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이 미쳤어요 폐업할인”…보험사도 똑같네 1년내내 ‘절판’ 마케팅
보험 특약이 모럴해저드 부추길 우려
40대 직장인 이모씨는 최근 보험설계사에게 이런 말을 듣고 마음이 급해졌다. 가성비가 있는 보험이 없어지기 전에 가입해야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다.
보험설계사는 “보험료를 만원 초반대로 가입해 1년에 12만~15만원을 내면 보험금으로 최대 75만~105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며 “보험료 대비 보장 금액이 커서 며칠 동안 판매하다 보장 한도가 줄어거나 사라질 수 있다”고 가입을 재촉했다.
보험업계에 ‘절판 마케팅’이 기승을 부리면서 소비자 혼란이 커지고 있다. 보험업계에서 절판 마케팅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올해 새 회계제도(IFRS17)를 적용하며 판매 계약 실적 압박이 커지면서 이같은 절판 마케팅이 더욱 과열된 양상이다. 절판 마케팅은 불완전 판매 우려가 큰 데다 장기적으로 보험사 재정건전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달 중순 B보험사는 물리치료 연간 횟수를 30회로 두배로 늘리고 회당 3만원의 보험금이 나오는 특약을 내놨다. C보험사도 22일 물리치료 연간 횟수를 최대 60회까지 늘려 최대 120만원까지 보장을 받을 수 있는 특약을 출시할 예정이다.
보험사들은 운전자보험이나 상해보험에 이 특약을 끼워서 판매한다. 통상 상해보험은 일상 생활에서 대형 사고가 크게 나는 경우가 드물어서 주목을 크게 못받았다.
하지만 상해재활치료비를 앞세워 인기를 끌자 비슷한 특약을 내걸고 판매 경쟁에 돌입한 것이다. 이미 보험설계사들 사이에선 가입이 몰리며 전산 마비마저 종종 발생할 정도이기 때문에 ‘과열경쟁→금융당국 판매 자제령→판매 중단’이라는 수순을 밟게될 것이란 얘기까지 나온다.
문제는 이같은 보험 특약이 보험금을 노린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와 과잉 진료를 부추길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쉽게 말해 매달 다쳐야 받을 수 있는 보험 특약”이라며 “물리치료는 실손보험 가입자라면 자기부담금을 제외하고 보상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자칫 불필요한 보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보험업계에서 절판 마케팅은 ‘관행’처럼 이어져오고 있지만 올들어 유독 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사들은 올해 초부터 운전자보험 변호사 선임비용 특약을 걸고 지급액을 결쟁적으로 올려 금융당국의 자제 요청을 받았다.
이어 하반기에는 성인을 타깃으로 한 어린이보험부터 단기 환급률을 강조한 단기납 종신보험, 최대 100만원을 보장 받을 수 있는 독감보험에 이르기까지 영업 경쟁 과열로 당국이 제동을 걸었고, 현장에선 ‘절판’을 내건 판매 마케팅이 극에 달했다.
금융당국도 난감한 상황이다. 상품 개발의 창의성을 촉진하고, 금융 소비자들의 효용을 증진한다는 차원에서 업계의 자율성을 존중해 왔는데, 보험사간 경쟁이 치열해지다보니 그 취지가 퇴색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선제적으로 상품 규제를 취하면 당국이 앞장서서 규제한다는 업계 불만이 제기된다”며 “현재는 신뢰를 기반으로한 자율규제인데, 실제 그 신뢰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은 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IFRS17 도입 이후 보장성상품의 판매 경쟁이 과열되다보니 비슷한 문제들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며 “개별 상품들을 쫒아다니면서 규제하는데 한계가 있는 것을 인식하고 있고, 향후 어떤식으로 상품 정책을 보완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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