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닝가 합의’…한·영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영국 국빈 방문]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을 계기로 한·영 관계가 기존의 ‘포괄적·창조적 동반자 관계’에서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된다. 국방·방산과 첨단산업 등 전 분야에서 협력을 심화하고 한·영 자유무역협정(FTA) 개선 협상도 개시하기로 했다.
영국 런던을 국빈 방문 중인 윤 대통령은 리시 수낵 영국 총리와 오는 22일(현지시간) 양국 미래 협력 방안을 담은 ‘다우닝가 합의’(Downing Street Accord) 문서에 서명할 예정이라고 대통령실이 21일(현지시간) 밝혔다. 문서의 명칭은 윤 대통령이 직접 구상해 영국 측에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전날 전용기편으로 런던 스탠스태드 공항에 도착해 3박4일간의 국빈 방문 일정에 들어갔다. 찰스 3세 국왕이 즉위식 이후 초청한 첫 국빈으로, 한국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은 박근혜 정부 이후 10년 만이다.
‘다우닝가 합의’는 양국 관계를 끌어올려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심화하는 게 골자다. 문서 명칭은 정상회담이 열릴 영국 총리 관저 주소(다우닝가 10번지)에서 따 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넣은 것은 그만큼 유럽의 대표주자인 영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중심국인 한국과 구체적으로 추진할 중요한 내용이 많다는 것을 약속하는 것이고 (문서는) 이런 내용을 종합적으로 함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서에는 북핵 등 한반도 문제와 함께 우크라이나 사태, 이스라엘-하마스 무력충돌, 아·태 지역 해양 분쟁 등 주요 글로벌 현안에 대한 공동의 입장이 담긴다. 규칙 기반의 국제 질서를 강화하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주요20개국(G20) 및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등 다자 무대에서 공조해 나가자는 의지가 표명될 예정이다.
안보·경제·지속가능한 미래 협력 분야 등 양국이 협력할 3대 분야 내용도 구체적으로 담긴다. 국방·방산 분야에서는 방위력 협력 파트너십 의향서 및 방산 공동수출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협력을 발전시키기로 했다. 사이버 위협 대응 역량을 강화하는 ‘전략적 사이버 파트너십’도 체결된다. 합동 훈련을 확대하고 안보리 대북제재 이행을 위한 해양 공동 순찰을 추진한다는 내용도 포함된다.
양국은 기존 한·영 자유무역협정(FTA)을 개선하기 위한 협상에 착수한다. 이와 함께 공급망 구축을 위해 반도체 협력 MOU를 체결하고 경제·금융 협력 방안과 미래 산업 분야 경제 협력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 같은 내용은 22일 열릴 한·영 비즈니스 포럼과 한·영 최고과학자 과학기술미래포럼 등을 통해 이뤄진다. 비즈니스 포럼을 계기로 양국 정부는 한·영 FTA 개선 협상 개시 공동선언문, 반도체협력 MOU, 원전협력 MOU 등에 서명한다. 양국 기업·기관 간에는 에너지·AI·방산·바이오·금융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총 31건의 MOU가 체결된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자율주행 솔루션, 미래차용 렌즈개발 등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효성중공업·경동나비엔 등이 영국 기업과 2700억원 규모의 계약도 체결할 예정이라도 대통령실은 밝혔다.
비즈니스 포럼 전 열리는 사전환담에는 한국 측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 류진 한경협 회장 등이 참석한다. 영국 측에서는 마이클 마이넬리 런던금융특구 시장을 비롯해 ARM, 롤스로이스, 스탠다드차타드 등 CEO가 함께 한다.
영국 왕립학회에서 개최될 한·영 최고과학자 과학기술미래포럼에서는 양국 과학협력 방안이 논의된다. 양국 정부는 기초연구 분야 공동연구를 위해 내년부터 3년간 총 450만 파운드(약 73억원) 규모의 공동연구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했다. 이 행사를 계기로 양국 정부는 과학기술 이행약정, 한·영 우주협력 MOU, 한·영 디지털파트너십 등 3건의 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런던 |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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