 개시해 공급망과 디지털 무역의 협력기반을 다져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연설을 시작하며 한영관계의 과거와 현재를 짚었다. 윤 대통령은 “한국은 유럽 국가 중에서 영국과 최초로 1883년 수호통상조약을 체결했다”며 1887년 최초로 신약성서를 한국어로 번역한 존 로스 선교사, 1904년 ‘대한매일신보’를 창간한 어니스트 베델 기자, 1916년 세브란스 병원 수의학자로 한국에 온 프랭크 스코필드 선교사 등을 언급했다.
이어 “1950년에도, 영국은 대한민국의 자유를 수호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며 “공산 세력의 침공으로 대한민국의 명운이 벼랑 끝에 몰렸을 때, 영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8만 명의 군대를 파병했고, 이들 중 1000명이 넘는 청년들이 알지도 못하는 먼 나라 국민들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쳤다”고 했다.
특히, 제임스 칸 중령이 이끄는 영국의 글로스터 1대대는 임진강 설마리 전투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음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의회 연설에 6.25 전쟁 참전용사이자 대한민국의 명예 보훈장관인 콜린 태커리 옹을 직접 모셔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을 대표해 깊은 감사와 무한한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영국은 유엔한국재건단(UNKRA)에 두 번째로 많은 2684만 달러를 출연했고, 울산조선소, 고리원자력발전소, 울산공대 설립을 지원하는 등 한국이 신흥공업 국가의 기틀을 다지는 데 크게 기여했다”며 영국이 한국의 전후 발전 과정에서도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지금 우리는 새로운 도전 과제들에 직면해 있다”며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북한 핵 위협 등 지정학적 리스크와 공급망, 기후 대응, 디지털 분야의 격차 등이 국가 간 경제 격차를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문명은 도전과 응전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탄생하고 발전한다고 했다”며 “역동적인 창조의 역사를 써 내려온 한국과 영국이 긴밀히 연대하여, 세상의 많은 도전에 함께 응전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은 영국, 그리고 국제사회와 연대해 불법적인 침략과 도발에 맞서 싸우며 국제규범과 국제질서를 수호해 나갈 것”이라며 “한국은 영국과 함께 인도 태평양 지역의 정치적 안보와 경제안보를 튼튼히 하는 데 함께 힘을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영 양국은 원자력을 비롯한 청정에너지 확대를 도모하면서, 기후 취약국들의 그린 에너지 전환 노력을 뒷받침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AI를 비롯한 디지털은 오로지 인간의 자유와 후생을 확대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며 “한국 정부는 영국이 제안한 ‘AI 안전네트워크’ 및 유엔의 ‘AI 고위급 자문기구’와 긴밀히 협력해 AI 디지털 규범 정립을 위한 국제사회의 소통과 협력을 견인해 나가고자 한다. 또한, 디지털 격차를 줄이기 위한 지원을 배가하면서 디지털 혁신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역설했다.
문화예술 교류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양국은 자랑스러운 도전과 응전의 역사를 만들어 온 공통점과 함께 문화예술의 매력도 지니고 있다”며 “영국이 비틀즈, 퀸, 해리포터, 그리고 데이비드 베컴의 오른발을 가지고 있다면, 한국엔 BTS, 블랙핑크, 오징어 게임, 그리고 손흥민의 오른발이 있다”고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위대함의 대가는 책임감’이라고 한 윈스턴 처칠 수상의 발언을 언급하고 “이제 우리 양국이 창조적 동반자로서 인류의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기여할 때”라며 “우리는 국제사회의 자유, 평화, 번영을 증진하는 데 함께 힘을 모아 나갈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의 우정이 행복을 불러오고, 우리가 마주한 도전을 기회로 바꿔주리라”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의 한 구절을 인용하면서 연설을 마무리했
yun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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