駐일본 팔레스타인 대표 “이스라엘이 빼앗은 땅 돌려준다면 더 싸우지 않을 것”

윤솔 2023. 11. 21.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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駐일본 팔레스타인 대표부 왈리드 시암 대표 인터뷰
가자지구 폭격 계속 땐 확전 불씨
인질석방·휴전협상 회의적 입장
병원 공격행위 제네바협약 위반
지하땅굴은 군사활동 증거 빈약
‘두 국가 해법’만이 평화로 가는 길
국제사회가 적극적 개입 나서야
왈리드 시암 주일본 팔레스타인 대표부 대표(대사)가 “이스라엘이 빼앗은 땅을 돌려준다면 가자지구에서 싸움은 멈출 것”이라며 “평화의 길은 ‘두 국가 해법’뿐”이라고 21일 말했다. 이날 서울에서 세계일보와 만난 시암 대표는 국제사회의 평화 구상에 응하지 않는 이스라엘에 각국이 더 적극적으로 제재를 가해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주한 외교공관이 없는 팔레스타인은 주일본 대표가 도쿄에 상주하며 한·일 대표를 겸직한다. 시암 대표는 22일로 예정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과 관련한 국내 언론 회견 등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왈리드 시암 주일본 팔레스타인 대표부 대표(한·일 겸임대표)가 21일 서울에서 세계일보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지난달 7일(현지시간) 시작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남정탁 기자
이날 외신이 전한 인질 석방 및 휴전 협상이 임박했다는 보도에 대해 시암 대표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폭격을 멈추지 않는 한 확전의 불씨는 꺼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이 휴전을 원치 않는 것 같다”고도 말했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병원을 하마스의 은신처로 지목하고 연신 공격한 데 대해 시암 대표는 “제네바협약에 따르면 어떤 이유로도 병원은 공격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이스라엘군이 알시파 병원 부지에서 공개한 땅굴 등은 공격의 정당화가 될 수 없을뿐더러 (하마스) 군사 활동의 증거도 빈약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어느 나라에도 지하 터널은 있다. 터널의 존재는 큰 소식이 아닌데도, 이스라엘이 이를 큰 이야깃거리로 부풀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암 대표는 하마스가 북한제 무기를 사용했다는 등의 보도에 대해서는 “전혀 신빙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아직 마르지도 않은 팔레스타인인의 피를 정치인들이 악용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북한과 (하마스를) 연관 지어 이들의 위험성을 강조하려는 이스라엘발 선전 전략일 뿐”이라고 했다.

시암 대표는 ‘두 국가 해법’만이 가자지구에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두 국가 해법은 1967년 3차 중동전쟁 이전 국경, 즉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를 인정한다는 내용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이미 결의된 내용이다. 중국과 아랍권이 최근 외교장관 회의에서 이 해법을 재차 강조했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역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이를 받아들이라고 압박 중이다.
이렇게 국제사회가 두 국가 해법에 지지를 표명하는 상황 속에서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재점령 의사를 철회하지 않는 데 대해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시오니즘(팔레스타인에 유대민족 국가를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한 운동)과 식민지주의의 대표자”라며 “현재 이스라엘의 정치 지도자들은 팔레스타인과 평화를 맺을 생각이 없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시암 대표는 비난했다. 그는 “네타냐후 총리가 곧 전쟁범죄에 대한 혐의를 마주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암 대표는 “이스라엘이 우리 땅(가자지구)을 가져갔다. 만약 그들이 (땅을) 돌려준다면, 우리는 더 싸우지 않을 것이다. 무척 간단한 문제”라고 말했다.

시암 대표는 가자지구의 평화 회복을 위한 국제사회의 더 적극적인 개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스라엘은 1948년 (건국 이래) 팔레스타인을 분할한 결의를 제외하고 어떤 유엔 결의안도 준수하지 않았다”며 국제사회가 나서서 이스라엘에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유엔총회는 1948년 11월 결의안 194호에서 “고향으로 돌아가 이웃과 평화롭게 살기를 원하는 (팔레스타인) 난민의 귀환권은 허용돼야 한다”고 명시했지만 이스라엘은 지금껏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시암 대표는 “국제사회가 이스라엘이 유엔 결의안을 계속 무시하고 국제인도법을 준수하지 않는 것을 계속 허용한다면 이제는 국제사회도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주민을 남부로 내모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것이 자칫 불의의 확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얘기였다. 시암 대표는 “이스라엘은 폭격으로 가자지구의 주민들은 계속해서 남쪽으로 강제로 이주시키고 있다. (계속된 남하로)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집트로 강제 이주하게 되면 이를 원치 않는 이집트와 더 큰 분쟁이 야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집트는 지난달 7일(현지시간) 개전 이후 가자지구를 빠져나올 유일한 통로인 라파 국경검문소를 철저히 봉쇄 중이다. 이집트로 향하는 팔레스타인 난민에 하마스가 섞여 들어올 경우 이집트 내로 분쟁이 확산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란과 헤즈볼라도 신경 써야 할 대상이다. 시암 대표는 전날 예멘 반군 후티가 홍해 영국 화물선을 나포한 일을 언급하며 “이란이나 레바논의 무장세력 헤즈볼라가 이·하마스 전쟁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전쟁이 끝나지 않는다면 언제든 확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시암 대표는 이번 전쟁에 대한 한국의 입장에 대해선 “현재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윤솔 기자 sol.y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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