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 심의 근거가 '사회적 혼란 야기'? 고개 젓는 방심위 직원들

박성동 기자 2023. 11. 21.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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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의적 심의 기준 '사회적 혼란 야기']
가짜뉴스 규제에 법적 정당성 문제
심의센터 파견 직원들은 업무 꺼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가짜뉴스(허위조작콘텐츠) 신속심의센터’(심의센터)를 만든 지 두 달째, 직원들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이른바 ‘가짜뉴스’ 규제에 대한 법적 정당성 문제로 센터에 파견된 직원들은 업무를 꺼리고, 다른 직원들은 이를 지지하는 분위기다. 자의적인 기준으로 이미 여러 차례 문제가 돼 온 ‘사회적 혼란 야기’가 센터의 심의 근거로 사용됐다는 점도 직원들이 반발하는 배경이다.

심의센터에 지난 17일까지 접수된 심의 민원은 900여건이다. 방송이 428건, 통신이 483건으로, 온라인 게시물뿐만 아니라 인터넷 기사도 많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실제로 심의가 이뤄진 건 지금까지 뉴스타파 홈페이지와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보도 두 건이 전부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 운영 한 달 만인 지난 10월23일 신속심의 절차를 강조하며 부서명을 ‘가짜뉴스(허위조작콘텐츠) 신속심의센터’로 바꿨다. 사진은 지난 9월26일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 개소식 현장.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공

심의센터 팀장을 제외한 평직원 4명 전원은 지난 2일 “불명확한 책임 소재와 월권적 업무행태”가 계속되고 있다며 원래 부서로 돌려보내 달라고 노조에 고충을 접수했다. 인터넷 기사 심의는 법령상 근거가 없는데 섣불리 안건으로 올렸다가 자칫 법적 책임을 지게 될까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뉴스타파 보도 심의도 사무국의 다른 부서를 통해 상정됐다. 심의센터 직원 파견에는 의견 청취나 모집 등 절차는 이뤄지지 않았다. 인사이동은 주말을 포함한 심의센터 개소 나흘 전 결정됐다.

14일에는 전체 평직원 200명 중 150명이 연대 서명에 나서기도 했다. 심의센터 직원들의 고충에 공감하며 복귀가 이뤄지더라도 새로운 직원을 그 자리에 다시 파견 보내지 말라는 내용이다. 앞서 지난달 6일에는 직급상 노조 가입 대상이 아닌 팀장 11명이 내부망에 ‘가짜뉴스 심의’에 우려를 밝히는 의견서를 올리기도 했다. 심의센터 직원 4명의 고충 사안과 관련해 노사가 고충처리위원회를 열었지만 합의하지 못했고, 실국장급 간부로 구성된 인사위로 넘겨져 22일 다시 논의될 예정이다.

법적 근거가 약한 심의에 대한 우려는 여권 추천 방심위원들 사이에서도 있었다. 결국 방심위는 뉴스타파 보도를 삭제나 접속차단하는 대신 뉴스타파가 설립을 신고한 서울시에 언론사 등록을 취소할 수 있는지 검토를 요청하기로 지난 8일 의결했다.

심의센터가 뉴스타파 보도에 ‘신속심의 중’ 표시를 붙이도록 포털 사이트에 요청한 것도 내부 비판을 받는다. 관계기관에 자율규제를 요청할 수는 있지만 실상 가짜뉴스 낙인찍기에 가깝다는 것이다. 실제 네이버는 뉴스타파 인링크(포털 안에서 유통) 기사에 6일부터 사흘 동안 ‘신속 심의 중’ 표시를 올렸다. 심의센터는 의결 이후에도 ‘지자체에서 신문법 위반 검토’ 같은 표시를 하도록 안내하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방심위는 심의센터의 기능과 역할이 분명하고 합법적이라는 입장이다. 서면 답변에서 방심위는 “가짜뉴스라고 하여 별도의 심의 기준이나 규정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며 기존 규정에 따라 공정성이나 객관성 등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중대한 사안을 가려내 앞서 들어온 심의 민원보다 먼저 심사하게 ‘신속심의’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심의센터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방심위는 “다음 주부터 접수 건들을 처리해 나갈 예정”이라며 “신속심의 대상으로 채택되지 않은 건들은 각 심의부서에 이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직원들은 심의센터가 ‘사회적 혼란 야기’를 뉴스타파 보도의 심의 근거로 삼은 것을 문제의 핵심으로 지적한다.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 규정’은 사회통합이나 사회질서를 저해하는 정보로 도박이나 미신 숭배, 자살 권유, 성매매 알선 등과 함께 ‘그 밖에 사회적 혼란을 현저히 야기할 우려가 있는 내용’을 심의할 수 있게 규정돼 있다.

문제는 ‘사회적 혼란 야기’를 근거로 한 심의가 여러 차례 정치적 논란이 됐다는 점이다. 2015년 ‘세월호를 수입한 것이 국가정보원’이라며 국정원 개입설을 주장한 게시글, 이듬해 ‘사드 전자파가 꿀벌 활동을 교란해 참외 농사를 망친다’는 게시글이 이 기준에 걸려 삭제됐다.

탁동삼 디지털성범죄심의국 확산방지팀장은 심의센터 개소 전날 A4 10쪽 분량 입장문을 내부망에 올려 “비판적인 인터넷 정보를 삭제하기 위해 ‘사회혼란 야기’를 근거로 우리 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하던 시절이 있었다며 이 때문에 “위원회는 정권의 도구라는 사회적 비판을 끊임없이 받았다”고 비판했다.

탁 팀장은 또 허위사실유포죄는 2010년 이미 위헌결정을 받았다며 이런 원칙이 방심위에도 적용돼야 한다고 적었다. ‘사회적 혼란’이 규제의 기준이 될 만큼 구체적이지 못해 위헌적이라는 비판은 꾸준히 제기됐다.

한편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심위가 인터넷 기사도 합법적으로 심의할 수 있게 하는 ‘통합심의법’ 제정을 준비 중이다. 다만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과 도입 목표 시기 등에 대해서는 공개하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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