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라이벌, 레알 → 바르셀로나에 응원 서한…가비 십자인대 파열 쾌유 기원
[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영원한 라이벌은 선의의 경쟁을 기본 배경으로 한다. 바르셀로나의 초신성 가비가 심각한 부상을 입자 경쟁 구단인 레알 마드리드도 진심으로 쾌유를 기원했다.
바르셀로나의 미드필더 가비가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다. 가비는 지난 20일 스페인 바야돌리드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2024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4) 조별예선 A조 10차전 조지아전에 나섰다가 심각한 부상을 당했다.
스페인 대표팀 일원으로 선발 출전한 가비는 전반 19분 페란 토레스(바르셀로나)의 패스를 받아 소유하는 과정에서 상대 선수와 강하게 충돌했다. 오른쪽 무릎에 통증을 호소한 가비는 의료진의 응급 처치를 받은 뒤 참고 뛰려했다.
그리 가벼운 부상이 아니었다. 경기 재개와 함께 다시 공을 잡는 순간 그라운드에 다시 쓰러졌다. 뛰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결국 부축을 받고 경기장을 나간 가비는 정밀 검사 결과 십자인대 파열과 외부 반월판 연골 부상을 확인했다. 급히 수술대에 올라야 하는 상황이다. 십자인대 부상이기에 최소 6개월은 재활에 매진해야 한다.
가비는 오열했다. 스페인 언론 '렐레보'에 따르면 가비는 라커룸으로 들어간 뒤 울부짖을 정도로 멘탈이 흔들렸다. 의료진이 부상을 확인한 뒤 가비는 "그럴리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만큼 받아들이기 힘든 진단이었고, 경기를 계속 뛰려는 의지를 보였다. 결국 장기 부상을 받아들인 가비는 밖에서도 울음소리가 들릴 정도로 라커룸 안에서 좌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비의 부상을 확인한 결과 상대 충돌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홀로 공을 받는 과정에서 무릎이 뒤틀렸다. 이는 혹사로 인해 몸상태가 한계가 다달았기에 벌어진 일로 해석된다. 가비는 스무살이 안 되는 나이에도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UEFA 챔피언스리그 등 최상위 레벨의 경기를 쉴 새 없이 뛰어왔다. 체력 안배 없이 많은 경기를 뛰었으니 어린 나이에 채 완성되지 않은 내구성이 버티지 못했다.
가비는 2년 전 17살의 나이로 바르셀로나 1군에 데뷔했다. 이후 세 시즌 동안 바르셀로나에서 111경기를 뛰었다. 그라운드에 서 있던 시간만 무려 9,567분에 달한다.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쉽지 않은 무리한 행보였다. 가뜩이나 가비의 포지션과 플레이 스타일이 활동량을 기반으로 하기에 알게 모르게 피로도가 쌓여나갔다.
이는 바르셀로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가비가 바르셀로나의 주전으로 도약하자 스페인 국가대표로도 부름을 받았다. 2021년 이탈리아전을 통해 A매치 데뷔를 한 가비는 이번 조지아전이 27번째 A매치 출전이었다. 19살의 선수가 기록하기엔 과도한 출장이다.
그동안 가비는 최연소와 관련한 기록을 여럿 썼다. 스페인 대표팀 역사상 최연소 출전자(17세 61일)이며 지난해 UEFA 네이션스리그 체코전에서 뽑아낸 득점으로 최연소 득점자(17세 304일)로도 이름을 올렸다. 무엇보다 가비는 스페인 대표팀에 데뷔하고 한 번도 쉰 적이 없다. 대표팀에 발탁된 뒤 27경기를 뛸 수 있었는데 모두 그라운드를 밟았다. 선발은 무려 23경기였다. 클럽과 대표팀에서 쉴 수 없었으니 지금의 부상이 당연해 보인다.
더구나 조지아전은 결과가 크게 의미가 없던 경기였다. 스페인은 이날 경기를 졌어도 유로 2024 본선에 나서는 게 문제가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평소에도 주전 자원인 가비를 굳이 내보내지 않아도 됐다. 그럼에도 루이스 데 라 푸엔테 감독은 가비를 선발로 세웠고 20분도 안 돼 부상이란 씁쓸한 결과물을 받아들어야 했다.
이에 대해 라 푸엔테 감독은 "가비는 쉬는 걸 원하지 않는다. 에너지가 넘쳐 많은 경기를 뛰면서 존재감을 피력하고 싶어하는 스타일이다. 실력이 좋은 선수들일수록 쉬는 걸 원치 않는다"라고 해명하기 바빴다.
