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英 최고수준 동맹에 맞게…에너지·경제 동맹도 격상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방문을 계기 삼아 한국과 영국 양국이 에너지와 통상 등 경제동맹을 강화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제사회에 제안한 CFE(무탄소에너지) 구상에 원전 종주국인 영국이 동참하는 한편, 신규 원전부터 사용 후 핵연료 처분까지 전(全)주기에 걸친 원전 협력도 강화한다.
2019년 영국의 EU(유럽연합) 탈퇴를 계기로 시급하게 체결했던 FTA(자유무역협정)은 최고 수준으로 격상한 양국 동맹의 수준에 맞게 한층 업그레이드를 할 방침이다. 공급망에서 탈(脫) 유럽화를 진행 중인 영국에 우리 기업의 진출로를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21일 정부에 따르면 우리 산업통상자원부는 영국 에너지안보·탄소중립부와 CFE 이니셔티브 추진에 대한 공감대를 확인하고 CFE 협력 확대를 위한 '청정에너지 파트너십'을 체결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월 유엔(UN)총회에서 제안한 'CFE 이니셔티브'에 미국에 이어 영국까지 동참한 셈이다.
영국은 1956년 세계 최초로 상업용 원자로를 만든 '원전 종주국'이면서도 지난해 기준 13.8GW(기가와트)에 달하는 세계 2위 규모의 해상풍력 설비용량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다. 원전과 재생에너지, 수소 등 다양한 무탄소에너지의 조합인 CFE를 추구하는 영국의 가세로 우리 정부의 CFE 이니셔티브도 한층 설득력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영국은 2020년 15% 수준인 원전 발전 비중을 2050년 25%, 24G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지난 7월 원자력청을 신설하고 신규원전 건설을 준비 중이다. 2030년까지 해상풍력은 50GW로, 수소 생산능력은 10GW로 확대한다고 선언했다. CFE를 앞세워 무탄소전원을 추진 중이고 수소경제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는 우리 정부와 협력 여지가 크다.
원전 협력과 관련해 양국 정부는 △신규 원전 건설 △핵연료 △운영·정비 △원전해체 △방사성폐기물 등 원전 전 주기에 걸쳐 포괄적 협력관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양국은 물론 제3국에서까지 대형원전과 SMR(소형모듈원전), 첨단원전의 개발을 위해 협력 기회를 모색한다.
양국은 원전 관련 정부 1건 민간 8건 등 총 9건의 MOU(양해각서)도 체결했다. 한국은 원전건설, 기자재 제작 등에 강점이 있고 영국은 원전해체, 핵연료 분야에 경쟁력이 있어 '윈윈'이 가능하다는 게 산업부의 설명이다. 영국 측의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받아 향후 시장 진출에 필수적인 노형인증 취득기간을 5년에서 4년으로 단축하고 10%이상 비용절감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해상풍력 분야에서도 양국은 정책 및 전문가 교류 확대 등을 내용으로 하는 해상풍력 협력 MOU를 체결하고 해상풍력 정책 대화로 협력 가능 분야를 모색하기로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영국과의 청정에너지 파트너십 체결을 통해 정부가 핵심 과제로 추진 중인 CFE 이니셔티브의 글로벌 확산이 추진력을 얻을 것"이라며 "원전 협력과 관련해서도 영국과 협의해 제6차 원전산업대화체를 조속히 열고 양국 기업·기관 간 신규원전 협의 추진을 지원하는 등 후속조치에 만전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영국과 FTA 개선협상으로 대(對) 영국 수출 확대의 발판으로 삼는다는 구상도 내놨다. △핵심 소재·부품 등의 통관절차 간소화 △청정에너지·바이오경제 분야의 기술장벽 제거 및 투자 증진 △자유로운 국경 간 데이터 이전 △전자적 전송물의 무관세 영구화 △무관세 수출을 위한 원산지 기준 개선 등을 추진한다.
품목 기준으로는 △자동차·자동차부품 △화학제품 △전력기자재 등 우리 주력 수출 품목이 협상 테이블에 올라갈 전망이다. 정부는 한영 FTA의 원산지 규범에 의해 구축된 공급망을 우리 업계에 유리한 방향으로 활용·개선할 수 있도록 협상한다는 방침이다.
우리 정부는 수출 잠재력이 큰 친환경차에 대한 공급망 강화가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의 영국 상대 수출 규모는 2018년 1461대에서 지난해 3만2558대로 급증했다. 현대·기아차 등 우리 완성차 업계까 전동화 모델 사업비중을 키우고 있고 2030년 이후 영국 내 신규 내연기관차 판매가 금지되는 만큼 영국 상대 친환경차 수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산업부는 이에 대해 "한영 양국이 '윈윈'하는 통상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 무역 공급망은 탈EU현상이 시작되고 있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영국의 대(對)EU 수입은 연평균 3.1% 감소한 반면 비(非)EU권에서의 수입은 연평균 4.6% 증가했다.
영국이 수출입하는 주요 품목 중 자동차·자동차부품, 무선통신기기 등은 EU 수출과 수입이 모두 감소하는 등 공급망의 탈EU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바꿔말해 우리 기업이 영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 것이다. 정부는 FTA 개선협상과 첨단 산업 협력을 통해 대영 수출이 늘어날 수 있도록 공급망을 확대·강화한다는 목표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영 FTA 개선협상에 공급망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담아 우리 기업의 대영 수출에 기여할 것"이라며 "우리 기업의 수출과 투자 확대에 기여하는 FTA 공급망 구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최민경 기자 eyes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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