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군사정찰위성 3차 발사…한반도 긴장 고조
북한이 21일 군사정찰위성 3차 발사를 단행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후 10시47분쯤 언론 공지를 통해 “북한이 남쪽 방향으로 북한 주장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지난 8월24일 2차 발사를 한 지 약 3개월 만이다. 북한은 이날 일본 해상보안청에 22일부터 30일 자정 사이에 인공위성을 발사하겠다고 밝혔지만 하루 앞서 발사한 것이다.
군사정찰위성 발사는 핵·미사일 위협을 가중시킬 뿐 아니라 남한의 남북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 결정을 초래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급격히 고조시키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당초 북한은 2차 발사에 실패한 뒤 10월까지 3차 발사를 하겠다고 공언했었다. 이보다 한 달가량 늦어진 것은 러시아로부터 기술적 지원을 받고 실제로 적용하기까지 시간이 걸렸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주로 발사체의 엔진 계통에 대한 지원이 이뤄졌을 것으로 군 당국은 보고 있다.
앞서 북한은 지난 5월과 8월 각각 1·2차 발사를 단행했지만 위성을 실은 발사체의 결함으로 모두 실패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 달여간 잠행하고 있는 상황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북한은 전날 일본 해상보안청에 위성 발사 계획을 통보했다. 정부는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계기로 9·19 군사합의의 일부 효력 정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3차 발사가) 성공하든, 실패하든 큰 상관 없이 그 자체가 (우리에겐) 위협이고 도발”이라고 말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1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러시아에서 기술 자문을 받은 것으로 보이고 성공 확률이 높아질 가능성을 예측한다”고 밝혔다. 그간 문제가 발생한 위성 운반 로켓 ‘천리마-1형’과 조악하다고 평가된 정찰위성 ‘만리경-1호’ 성능이 개선됐을 수 있다. 위성 발사의 주요 변수인 기상 상태도 고려해 본격적인 겨울로 접어들기 전에 3차 발사를 결정한 것으로 평가된다. 김 위원장이 올해 주요 국방 성과로 대내외에 과시하고자 연내 군사정찰위성 발사 성공을 목표했을 수도 있다. 오는 30일 예정된 남한의 첫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앞서 성공하려는 군비 경쟁 성격도 커보인다.
북한은 1·2차 발사 때와 같이 국제해사기구(IMO) 지역별 항행구역 조정국인 일본에 위성 발사를 사전 통보했다. 주변국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국제기구의 절차를 준수했다며 군사정찰위성 발사의 합법성을 주장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발사 실패 3개월 만에 ‘도발’…9·19 합의 효력정지 맞불 놓나
군 “북, 정찰위성 3차 발사”
사전 경고 군, 조치 가능성
북한도 “남한 위성은 도발”
미 핵항모 부산 입항과 겹쳐
남북 군사적 대치 격화 우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연구사 리성진 명의 논평에서 남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 추진을 “극히 위험천만한 군사적 도발”이라고 비난하며 자국의 군사정찰위성 발사 추진을 “주권적 권리”로 정당화했다.
통신은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의 무분별한 우주군사화 기도는 우리 국가로 하여금 군사정찰위성 개발을 비롯한 자위적 우주개발 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는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3차 발사를 규탄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하는 명백한 불법행위이자 우리 안보는 물론 역내 안보를 심각히 위협하는 도발”이라고 비판했다.
군사정찰위성 발사가 한반도 정세에 몰고 올 파장은 막대할 것으로 보인다. 군사정찰위성이 북한 핵·미사일의 ‘눈’ 역할을 하며 선제·정밀 타격 역량을 극대화해 핵 공격 위협을 더 끌어올릴 수 있다. 러시아 기술 지원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북·러 군사협력을 상징해 ‘신냉전’을 격화할 가능성도 크다.
1·2차 발사 때와 달리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의 빌미로 작용해 남북의 군사적 긴장을 극적으로 끌어올릴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 방문을 수행 중인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1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남북관계발전법을 보면 남북 간 합의한 어떤 사항도 국가안보를 포함한 중대 사유가 발생할 경우 부분 또는 전체에 대해 효력을 정지시킬 수 있다는 조항이 기술되어 있다”며 “도발의 내용과 폭에 따라서 9·19 합의를 포함한 남북 합의 내용에 대해 우리의 필요한 조치도 그 폭과 내용이 결정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2018년 남북 정상의 ‘판문점 선언’ 후속 조치로 체결된 9·19 군사합의는 남북의 모든 적대행위를 금지해 국지적·우발적 충돌을 막는 안전판으로 평가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가 현실화되면 북한은 판문점 선언 파기와 함께 고체연료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발사로 맞대응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강력 반발하는 미국 핵 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함이 이날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한 터라 긴장이 격화할 소지는 다분하다. ‘떠다니는 해상기지’로 불리는 칼빈슨함은 길이가 333m, 폭이 76.4m에 달한다. 이날 갑판에 전투기 수십대가 빼곡하게 배치된 모습이 보였다.
칼빈슨함 입항은 북한 군사정찰위성과는 무관하게 한·미가 사전 협의한 사안이다. 입항 기간에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가 이뤄진 만큼 한·미 해군 공동 조치가 시행될 가능성은 열려 있다.
박광연·유새슬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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