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영국엔 비틀즈·베컴, 한국엔 BTS·손흥민” 英의회 영어 연설

런던/김동하 기자 2023. 11. 22.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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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런던의 국회의사당인 웨스트민스터 궁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각) 영국 의회에서 영어로 연설하면서 제목을 ‘도전을 기회로 바꿔줄 양국의 우정’이라고 했다. 셰익스피어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의 한 구절을 인용해 “우리의 우정이 행복을 불러오고, 우리가 마주한 도전을 기회로 바꿔주리라”라는 표현으로 연설을 마무리했고, 이 끝부분을 따서 제목을 붙였다.

윤 대통령은 영국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질서를 태동시키고 이를 전 세계에 전파해 인류의 자유와 인권의 신장, 비약적인 성장과 번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점을 언급하며 연설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그런 영국의 중심에 항상 의회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한영관계의 과거, 현재, 미래의 모습을 압축적으로 설명했다.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21일(현지시간)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을 찾아 무명 용사의 묘에 참배하고 있다./뉴시스

윤 대통령은 ‘과거’에 대해 “양국이 1883년 수호통상조약을 체결한 이래 영국인 존 로스, 프랭크 스코필드와 같은 선교사들이 한국의 어려운 이들을 보살피는 데 헌신했고, 어니스트 베델 기자는 ‘대한매일신보’를 창간해 한국의 독립운동에 기여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6·25전쟁에서 영국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8만여 명의 군대를 한국전에 파병한 데 대해 감사를 표했다. 임진강 설마리 전투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제임스 칸 중령이 이끈 글로스터 1대대 출신 콜린 태커리(93)씨를 직접 의회에 모셔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을 대표해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태커리씨는 2019년 영국의 노래 경연 프로그램 ‘브리튼스 갓 탤런트’에서 역대 최고령 우승 기록을 세운 유명 인사다.

윤 대통령은 올해 한영 수교 140주년을 맞이해 이번 국빈 방문을 통해 채택되는 ‘다우닝가 합의(어코드)’를 통해 “한영 양국이 국방·안보, 과학기술, 교역, 인적 교류, 에너지·기후 변화 등 전 분야로 협력을 확대하고 심화하며 양국이 진정한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로 다시 태어났다”고 했다.

영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21일(현지시간) 런던 한국전 참전 기념비에서 영국군 한국전 참전용사들과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연설 후반 한영 관계의 미래에 대해 영국의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 언급을 인용하며 “계속 밀려오는 새로운 도전에 한영 양국이 긴밀히 연대해 응전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정세, 북한 핵위협과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 공급망과 에너지 안보 위기와 같은 지경학적 리스크, 기후 위기, 디지털 격차와 같은 글로벌 현안에 대해 한영 양국이 협력해서 공동 대응하자고 했다.

윤 대통령은 도전에 응전해 나가는 과정에서 처칠 전 수상의 “위대함의 대가는 책임감”이라는 말도 인용했다.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런던 영국 의회에서 연설하고 있다./뉴시스

윤 대통령은 “영국이 비틀즈, 퀸, 해리 포터, 그리고 데이비드 베컴을 가진 나라라면, 한국은 BTS, 블랙핑크, 오징어게임, 그리고 손흥민을 가진 나라”라며 양국이 가진 문화의 매력을 바탕으로 문화 협력과 인적 교류를 활발히 해나가자고 제안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의 영국 의회 연설은 자유민주주의의 산실인 웨스트민스터궁에서 대한민국과 영국이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우방국으로서 함께 열어갈 미래의 모습을 상징적이면서도 구체적으로 담아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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