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용 상장회사협의회 정책부회장 “기업 현실 달라졌는데, 각종 인허가 규제 수십년째 그대로” [세계초대석]

이도형 2023. 11. 21.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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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규제는 허용되는 것만 나열하는 방식
기업이 실제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어
자율 맡기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꿔야
現 상속세 제도선 기업 계속하기 힘들어
취약한 곳은 악성투자자 먹잇감 될 수도
상속세 때문에 주가 높일 동기마저 줄어
의결권 제한 ‘3%룰’ 만들어진게 1963년
옛날 잣대를 지금 들이대려하니 안 맞아
사기업 감사 주기적 지정제는 韓이 유일

“기업이 제출해야 하는 공시를 놓고도 한국거래소, 환경부, 고용노동부 등 부처별로 따로 요구하는 경우들이 있어 기업 입장에서는 불필요한(중복되는) 일들이 많다. 하나의 규제를 없애더라도 다른 부처에 비슷한 규제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기업의 어려움은 그대로다. 그런 규제들을 한곳으로 모아 한 번에 없앨 수 있는 작업이 필요하다.”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상장협) 정책부회장은 지난 13일 서울 마포구 상장회사회관에서 진행한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본시장 규제의 대폭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부회장이 지난 13일 서울시 마포구 대흥동 상장회사회관 집무실에서 가진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규제 개혁의 필요성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투자자 보호와 상장회사 권익 보호를 위해 1973년 설립,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는 상장협은 한국경제인협회나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기타 다른 기업연합단체들이 ‘경제인’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과 달리 ‘회사’ 자체에 무게를 둔다. 정 부회장은 “다른 협회와 달리 상장협은 사람이 아닌, ‘회사의 영속성’에 중점을 둔다”고 했다. 상장협은 경제단체 중 거의 유일하게 상임위 법률 입법 시 의견을 내는 곳이기도 하다. 거시적 측면에 중점을 두는 상장협인 만큼 정 부회장은 인터뷰에서 상속세나 ‘3%룰’과 같은 전체 기업에 영향을 끼치는 규제의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음은 정 부회장과의 일문일답.

─윤석열정부가 친기업 정부를 표방하지만 국회 사정 등으로 규제 개선 관련 법안 통과가 잘 안 되는 듯한데.

“올해 초 윤석열 대통령이 ‘규제의 글로벌’을 얘기한 뒤 경제단체끼리 공동으로 용역을 진행했지만 국회 사정 등으로 기대에는 못 미치는 상황이다. 한국 규제는 허용되는 것만 나열하는 ‘포지티브’ 방식이라 (기업들이)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기존 테두리 안에서 금지된 것 빼고는 다 할 수 있도록 기업 자율에 맡기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규제 때문에 투자가 막힌다는 얘기도 들린다.

“각종 인허가 제도 대부분이 기업들의 활동 범위가 국내였던 1960년대, 1970년대에 만들어졌다. 외환위기 사태 이후 기업들이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하는데, 규제는 수십 년 전 그대로다. 해외에서 신사업을 하고 싶은데 규제에 묶여서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해외소득을 국내에 들여오려고 해도 제약이 있는 경우들이 있다.”
─윤석열정부 들어 규제 개혁 대상으로 상속세 문제가 많이 거론되는데.

“우리나라 상속세는 최대 60%, 일본은 최대 55%인데, 일본은 예외요건이 많아 실제 부담은 한국보다 훨씬 작은 편이다. (현 제도로) 상속세를 내면 기업을 계속하기 힘들다. 취약한 기업들은 안 좋은 마음을 가진 투자자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상속세 때문에 주가를 높일 동기가 줄어든다. 삼성전자 일가가 2020년 총수 사망 후 상속을 받았을 때 당시 주가가 8만원대였는데 지금은 6만∼7만원을 왔다 갔다 한다. 만약 지금 상속을 받는다면 상속세가 12조원이나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최근 정부의 공매도 금지 조치에 대한 생각은.

“윤석열정부도 공매도 금지에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증시가 부진한 틈을 타 불거진 여러 불법 공매도가 시장 안정과 공정한 가격 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공매도는 주식 거래회전율을 높이고 이상 과열 등을 억제하는 등 순기능이 있어 전 세계 주식시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또 국내 증시의 선진국지수 편입과 외국 자본 유입 확대를 위해서는 공매도 허용은 불가피한 것이 현실이긴 하다. 우리 자본시장 역사 자체가 짧다. 상법이 만들어진 지 60년밖에 되지 않았고, 자본시장법은 더 짧아 걸음마 수준이다. 영국이나 미국의 자본시장 역사는 400년 이상이다. 그들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제도를 마련했지만 우리는 빠른 변화 속에 있다 보니 시행착오가 생길 수밖에 없다. 최근에 물적분할로 신규 상장을 하는 기업 사례로 논란이 많았는데, 기업 입장에서는 대규모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었다. (한 회사의 특정 사업 부문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트래킹 스톡 도입 이야기도 나온다. 제도 도입은 신중하게 해야 하지만, 상당히 갖춰 놓을 필요도 있긴 하다.”
─금융위원회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공시 유예에 대한 입장은.

