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미래 강원 노포 탐방] 66. 인제 삼호 숯불갈비

진교원 2023. 11. 22.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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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는 익히고 뼈는 태워야 제맛 떠나간 군인 돌아오게 하는 참숯 돼지갈비
인제읍 소재 35년 전통 숯불 갈빗집
홍천 친구 비법 배워 고스란히 이어와
영하 5도 일주일 숙성 칼집 없는 갈비
깊은 맛 내는 된장·묵은지 찌개 특미
“수십 년 만에 찾아온 군인 가족 반가워”
정씨 월간 순수문학 ‘아버지’ 시인 등단
팬데믹 시대 버티며 제2시집 출간

시(詩)가 흐르는 음식집. 인제읍 소재 삼호 숯불갈비(대표 정순덕·여·66). 지난 1987년부터 영업을 시작한 35년 전통의 갈빗집이다. 역사가 짧은 노포라고 말할 지 모르지만, 그 맛만큼은 오래도록 묵은 김치에서 나오는 진국처럼, 깊은 고기맛을 내는 맛집이다.

■정 씨의 고깃집 인생은 결혼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인제읍 상동4리가 고향인 그는 지난 1986년 원주출신인 남편 박병모(74) 씨와 중매로 결혼했다. 서울서 직장생활을 하는 남편과 함께 신혼 생활하던 중에 남편이 허리가 아파 직장을 못나가게 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 때 인제에서 농사를 짓고 있던 정 씨의 부모가 이들 부부에게 ‘인제에 내려올 수 있느냐’고 물었고, 부부는 고민끝에 인제로 내려오게 됐다.

고향으로 돌아 온 정 씨는 숯불갈빗집을 하게 되는 인연이 우연치않게 열린다. 남편이 어느 날 홍천에서 갈빗집을 하는 친구집에 데려갔다. 평소에는 고기를 한점도 먹지 않는 정 씨가 그 집 갈비는 먹었던 것. 너무 맛있게 갈비를 먹은 정 씨는 인제에서 고깃집을 내기로 마음을 가졌다. 물론, 자본이 없었다. 우여곡절끝에 고깃집을 냈고, 그 홍천 친구가 갈비에 대한 모든 노하우를 전수해 줬다. 정말, 돈 주고도 못 배울 지식을 넘겨 받았다. 삼호 숯불갈비의 은인인 셈이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정 씨의 남편이 고기를 담당하고 있는데, 친구로부터 습득한 고기 선택과 양념 등의 기술을 고스란히 이어가고 있다. 이 집 갈비는 춘천서 만들어 가지고 온다(‘갈비를 뜨다’라고 표현). 과거에는 남편이 직접 고기를 손질했으나 갈수록 종업원 구하기도 힘들고, 남편 건강도 갈비 손질을 감당하기가 벅차기 때문이다. 평균 1주일에 한번 정도 가지고 오는데, 75㎏(150근) 가량으로 영하 5도에서 1주일 숙성기간을 거쳐 판매된다. 이 집의 갈비에는 흔히 말하는 칼집이 없다.

“사실상 홍천 친구가 우리의 직업을 만들어준거죠. 직장을 그만두고 인제에 내려와 막막했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갈빗집을 하게 됐죠. 처음에는 고기를 사다가 직접 갈비를 뜨기도 했지만, 남편도 나이가 들고 힘이 들어 그만두게 됐어요. 하지만 여전히 그 당시 친구가 알려준 비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요. 군인시절에 인제서 근무하다가 우리 집에 들렀던 이들이 수 십년만에 가족과 함께 찾아오는 경우도 가끔 있어요. 반갑고, 감개무량하죠.”

▲ 삼호 숯불갈비 박병모·정순덕 씨 부부.

