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컷 설쳐”…또 뒷목 잡는 민주당
이재명 “부적절 언행, 무관용 대처”…여 “사과해야” 맹비난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윤석열 정부를 향해 “암컷이 나와서 설친다”고 말한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발언으로 추정된다. 여성 비하 발언이라는 비판이 당내에서도 제기됐다. 당 지도부는 최 전 의원에게 경고 조치했다. 비이재명(비명)계 의원 모임인 ‘원칙과 상식’은 최 전 의원에 대한 징계를 촉구했다. 이재명 대표는 “관용 없이 엄정하게 대처하겠다”며 징계를 시사했다.
최 전 의원은 지난 19일 광주에서 열린 민형배 민주당 의원의 북콘서트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사회를 맡은 박구용 전남대 철학과 교수가 ‘이제 검찰공화국이 됐다고 봐야 하느냐’고 묻자 최 전 의원은 “공화국이라는 말은 그런 데다 붙이는 게 아니다”라며 “공화국도 아니고 ‘동물의 왕국’이 됐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박 교수가 이어 “<동물농장>(조지 오웰의 소설)이라는 책을 보면, 지금의 정치하고 거의 비슷하다”고 말하자 최 전 의원은 “<동물농장>에서도 보면 암컷들이 나와서 설치고 이러는 건 잘 없다. 그걸 능가하는 데서…”라며 윤석열 정부를 겨냥했다. 최 전 의원은 “암컷을 비하하는 말은 아니고 ‘설치는 암컷’을 암컷이라고 부르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최 전 의원 발언에 무대에 있던 김용민·민형배 의원은 함께 웃었다.
최 전 의원은 또 “윤석열 일가로 표상되는 이 무도한 정권의 가장 강력한 가해자가 되는 길을 가고 싶다”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 짐승들을 길들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박 교수가 “술도 안 마시면서 이렇게 과격한 말을 하느냐”고 하자 최 전 의원은 “할 줄 아는 게 술 먹는 것뿐인 놈보다 훨씬 낫다”고 답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계파를 막론하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원칙과 상식’은 입장문을 내고 “지금이라도 당 윤리심판원은 최 (전) 의원 징계 재심에 대한 결론을 내리고, ‘암컷’ 발언에 대해 민주당의 전 의원으로서 엄중한 징계절차에 착수해야 한다”고 했다. 친이재명(친명)계 정성호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 ‘구화지문’ 입은 재앙이 드나드는 문이고, ‘설참신도’ 혀는 몸을 베는 칼”이라고 적었다. 한 민주당 의원은 기자에게 “(최 전 의원은) 왜 그렇게 성인지 감수성이 떨어지는지 모르겠다”며 “분노에 의해서 정치를 하면 안 된다. 그런 세력들은 정치를 그만둬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입장문을 통해 “조정식 사무총장은 최 전 의원의 발언을 ‘국민들에게 실망과 큰 상처를 주는 매우 잘못된 발언’이라고 규정하고 최 전 의원에게 엄중하게 경고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국민의 공복인 정치인은 언제나 겸허하게 국민을 두려워하고 섬겨야 한다”면서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으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으실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국민의 공복으로서 부적절한 언행에 대해서는 관용 없이 엄정하게 대처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최 전 의원은 이날 지도부의 경고 조치 이후 SNS에 “It’s Democracy, stupid!”(이건 민주주의야, 멍청아!)라고 적었다.
국민의힘은 맹비판했다. 김기현 대표는 SNS에 “잊힐 만하면 습관처럼 다시 도지는 민주당의 막말 본능과 비하 발언이 국민을 분노케 한다”며 “ ‘암컷’ 운운하며 여성을 싸잡아 모욕하는 행태가 과연 정상적인 사고에서 나올 수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윤희석 선임대변인은 논평에서 “최 전 의원은 국민 앞에 진심으로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순봉·조문희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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