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업그레이드에 방산·원전까지… 韓·英 경협 지평 넓힌다
신통상규범 포함 FTA모델 추진
통관절차 간소화 등 효과 기대돼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 국빈방문을 계기로 한국과 세계 6위의 경제대국인 영국의 전략적 경제협력의 지평이 넓어진다.
대통령실과 산업통상자원부는 22일 영국에서 한국경제인협회와 영국 기업통상부 공동주최로 한영 비즈니스 포럼을 열고 에너지, 인공지능, 건설·플랜트, 방산 등 31건의 MOU(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민간기업 간 2700억원 규모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라고 21일 밝혔다.
또 이날 방문규 산업부 장관과 케미 베이드녹 영국 기업통상부 장관이 한-영 FTA 개선협상 개시 선언문에 서명하고, 양국 정부 간 △반도체 △원전 △해상풍력 MOU도 체결한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20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세계 1위의 반도체 설계기업 그리고 세계적인 기초과학 역량을 보유한 영국과 맺게 될 첨단기술협력은 양국 번영의 토대임과 동시에 대한민국 기업들이 마음껏 뛸 수 있는 운동장을 넓히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의 GDP는 지난해 기준 3조700억 달러로 세계 6위 규모다. 유럽에서는 독일에 이은 두 번째 경제대국이다. 그러나 한국과 영국의 교류 규모는 지난해 기준 121억 달러로 유럽국가 중 독일·네덜란드·이탈리아·프랑스에 이어 5위다. 한영 양국이 경제적으로 더 협력할 부분이 상당하다는 게 대통령실의 판단이다.
윤 대통령은 이번 국빈 방문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경제사절단 70여명과 동행했다. 이들 경제사절단과 영국 기업 등 양국 200여개 기업은 비즈니스 포럼에서 △인프라 제3국 협력 △녹색투자 △글로벌 공급망 △ 원전 △벤처캐피탈 △증권거래 등 한영 FTA, 제3국 투자협력, 청정에너지, 글로벌 공급망 등에 대한 협력방향을 논의한다. 이날 체결되는 31건의 MOU는 청정 에너지 분야에서 △배터리저장장치(ESS) 공급 계약(효성중공업) △폐플라스틱 열분해(Hydro-PRT) 공장 설계 및 운영 최적화 협업(GS칼텍스) △수소연료전지-배터리 연구협력(현대자동차) △가정용 보일러 관련 판매 협력(경동나비엔) 등 5건, 원자력 분야 △영국 신규원전의 정비분야 협력(한전KPS) △영국 신규원전사업 추진을 위한 현지 협력(한전원자력연료) 등 7건, 신산업 분야 △미래모빌리티 관련 사업 협력(오토노머스에이투지) △언어 인공지능 적용 및 공동 R&D(포티투마루) 등 8건, 방산분야 △지상장비 MRO 협력(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투기의 포괄적 기술협력(한국항공우주산업) 등 5건 등이다.
이밖에도 산업통상자원부와 영국 과학혁신기술부가 '한-영 반도체 협력 공동선언'(반도체 협력 MOU)을 발표하고, 양국간 반도체 분야·인력양성·R&D·공급망 협력 등을 확대해 나간다. 아울러 산업부는 영국 에너지안보탄소중립와△청정에너지 파트너십 △원전협력 MOU △해상풍력 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정부는 22일 한-영FTA 개선협상을 개시하고, 디지털, 공급망, 청정에너지 등 현대적 통상규범을 도입하는 3세대 FTA모델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영국은 유럽연합 탈퇴한 '브렉시트'(Brexit)를 추진하면서 지난 2019년 아시아 국가로서는 한국과 최초로 FTA를 체결(2021년 1월 발효)했다. 한-영FTA는 양국 비즈니스 환경의 불확실성을 조기에 해소하며 경제협력의 발전을 견인해 온 것으로 평가됐으나, 상품·서비스 등 시장개방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최신 글로벌 통상규범을 반영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번에 추진되는 개선협상은 상품·서비스 시장개방에 집중했던 1세대 FTA(2000년대)와 노동, 환경, 경쟁 등 공정한 경쟁환경 규범을 도입했던 2세대 FTA(2010년~현재)의 범위를 넘어서, 경제안보 강화 및 공급망 안정 등 급격한 글로벌 경제 통상환경 변화를 반영하는 새로운 3세대 FTA 모델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영 당국은 공급망, 에너지, 디지털, 바이오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신통상 규범을 포함하는 새로운 FTA를 체결하고, 포괄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전략적 통상 관계를 수립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새로운 한-영 FTA가 발효된다면, 핵심 소재·부품 등의 통관절차 간소화 등 양국 산업 생태계 간 공급망 협력을 촉진하고, 청정에너지·바이오경제 분야에서 기술장벽 제거, 투자 증진 등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 창출 등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자유로운 국경 간 데이터 이전, 전자적 전송물의 무관세 영구화 등 글로벌 디지털 무역 규범을 선도하고, K-콘텐츠 진출 등 상호 디지털 무역 확대 등 신시장 창출 효과도 예상된다. 원산지 기준 개선 등으로 무관세 수출이 이뤄지면 양국 기업 간 무역을 원활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양국은 유럽연합(EU)에서 조달한 부품, 재료를 사용해 생산한 제품도 한국산으로 인정하는 원산지 특례조항을 2년 연장(올해 말 종료 예정 -> 2025년 말 종료)에 별도 합의했다. 양국은 내년 1월 한국에서 제1차 FTA 개선 공식 협상을 개최할 계획이다.
윤 대통령도 한영FTA 개정 협상에 의미를 부여했다. 윤 대통령은 국빈 방영 첫 일정으로 김건희 여사와 함께 런던의 한 호텔에서 동포간담회를 열고 "한영 FTA 개정협상을 다시 시작해 공급망과 교역의 협력 기반을 더욱 공고히 다져나갈 것"이라며 "한국과 영국은 자유·인권·법치라는 보편적 가치의 동반자이자 자유무역 시장으로 연결된 경제 공동체다. 이번 방문을 통해 한영 양국은 사이버 안보와 방위 산업 등 안보 분야의 협력 체계를 새롭게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역설했다.
김미경·정석준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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