“개인적으로나 협회 입장에서도 ESG공시는 글로벌에 발맞춰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공시 시점이라 본다. 이번에 2025년부터 공시하려고 했다가 1년 이상 유예했다. 2025년부터 공시를 하려면 2024년 회계연도부터 해야 하는데 그러면 두 달밖에 안 남은 시점이었다. 공시를 하라고 하면 기업들은 어쩔 수 없이 할 것이다. 중요한 게 기준인데, 기준이 없었다. 합리적 기준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도 했던 것으로 안다. 또 기준이 있어도 데이터가 맞는지 확인하고 인증해야만 공시를 할 수 있다. 공시 연기로 일단 숨통이 트이긴 했지만, 상장협이 얘기하고 싶은 건 ‘너무 서두르지 말라’는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도 ESG공시를 늦추는 등의 움직임이 있다. 미국과 유럽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고 해도 늦지 않다. 덧붙이면 기업의 개별회계로 진행하다가 신뢰감 있는 데이터가 쌓이면 그때 연결회계로 해도 늦지 않다. 일부 대기업은 해외에 있는 계열사만 수백개다. 법정공시로 가면 책임이 뒤따를 수밖에 없고, 그러면 불안감이 생긴다.”

─외부감사제도가 부담스럽다는 기업들의 목소리가 나온다.

“‘주기적 지정제’도입으로 감사 비용이 3배 정도 늘어난 곳도 있다. 금융위도 개선하려고 하고, 이번에 보완책도 나와 기업 실무자들의 ‘허기’를 일정 부분 달래긴 했다. 하지만 주기적 지정제를 그대로 두면서 곁가지만 바꾸려고 하니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안 된다. 사기업 감사를 정부(증권선물위원회)가 지정하는 주기적 지정제는 유일하게 한국에만 있다.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태가 주기적 지정제 도입 계기였는데, 대우조선해양은 사기업이 아니라 산업은행이 관리하는 기업이었다. 그래놓고 일반기업이 분식회계를 하니까 지정제를 해야 한다고 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답답한 일이다. 대우조선해양 사태와 같은 회사가 많다면 당연히 규제를 해야 한다. 하지만 1∼2개 정도 사례를 가지고 상장사 전체를 똑같이 규율할 수는 없지 않나. 개선 필요성을 계속 얘기 중이다.”
─3%룰을 개정하자는 이야기를 꾸준히 하고 있는데.
“이사회를 감독하는 감사 내지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 의결권을 3% 이하로 제한하는 ‘3%룰’이 만들어진 게 1963년이다. 내가 태어날 때 만들어진 규제가 정년퇴직을 앞둔 지금도 변하질 않는다. 학자 연구 중엔 당시 기업 대주주 대부분이 90% 이상 지분을 가지고 있어 전횡을 막기 위해 3%룰을 만들었다고 한다. 지금은 기업공개(IPO)를 하면 코스피 상장사 중 지분 50%를 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대주주가 마음에 드는 사람으로 감사를 둬서 부작용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들을 하는데, 기업 현실은 예전과 다르다. 자본시장에 들어온 외국인 지분이 30%가 넘는다. 현실에서는 대주주 뜻대로 움직이지 못한다. 옛날 잣대를 지금 들이대려고 하니 안 맞는다. 사기업의 제1 목표는 이윤 창출이다. 불법을 하지 않는 한 말이다.”
─주식 투자에 대한 관심에 비해 주주총회 참여율이 낮은 것 같다. 그 이유가 뭘까.

“한국 코스피 투자자의 평균 보유기간이 3개월에 불과하다. 주주가 1년에 4번 바뀌는 셈이다. 한국 주식투자 풍조가 ‘차익 실현’을 중시하다 보니 주주총회 참여가 저조하다. 주주총회 소집 제도를 바꾸긴 했지만 그래도 쉽지는 않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주주총회 참석률 저조로 감사위원을 선임하지 못한 기업이 350개 정도가 됐다. 2021년부터 법무부 유권해석으로 전자투표 도입 시 의결정족수를 완화하게 해서 좀 나아졌는데, 이번에 그 유권해석을 상법에 도입하려고 한다. 장기보유 주주에게 의결권을 더 주는 방안도 있다. 프랑스가 그렇게 한다.”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부회장은…
●1963년 대전 출생 ●대전 보문고 ●성균관대학교 법과대학 법학과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법학 석·박사 ●국회사무처 교육훈련과 교수 ●가천대학교 법학과 겸임교수 ●한국회계기준원 이사 ●한국경제법학회 부회장 ●한국기업법학회 부회장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상장공시위원회 위원 ●보건복지부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전문위원 ●법무부 상법개정특별위원회 위원

대담=우상규 경제부장, 정리=이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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