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부자 ‘세금 감소’ 웃고…서민들 ‘복지 축소’ 울 수도
임대사업자들은 역전세 우려…토지 보상 때 불리할 가능성
보유세 줄면 세수 타격…전문가 “현실화 목표 빨리 내놔야”
내년도 공시가격에 적용하는 현실화율이 2020년 수준으로 동결되면서 올 상반기 신고가를 기록한 강남의 일부 주택 보유자들은 보유세 부담이 낮아졌다. 하지만 보유세 세수가 감소하는 만큼 정부의 재정 여력이 줄어 무주택 서민들이 장기적으로 복지 축소를 겪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재수립방안’은 사실상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로드맵 폐기 선언으로 받아들여진다. 정부가 이날 확정한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 69%는 ‘2035년까지 90%’를 목표로 진행된 문 정부의 현실화 로드맵이 본격 가동하기 전의 수치다.
시장 일부에서는 2011~2020년 현실화율이 연평균 3.02% 올랐던 만큼 내년 현실화율은 올해보다 상승한 70%대가 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올해 세수결손이 커지면서 정부가 긴축재정에 들어가는 등 재정에 대한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화율이 올해와 같은 69%로 고정되면서 집값이 오른 고가주택 보유자들은 혜택을 보게 됐다.
지난 8월 53억원에 거래돼 직전 최고가(2019년 11월 36억원)보다 17억원이 뛴 압구정동 한양3차(전용면적 161㎡) 등이 대표적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압구정역기업금융센터 부지점장은 “특정 단지별 공시가를 정확히 파악하긴 힘들지만 시세가 급격히 오른 상황에서 현실화율이 고정되면 시세와 공시가가 벌어지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반면 다세대·연립 주택 등을 보유한 기존 임대사업자들은 공시가 현실화율이 고정되면서 역전세 우려가 커졌다. 이들은 최근 공시가가 낮아진 상황에서 보증보험 문턱까지 높아져 세입자를 구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김연희 전국임대인연합회 부회장은 “전세보증보험 가입 기준이 공시가격 150%에서 126%로 강화된 데다 공시가격도 낮아지면서 전세를 사실상 10년 전 기준으로 맞춰야 세입자를 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공시가는 토지 보상 등 각종 산정에도 쓰인다. 박합수 건국대 겸임교수는 “김포한강, 평택 등 신규 택지에 땅을 가진 사람들은 토지 보상을 받을 때 쓰는 감정평가에서 공시가를 적용하기 때문에 불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공시가 하락으로 인한 세수 감소는 구체적 숫자로 드러난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종합부동산세 세수가 1조원가량 줄고, 내년에는 1조6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공시가 하락, 보유세 과세표준을 정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 최저 수준(60%) 유지, 여기에 주택가격 하락까지 모두 맞물린 결과다.
2020년 기준 총조세 대비 보유세 비중은 5.17%에 달해 보유세가 줄어들수록 전체 세수에 미치는 영향이 커진다.
최현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 보면 공시가 하락은 복지 수혜 대상을 늘리기 때문에 민원이 안 나올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세수 감소로 정부의 복지 확대 여력을 줄여 무주택 서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공시가 현실화 목표가 조속히 나와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가 그때그때 현실화율을 결정하는 주먹구구식 산정 방식은 세제 불안정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이는 세금을 법률로 정하는 조세법률주의에도 맞지 않다.
윤지원·심윤지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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