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산골도시, 유럽 첨단산업의 ‘거인’이 되다
[KBS 창원] [앵커]
프랑스 그레노블은 한때 공업도시로 이름 날렸지만, 30년 전에는 지금의 창원국가산업단지처럼 쇠락의 기로를 마주했었습니다.
그 위기를 넘을 수 있었던 건 정부와 연구기관, 대학이 뭉친 '자이언트 프로젝트' 덕분이었는데요.
이름 그대로 지금은 유럽 첨단산업의 거인이 됐습니다.
'자이언트 프로젝트'가 무엇인지, 윤경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프랑스 파리에서 차로 7시간 달려 도착한 곳, 프랑스 남부 알프스산맥이 감싸고 있는 이 도시는 '그레노블'입니다.
산지 지형 덕분에 1800년대 후반부터 수력발전이 시작됐고, 전기가 생겨나자 공업이 발전했습니다.
1900년대 화학과 제철, 전자, 방산 관련 업체들이 모여 공단을 이뤘습니다.
하지만 이 전통산업 공단은 30년 전부터 시작된 4차산업 열풍에 낙후와 쇠락의 길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설비 노후화와 인력 부족 문제를 겪고 있는 지금의 창원국가산업단지와 비슷한 위기를 겪었던 것!
그레노블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건 2008년, '자이언트 프로젝트'가 시작되면서부터입니다.
(Grenoble Innovation for Advanced New Technologies) '첨단 기술 발전을 위한 그레노블 혁신'의 약자를 딴 자이언트 프로젝트.
국립 기관 2곳과 연구소 3곳, 대학 3곳 등 8개 기관이 참가했습니다.
친환경 에너지와 신소재 등 첨단연구 분야에 특화한 산단으로 탈바꿈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쌀쌀한 날씨 속에서도 젊은 열기로 가득한 곳, 자이언트 프로젝트의 창립 멤버, 그레노블 비즈니스 스쿨입니다.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곳곳에 모여 논의가 한창인데요.
이곳 학생들은 기초학문보다 기업의 일선 경영에 참여하는 데 주력합니다.
에스떼, 샤넬, 슈나이더 같은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기업들이 한해 수백 곳씩 이 학교에 협업을 의뢰하고 있는데, 학생들은 그 회사의 직원처럼 프로젝트에 참여합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산학협력 프로젝트들이 고스란히 교과 과정이 되고 있는 겁니다.
[부제르다/그레노블 비즈니스 스쿨 학장 : "학교가 국내 혹은 국제, 유럽 기관의 주요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혁신이 일어납니다. 세계적인 기업들의 문제의 해결방안을 기업과 연구진, 학생이 함께 모색합니다. 이렇게 해야 다양한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볼 수 있습니다."]
이 학교는 1984년 그레노블 상공회의소가 기업과 대학의 시너지를 위해 직접 만들었습니다.
학생들은 4년 정규 과정 가운데 평균 1년 5개월을 기업과 함께 일하고, 졸업생 80% 이상이 협업한 기업에 입사합니다.
대학과 기업이 하나의 기관처럼 움직이는 이 사례처럼, '자이언트'가 다른 도시·산단 프로젝트와 가장 차별화된 점이 바로 '기관 간의 연계'입니다.
그레노블의 대학들은 한국이나 프랑스의 다른 대학들과 달리 도시 곳곳에 펼쳐져 있습니다.
그레노블이라는 도시 전체가 대학 캠퍼스와 같은 겁니다.
실제 그레노블의 7개 대학 단과대들은 도시 곳곳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대학 캠퍼스 안에 40여 곳의 기업, 만 개의 일자리가 생겨난 격입니다.
[부제르다/그레노블 비즈니스 스쿨 학장 : "서로 각자의 자리에서 상대가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모르면 안 됩니다. 뛰어난 업적을 달성해도 다른 곳이 그걸 이해하지 못하면 안 되니까요. 그래서 서로 이해하는 게 중요해요."]
산업단지 구역이 정해져 있지도 않습니다.
주택가와 도심 속 곳곳에 대학과 연구소, 기업이 들어섰습니다.
서로 간의 벽이 자연스레 허물어지면서 디지털, 친환경에너지, 생명과학 등 분야를 넘나드는 협업도 활발해졌습니다.
[에리크 피올/그레노블시장 : "그레노블 토양에는 연계의 정신이 있습니다. 정책 분야, 기업 분야 등을 구분하는 다른 프랑스 도시와 달리 만나고 섞이고자 하는 열망이 있습니다. 이것이 공동 작업을 성공적이게 하죠."]
'자이언트 프로젝트'의 성공으로 그레노블은, 포브스지가 꼽은 세계에서 가장 창의적인 도시이자, 유럽의 실리콘밸리로 불리고 있습니다.
쇠락의 공업도시에서 유럽 첨단산업의 거인으로 탈바꿈한 그레노블, 창원시는 창원국가산단 미래 50년의 롤모델로 주목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윤경재입니다.
윤경재 기자 (econom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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