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25주년' 박기영 "이제야 삶과 음악 균형 맞아"[TF인터뷰]
혼란했던 20대와 방황의 30대 지나 25주년 맞아
"아등바등하지 않는 오늘의 내가 자랑스러워"
[더팩트 | 정병근 기자] 1998년 데뷔한 박기영은 '마지막 사랑'과 'Blue Sky(블루 스카이)' 메가 히트로 2000년대 가장 바쁜 가수가 됐다.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자 "짐처럼 여기저기 실려다닌 것"이라고 말하는 박기영의 그 시절은 외로웠다. 음악이 전부고 삶 그 자체였다. 그렇게 25년이 흐른 지금 그는 "이제야 음악과 삶의 균형을 맞추게 됐다"고 말했다.
박기영의 20대는 화려했다. 수많은 곡으로 사랑을 받았고 쉼없이 활동했다. 겉으로 보이는 것은 그랬지만 그 스스로는 "혼란스러웠던 시절"이었다. 그는 "매년 앨범이 나오고 활동을 했다. 활동이 없고 쉬고 있으면 '왜 가만히 있지' 싶으면서 불안하고 이상해졌다. 잘 모르고 어렵고 뭐 때문에 어려운지도 모르겠던 때"라고 돌아봤다.
30대는 방황의 시기다. 이전에도 그랬지만 음악 장르의 폭을 더 넓히며 내실을 다졌고 뮤지컬에도 도전하는 등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했지만 음악 환경이 달라졌고 삶에도 변화가 있었다. 그는 "음악 시장 판도가 바뀌면서 방황도 하고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면서 음악을 계속 할 수 있는 지도 희미했던 시절"이라고 말했다.
방황하던 그를 다잡아준 계기가 있다. 2012년 12월 딸을 낳고 곧바로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에 캐스팅돼 공연을 하던 때다. 딸이 독감에 걸려서 돌보느라 잠도 못 자고 무대에 서야만 했는데 하루는 리허설 때 열이 심하게 나고 목소리조차 제대로 나오질 않았다. 그런데 공연이 시작되고 무대에 딱 발을 내딛자마자 씻은 듯이 괜찮아졌다.
박기영은 "그때 무대를 한참 내려다 봤다. 잊을 수 없는 순간이다. '무대가 내겐 약이구나' 싶었다. 그게 지금도 그렇다. 무대만 서면 정신줄을 놓게 되고 무대를 하고 오면 아이도 더 예뻐보인다"고 말하며 웃었다.
그렇게 이제 40대에 접어들었고 25주년을 맞았다. 매력적인 중저음과 폭발적인 고음으로 이야기를 설득력 있고 다이내믹하게 전달하는 가창력은 더 단단해졌고 영역은 오페라 아리아로까지 뻗어나갔다. 진심을 다한 음악과 무대로 많은 이들에게 감동과 환희를 줬고 때론 위로의 말을 건넸다. 그렇게 지나온 25년이다.
그 진정성 있는 박기영의 지난 세월을 한 번에 돌아볼 수 있는 앨범이 나왔다. 박기영이 지난달 18일 발매한 베스트 앨범 'LOVE YOU MORE(러브 유 모어)'다. 급변하는 트렌드 속에서도 쉼 없이 꾸준하게 또 꿋꿋이 자신의 음악을 만들고 노래해 온 그녀는 자신의 25년의 기록을 앨범에 오롯이 담아냈다. 무려 16곡을 2장의 LP에 수록했다.
앨범은 '시작' '마지막 사랑' '산책' 'Blue Sky' '나비' '그대 때문에' 등 그간 많은 사랑을 받은 박기영의 노래들로 채워졌다. 단 한 곡만 다른 가수의 곡을 리메이크했는데 신효범의 '난 널 사랑해'다. 박기영은 자신의 곡이 아닌 신효범의 곡을 타이틀곡으로 했다. 박기영은 "그게 타이틀이어야만 했다. 그 곡이어야만 했다"고 말했다.
박기영은 베스트 앨범을 준비하면서 그간 발표했던 곡들을 천천히 쭉 들어봤다. 그는 영광에 취하기보다 '운이 좋았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좋아서 음악을 했을 뿐인데 많은 사랑을 받은 것에 감사해하는 마음이 읽혔다.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혼란스러운 시기도 있었고 여러 생각들이 들다가 제가 부른 노래에 달린 댓글들을 봤어요. '노래 해주셔서 감사해요', '너무 영광이고 행복이고 얼마나 고마운 줄 모르겠다' 그런 댓글이 많았어요. 정말 난 널 사랑해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 곡이 타이틀곡이어야만 했어요."
박기영이 이 앨범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재현'이었다. 그때 그 시절의 목소리와 창법으로 노래한 것. 이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만 박기영은 그 시절을 팬들에게 다시 들려주고 싶었다.
"지금의 내가 예전 곡을 부르는 건 이미 많이 했잖아요. 재지한 편곡으로 선보이기도 했고 어쿠스틱으로 해서 밴드 버전으로도 불렀고 록 버전도 있고 다 들려드렸어요. 팬의 입장에서 25년이 된 뮤지션의 음악을 내가 듣는다면 뭘 듣고 싶나 생각해 봤어요. 그러다 원곡을 듣고 싶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시절을 재현하려고 했어요."
그렇다면 얼마나 그 시절을 재현하는 데 성공했을까. 박기영은 "90프로는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족도는 다시 들으면 뭔가 또 아쉽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정말 한땀한땀 녹음했어요. 원래 한 번에 녹음하는 스타일인데 '시작'이랑 '마지막 사랑'은 특히 더 그랬어요. 그때가 스무살 때인데 그때만 갖고 있는 느낌이 있잖아요. 기량을 떠나서 어릴 때의 풋풋한 느낌, 그때의 호흡과 리듬감을 찾아야 했어요. 마치 익은 곡식이 다시 새싹이 돼야 하는 과정이었죠."
이 앨범에서 눈여겨 볼 건 또 있다. 메이크업도 거의 하지 않은 얼굴, 크게 꾸미지 않은 상태로 촬영한 사진들이다. 자신의 음악을 사랑해주는 이들에게 가장 진솔하게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반영된 것. 20대와 30대를 재현한 음악들과 더불어 어느새 40대가 되고 25주년을 맞은 박기영의 지금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다.
박기영의 25주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난 8월 발매한 일렉트로닉 앨범 'Magictronica(매직트로니카)'와 10월 발매한 베스트 앨범 'LOVE YOU MORE'와 함께 박기영의 25년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 바로 크로스오버 앨범이다. 이미 상당히 진행된 상태고 곧 만나볼 수 있다.
예전의 박기영이라면 25주년인 올해 3개의 앨범을 어떻게든 다 해치웠겠지만 지금의 박기영은 여유가 생겼다. 25년이라는 숫자에 연연하지 않고 지금을 마음껏 즐기고 있다. 박기영은 "천천히 주변을 보면서 가고 아등바등하지 않는 오늘의 내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런 삶의 균형은 25주년을 넘어 그 다음을 더 기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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