이 집은 허영만의 백반기행(99회·2021년4월16일)에 이영표 전 국가대표 축구선수가 함께 나왔다. 갈비는 양념이 잘 돼 있어서 참숯에 굽는 고기는 자주자주 뒤집어 줘야 한다. 그래도 고기는 익혀서, 뼈는 태워서 먹어야 제맛이 아닌가. 고기가 싱싱해서 그런지, 아니면 두께가 크게 두껍지 않아서 그런지 부드럽고 맛도 괜찮았다. 간이 너무나 잘 배 있고 짜지 않다. 질긴 부위없고 고기가 부드럽다. 맛간장으로 맛을 낸 돼지갈비 소스는 적당한 단맛이다. 갈비 한점을 소스에 찍어 먹어 보고, 입가심으로 파절이를 먹어보자. 새콤 달콤 맛있다. 얼큰한 된장찌개는 느끼한 속을 확 내려준다. 비빔냉면과 고기 한점은 절묘한 조합이다. 국가대표급 면발이 쫄깃쫄깃하다. 군부대 지역이라 맛은 별로 기대하지 않고 그저 ‘갈비’ 이기만 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찾은 곳일 수 있지만,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가게만큼 맛있는 고깃집이다. 필자는 고기를 볼 줄은 모르지만, 적당히 기름진 것이 나빠 보이지는 않았다. 개인적으로 갈비 중에 색깔이 너무 진한 것과 육질이 연하게 느껴지도록 흠을 낸 갈비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좋아하지 않을 뿐 잘 먹기는 한다만….

또 다른 특미는 묵은지 찌개다. 묵은 지 맛을 내기 위해 돼지고기는 조금만 들어간다. 육수와 고추장, 참기름 등의 조합이 부드러운 맛을 내 준다. 된장찌개도 별미중 하나다. 집에서 직접 담근 막장에 시래기, 육수를 넣어 낸 된장찌개는 옛날 어머니 손맛같은 묵직한 깊은 맛을 낸다. 처음에는 무료로 손님들에게 대접했지만, 가끔 너무 버려지는 것을 보고, 유료화로 전환했다. 밑반찬과 고기, 냉면까지 고루고루 마음에 드는 곳이다. 육질 좋은 삼겹살도 괜찮은 곳이라고 입소문이 났다. 양파장아찌, 어묵볶음, 메추리알소시지조림, 동치미, 파절이, 양배추케요네즈, 상추, 곰취 등과 하늘내린 인제쌀과 하추리 잡곡 누룽지쌀 등을 혼합해 밥을 짓는다. 시래기는 인제농가에서 직접 받는다. 인제에서 종묘사를 하는 남편 동생의 도움이 크다고 한다.

▲ 삼호 숯불갈비 갈비와 된장찌개, 밑반찬.

■정 씨는 시인이다

지난 2003년 월간 순수문학에 ‘아버지’ 등으로 등단했다. 고깃집을 하면서 시간이 날때마다 써 온 시다. ‘아버지’는 한국전쟁 당시를 기점으로 하추리에 살던 가족들이 남북으로 갈려 살게된 연유를 진솔하게 시로 담아내고 있다.

정 씨는 지난 2009년 8월 첫 시집으로 ‘갈대, 그 흔들림의 美學(도서출판 모던)’을 출간했다. “일생에 한권, 꼭 한권만 책을 내리라했던 나의 약속을, 내 인생의 영원한 동반자로 만나 살아 온 남편의 환갑 기념으로 시집을 내놓게 됐어요. 너무 기쁨이었죠. 엄마의 글쓰기를 묵묵히 봐 준 아들, 항상 용기를 준 동네 어르신들 모두에게 감사한 마음이죠. 솜씨없는 우리 집 음식을 맛있게 드셔 준 것처럼, 내 글도 맛있게 읽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죠”라고 그는 말한다.

이어 지난 2022년 3월 제2시집으로 ‘냉이꽃 융단에 앉아(도서출판 채운재)’를 펴 냈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시대를 버티기 위해 시집을 냈다고 한다. 변변한 외출도 못하고, 식당안에서 밖을 내다보며 젖은 손으로 틈틈이 쓴 시들이다. 이들 부부는 슬하에 아들 하나를 두고 있다. 현재 인제축협에서 근무하고 있는 박형균(33) 씨. 아들이 갈빗집을 이어 받기를 종종 심각하게 고심하지만 결혼하면 어떻게 될 지도 모르고, 갈빗집 운영이 너무 힘들어 물려주고 싶은 마음은 없다고 말한다. 돼지갈비와 묵은지찌개 맛집으로 입소문난 집, 삼호갈비의 미래는 운명에 맡겨두고, 인심 좋은 사장님만큼이나 기분 좋아지는 맛을 오래도록 전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진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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