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망 먹통, 중소기업 기술력 탓? 희생양 찾기 바쁜 여당

임지선 2023. 11. 21.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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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서류 발급은 물론 은행 거래까지 장시간 마비된 초유의 '행정망 먹통' 사태에 대해, 여당인 국민의힘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책과 중소 정보기술(IT) 업체 기술력을 걸고넘어져 논란이 인다.

자산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은 국가기관이 발주하는 소프트웨어 사업에 참여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는 점을 내세워, 이번 행정망 먹통 사태가 중소기업의 낮은 기술력 때문에 발생했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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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윤재옥 “대기업의 공공 SW 참여 제한이 문제”
정부 고위 관계자 “희생양 삼기, 나가도 너무 나가”
대기업 관계자도 “정부가 소프트웨어에 돈 안 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에 정부 행정전산망 장애 복구 현장점검을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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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서류 발급은 물론 은행 거래까지 장시간 마비된 초유의 ‘행정망 먹통’ 사태에 대해, 여당인 국민의힘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책과 중소 정보기술(IT) 업체 기술력을 걸고넘어져 논란이 인다. 이번 사태와 관련성이 낮은 ‘공공 소프트웨어 시장의 대기업 참여 제한’ 제도를 문제 삼으며 엉뚱한 곳에 책임을 돌리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분야 대기업은 물론 해당 제도를 관리하는 과기정통부에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번 마비 사태와 관련해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첫번째 문제가 대기업의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 참여 제한”이라고 주장했다. 행정안전부 내에서도 정부 네트워크 시스템에 대기업 참여를 열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자산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은 국가기관이 발주하는 소프트웨어 사업에 참여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는 점을 내세워, 이번 행정망 먹통 사태가 중소기업의 낮은 기술력 때문에 발생했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대기업의 참여 제한은 대-중소기업 양극화 해소 등의 목적으로 2013년 도입된 제도다.

이런 주장에 해당 제도를 운영하는 과기정통부는 당혹감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구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네트워크 장비 교체나 업데이트 등의 문제는 시간과 장소 등 기본만 잘 지켰으면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왜 이번 사태를 중소기업-대기업 문제로 끌고 가려는지 모르겠다”며 “주무 부처인 과기정통부가 황당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의 참여 제한 제도를) 이번 사태의 희생양으로 삼으려고 하는 것 같은데, 나가도 너무 나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스템통합(SI) 분야 대기업들도 생뚱맞다는 반응이다. 4대 그룹 계열 시스템통합 업체 관계자는 “행안부와 여당이 얘기하는 대기업 참여 제한 문제는 근본 해결책과는 거리가 멀다. 국가 정보화 정책 방향이 실종된 채 기존 시스템 유지·보수도 지방자치단체별로 제각각 하는 등 배(국가 정보화)를 이끌 선장이 없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도 “대기업 참여 제한을 푼다고 해도, 정부 역량이 떨어지고, 소프트웨어에 돈을 쓰지 않으려 하는 정부 탓에 선뜻 사업에 참여할 대기업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발을 막으려면 정부가 서둘러 장애 발생 원인을 국민이 납득할 만한 수준으로 설명하고 보상안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사태 초기 대응부터 원인 규명조차 못 하고 있는 현재까지, 행안부의 관리 역량 부실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며 “카카오 먹통 사태 때, 정부가 중대재해에 준하는 굉장히 심각한 상황으로 인식해 카카오에 엄격한 기준을 제시했듯,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책임 규명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카카오톡 먹통 사태나 올해 초 엘지유플러스(LGU+) 장애 사태 당시, 해당 업체에 강도 높은 원인 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한 바 있다. 특히 해당 업체들은 주말까지 장애 발생 시간에 넣어 보상 방안도 내놨다. 현재 행안부는 정상화 시점이 월요일 아침인데도 주말은 빼고 ‘금요일 하루’만 장애가 발생한 것으로 설명하고, 보상안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고 있다.

임지선 박지영 신민정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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