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40개 의대 증원 수요 조사 “2030학년도 최대 4000명 희망”
의협 “졸속·부실·불공정 조사”
전국의 40개 의과대학이 2025학년도 입시에서 증원을 희망하는 정원 수요가 2151명에서 2847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 대학은 이후에도 지속적인 확대를 희망해 2030학년도에는 최대 4000명에 육박하는 증원 수요를 제출했다. 현재 의대 정원(3058명)의 두 배 이상이다.
보건복지부는 21일 의대정원 확대 수요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수요조사는 복지부가 지난달 19일 발표한 ‘필수의료 혁신 전략’의 후속 조치로, 복지부와 교육부는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9일까지 2주간 전국의 40개 의과대학을 대상으로 확대 가능한 정원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수요조사를 했다. 40개 대학은 모두 증원 수요를 제출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바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 수요조사 결과를 토대로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을 일방적으로 발표하면 파업 등 강경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수요조사 결과 전체 의대에서 제시한 2025학년도 증원 수요는 최소 2151명에서 최대 2847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각 대학은 2030학년도까지 정원의 지속적인 확대를 희망했다. 2026학년에는 최소 2288명에서 최대 3057명, 2027학년 최소 2449명에서 최대 3419명, 2028학년 최소 2649명에서 최대 3696명, 2029학년 최소 2719명에서 최대 3882명 증원을 희망했다. 최종적으로 2030학년에는 최소 2738명에서 최대 3953명 증원 수요를 제출했다.
최소 수요는 각 대학이 교원과 교육시설 등 현재 보유하고 있는 역량만으로 충분히 양질의 의학교육이 이뤄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바로 증원이 가능한 규모를 의미한다. 최대 수요는 대학이 추가 교육여건을 확보하는 것을 전제로 제시한 증원 희망 규모다.
현재 의대 정원은 2006년부터 18년째 3058명으로 묶여 있다. 정부는 애초 1000명 안팎의 증원을 고려했는데 이번 조사에선 그보다 2~3배 이상의 수요가 나왔다. 다만 이번 결과는 각 대학들의 희망 사항일 뿐 실제 증원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결과는 각 대학의 희망 수요를 단순 취합한 총 규모이다. 대학별·권역별 수요는 따로 공개하지 않았다.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의학교육점검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금 실제로 증원할 규모와 배분기준 등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수요조사 결과를 자세히 발표하는 건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고, 일부 대학에서는 (대학별 수요) 공개에 동의하지 않고 있어서 총 규모만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정부 조사 발표에 뿔난 의협 “총파업 불사” 또 으름장
정부는 의학교육점검반에서 15명의 전문가, 복지부·교육부 관계자가 수요조사 결과의 타당성을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학교육점검반에서 늦어도 내년 1월까지 서면·현장점검 등을 통해 수요조사 결과를 검토하면 복지부는 검토 결과를 참고해 지역의 인프라(병원 등)와 대학의 수용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2025학년도 의과대학 총 입학정원을 결정할 예정이다.
이후엔 교육부가 정원 배정 절차 등을 밟는다. 복지부는 의사인력 확대와 함께 지역·필수의료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정책 패키지’도 마련할 방침이다.
의협은 정부 발표 후 기자회견을 열어 “졸속·부실·불공정 조사”라며 반발했다. 의료현안협의체에서 논의가 진행 중인 와중에 복지부가 의료계를 ‘압박’하기 위해 일방적인 발표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필수 의협 회장은 기자회견문에서 “졸속으로 진행된 (의과대학의 정원 증원) 수요조사는 입시수혜를 바라는 대학 총장들과 이를 반대하는 의대 학장들 사이의 갈등을 유발했고 아직 확정되지 않고 객관성이 담보되지 않은 숫자 발표로 우리 사회에 큰 혼란을 초래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지금처럼 과학적 근거와 충분한 소통 없이 의대 정원 정책을 일방적으로 강행할 경우 대한의사협회는 14만 의사들의 총의를 한데 모아 의료계 총파업도 불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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