그러면서 "선수와 바르셀로나, 그리고 스페인에 매우 힘든 순간이다. 마치 경기에서 패배한 기분이다. 축구란 원래 부상이 따라오는 위험한 스포츠다. 통제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선수에게는 정말 미안한 마음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대체 왜 우리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 경기 후 라커룸은 마치 장례식 분위기 같았다. 사고였다. 가비는 주말 리그 경기를 뛰지 않았고, 체력적으로도 좋은 상태였다. 하지만 가비의 부상은 다른 선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제3자처럼 언급했다.
가비의 진단이 워낙 좋지 않다보니 언제 복귀할지 알 길이 없다. 이전 상식대로라면 가비는 정작 유로 2024 본선이 열리는 시기에 스페인 대표팀과 함께하지 못할 수도 있다. 괜히 무리했다가 가비의 커리어가 10대부터 꼬일 수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문제를 바르셀로나와 스페인은 이미 겪고 있다. 가비에 앞서 바르셀로나의 진주로 떠올랐던 페드리도 현재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2002년생인 페드리도 어릴 때 두각을 나타내 바르셀로나와 스페인 대표팀에서 핵심으로 뛰었다. 페드리는 가비보다 더 혹사에 시달렸다. 2019-20시즌부터 4시즌을 쉼 없이 뛴 결과 누적 출전 시간이 1만 2,767분에 달했다.
결국 햄스트링 부상을 입은 페드리는 현재 전력에서 이탈한 상태다. 페드리가 빠진 자리를 사실 가비가 메워왔기에 바르셀로나와 스페인 모두 값진 보석들을 당분간 활용하지 못하게 됐다. 대표팀 일정 도중에 다쳤기에 보상금은 FIFA로부터 수령할 수 있지만 가비의 가치를 온전히 대응하지 못한다.
가비의 현재 부상이라면 최소 6개월에서 최대 8개월 정도는 뛸 수 없다. 이 기간 FIFA가 명시한 보상금 제도를 보면 하루에 2만 유로(약 2,822만 원)씩 산정된다. 따라서 가비의 이탈 시기가 6개월 정도라 치면 바르셀로나가 받을 수 있는 보상금 규모는 불과 300만 유로(약 42억 원)에 불과하다. 가비가 그 기간 뛰면서 벌어다 줄 승점 및 마케팅을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다른 것보다 어린 나이에 정상적으로 회복해 기량을 되찾을 수 있을지 관건이다. 무릎 십자인대 부상이 얼마나 심각한지 잘 아는 선수들은 가비를 위로하기 바빴다. 특히 바르셀로나의 레전드인 이니에스타와 세르히오 부스케츠, 지난 시즌까지 함께 뛰었던 우스만 뎀벨레는 SNS에 바로 반응했다. 현 팀 동료인 라민 야말, 주앙 펠릭스, 주앙 칸셀루, 페드리, 하피냐 등도 위로의 메시지를 보냈다. 바르셀로나 전,현직 동료들 역시 가비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보냈다.
특히 리그에서 바르셀로나와 경쟁을 펼치는 팀들도 가비를 응원했다. 헤타페와 레알 소시에다드, 카디스 등이 가비의 부상을 안타까워했다. 여기에 엘 클라시코 더비로 묶여있는 레알 마드리드도 가비에 대한 연대에 나섰다. 스페인 '마르카'는 레알 마드리드가 곧 바르셀로나에 가비 쾌유를 비는 서한을 보낼 것이라고 했다.
이미 레알 마드리드 수비수 다니 카르바할은 SNS에 "가비는 라이벌 팀원이기 앞서 사람이다. 더 건강해져서 돌아올 것"이라며 엘 클라시코에서 가비가 쉽게 일어날 수 있도록 손을 잡아주는 사진을 함께 게재했다. 그만큼 가비의 회복에 진심을 다해 응원했다.
한편 가비의 부상 속에 스페인은 전반 4분만에 나온 로빈 르 노르망의 선제골로 조지아에 앞서갔다. 5분 뒤 조지아의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가 동점 골을 넣는 데 성공했지만, 후반 10분 토레스와 27분에 나온 상대 자책골로 3-1 완승을 거뒀다.
그러나 이미 유로 2024 본선 진출에 성공해 결과가 의미 없던 상황에서 가비의 심각한 부상만 불러 소득이 없는 경기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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