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의대 40곳 "정원 7000명으로 늘려달라"

심희진 기자(edge@mk.co.kr), 강민호 기자(minhokang@mk.co.kr) 2023. 11. 21.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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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원 3058명 … 2030년까지 2배 넘게 증원 요구
2025학년도 2100명 증원 희망
복지부 내년 1월 최종결정
의협 "근거없는 여론몰이" 반발
의대열풍에 N수생 더 늘듯

보건복지부가 국내 의과대학 40곳을 대상으로 정원 확대 수요조사를 실시한 결과 2030학년도까지 최대 4000명을 늘려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 정원(3058명)의 두 배 이상이다. 당장 2025학년도에는 최소 2100명에서 많게는 2900명까지 증원을 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복지부는 조만간 의학교육점검반의 현장 실사 결과를 토대로 지역 인프라스트럭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내년 1월 초까지 2025학년도 전체 입학정원을 결정할 방침이다.

21일 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의대 40곳은 2025학년도 입학정원을 최소 2151명에서 최대 2847명 늘려달라고 요구했다. 2030학년도까지 희망하는 증원 규모는 최소 2738명에서 최대 3953명으로 밝혀졌다. 최소 수요는 각 대학이 교원, 교지, 교육시설 등 현재 보유한 역량만으로도 양질의 교육을 이룰 수 있다고 판단한 수치다. 즉 내년에 당장 증원 가능한 규모를 말한다. 최대 수요는 각 대학이 추가 교육여건을 확보하는 것을 전제로 제시한 희망 규모다.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수요조사 발표가 계획보다 늦어진 데에는 대학들이 당초 써낸 희망 인원을 여러 차례 수정한 것 등이 영향을 미쳤다"며 "대학들 요청에 따라 권역별·대학별 세부 인원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수도권 대학들은 현원에 비해 증원 요구를 많이 한 편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수요조사를 마친 정부는 의학계와 교육계를 포함한 관련 전문가 15명으로 구성된 의학교육점검반을 통해 증원 요청의 타당성을 점검하고 있다. 현재 점검반은 각 대학이 제출한 서류들을 검토 중이다.

전국 의과대학 40곳이 최대 7000명까지 정원 확대를 요청한 가운데 21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 시민들이 드나들고 있다. 김호영 기자

조만간 현장점검팀을 구성해 서면자료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내용들을 대학에 직접 가서 확인할 계획이다. 전 실장은 "이달 중으로 권역별 간담회를 마무리 짓고 다음달에는 현장점검에 착수할 것"이라며 "늦어도 내년 1월 초까지 복지부가 증원 총량을 정하면 이후 교육부가 대학별 배정에 나설 예정"이라고 했다.

수요조사를 통해 대학들의 증원 요구가 거세다는 것이 입증된 만큼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이 힘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 실장은 "대학이 추가 투자를 통해 현 정원 대비 2배 이상까지 학생을 수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며 "보건의료 위기 해결을 위한 여정의 첫걸음을 뗐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후속조치 마련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복지부는 의대 증원에 더해 지역·필수의료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책 패키지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조승연 인천광역시의료원장은 "의대 증원은 대다수 국민이 원하는 데다 필수의료 살리기의 가장 기본적인 수단이라 불가피할 것"이라며 "문제는 몇 명을 늘릴지보다는 어떻게 하면 증원 인력을 필수의료에 근무할 수 있게끔 유도하느냐는 데 있다"고 했다. 이어 "이번 정책의 본래 목적을 위해선 공공의대, 지역의사제 논의도 하루빨리 본격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당초 300~500명에서 최대 1000명으로 거론되던 증원 규모가 4000명까지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자 의료계 안팎에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날 대한의사협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과학적 근거가 없는 수요조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필수 의협 회장은 "이해당사자들의 희망 사항만을 담은 정부의 의대 정원 수요조사를 졸속, 부실, 불공정 조사로 규정하고, 비과학적 조사 결과를 의대 정원 확대의 근거로 활용하려는 정부의 여론몰이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증원 결정과 규모에 대한 분석에는 반드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근거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학교육점검반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 수요조사에서 대학 총장과 의대 학장 간 의견 차가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으로 안다"며 "해부학교실, 생리학교실 등의 교수들은 지금도 열악한 상황이라 철저한 검증 없이 성급하게 밀어붙였다가는 사달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급격한 의대 정원 확대가 대학 입시에 미칠 부정적인 효과도 고려해야 한다. 최근 '의대 열풍'으로 N수생이 많아진 가운데 의대 정원까지 늘어나면 이 같은 추세는 더욱 가속할 것으로 보인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올해 최상위권은 재학생이든, 졸업생이든 소신 지원을 할 것"이라며 "N수생 증가 기조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희진 기자 / 강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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