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두’ 곤두박질의 교훈…‘먹튀 상장’ 예방해야 미래 기업들 빛 본다[박동흠의 생활 속 회계이야기]
대개 이익을 실현 중인 비상장 기업들이 사업자금을 조달받기 위해 상장을 추진한다. 그렇다고 반드시 이익을 내야만 상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코스닥 상장 규정에는 기술력과 성장성을 갖추었다면 적자기업도 상장이 가능하도록 여러 특례조항을 마련하고 있다.
이들 기업에 대한 상장심사는 주로 기술력과 성장성 등 질적인 부분에 대한 평가 위주로 이루어진다. 심사가 통과되면 1주당 발행가격을 정해 청약 절차에 돌입할 수 있다. 이익을 실현 중인 기업의 1주당 가격 결정은 크게 어렵지 않은데 적자기업은 미래 손익을 추정해야 하기 때문에 산정 방법이 다소 복잡하다.
예를 들어 최근에 1주당 100원의 이익을 낸 기업이 상장을 진행하는데 이미 상장한 동종업계 기업들의 주가가 1주당 순이익 대비 10배로 형성된다면 이 상장 예정 기업도 1000원 근처에서 주식 발행가격이 결정된다. 그런데 이익 미실현 기업은 최근 실적 기준으로 주식 발행가격을 결정하면 음수(-)가 되기 때문에 이 방법을 쓸 수 없다.
그래서 이익 미실현 기업은 미래 손익을 추정해 공모가격을 산정한다. 예를 들어 지금은 적자지만 2년 뒤에 1주당 100원의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면 100원을 현재가치로 환산한 후에 비슷한 상장 기업들의 1주당 순이익 대비 주가 배수를 적용하는 것이다.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기는 한데 투자를 많이 받고 싶어 미래 손익을 긍정적으로 추정하는 문제점도 있다.
지난 7월 말 파두라는 반도체 기업이 상장 절차를 진행했다. 이익 미실현 기업이라 기술성장기업 상장 특례요건에 따라 절차를 밟았는데 1주당 공모가격을 3만1000원으로 책정해 총 1948억원의 사업자금을 조달받았다.
공모가격은 2023년부터 3년간 매출액이 1203억원, 3715억원, 6195억원이 될 것이고 많은 순이익이 발생한다는 추정하에 산정되었다. 올해 1분기 매출액이 177억원에 불과하지만 나머지 3분기 동안 1203억원을 다 채울 수 있다는 가정하에 투자설명서가 작성됐다.
최근 파두가 실적을 공시했는데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이 고작 180억원밖에 안 된다고 한다. 3분기에 3억2000만원, 2분기에는 겨우 5900만원어치밖에 못 팔았다. 파두의 실적이 알려진 날 주가는 하한가로 직행했다. 그다음 날도 20% 넘게 빠지며 단 이틀 만에 거의 반토막 가까이 났다.
7월 말에 상장 절차를 진행하면서 2분기 매출액이 5900만원일 정도로 좋지 않으면 긍정적으로 추정했던 손익 부분을 수정하거나 다른 보완책을 냈어야 하는데 그냥 밀어붙였으니 투자자들로부터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회사의 신뢰도와 기업가치가 떨어진 것보다 더 큰 문제는 상장을 준비하는 다른 이익 미실현 기업들에 불똥이 튄다는 것이다. 아무리 사업 내용과 성장성이 좋아 보여도 이렇게 투자자들이 호되게 당하는 사례가 나오면 외면받기 십상이라 상장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좋은 비상장 기업들이 빛을 못 보고 사라지면 국가적인 손해이기 때문에 이익 미실현 기업 상장특례 제도는 유지되는 것이 맞다. 다만 파두처럼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당국에서는 제도를 더 정비해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업공개(IPO)는 회사와 투자자 모두가 윈윈해야 하고 이익 미실현 기업은 완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먼저 투자를 받았으니 더욱 투자자를 존중하고 위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나라 스타트업 생태계도 커질 수 있다.
박동흠 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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