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중소상공인 신용평가 선두주자… "980억 대출해줘도 연체하나 없었죠"

김경렬 2023. 11. 21. 18:4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권오형 윙크스톤파트너스 대표
회계법인·다국적기업·미디어 커머스 등 다양한 경험 밑거름
데이터 수집·금융운영체제 두 시스템으로 현금 흐름 추적해
운전자본 증감 추정 상환현금 분석… 해외은행과 제휴 추진
권오형 윙크스톤파트너스 대표.

금융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중저신용자. 정부는 이들에 혜택을 주는 다양한 방안을 고민해왔다. 저축은행과 상호금융권을 비롯해 인터넷 전문은행,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온투업) 등의 설립 취지가 중저신용자를 지원하는 금융공급 확대다. 하지만 문제는 리스크를 어디까지 감당해야하는지다. 나이스정보평가, KCB 등 전문 CB(신용평가) 업체가 신용평가 모델을 도입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중저신용자 평가는 늘 제자리다.

윙크스톤파트너스의 권오형(45·사진) 대표는 중소 자영업자 신용평가 선두주자로 뛰고 있다. 권 대표는 중저신용자 중 리스크가 작고 성장성이 높은 기업에 주목한다. 그는 "누가 위험한지 모르기 때문에 중저신용자 모두에 대출을 꺼리는 것"이라며 "중소상공인 평가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는 신용평가 모델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윙크스톤은 시장에 없던 신용평가모델을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1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평가모델은 권 대표의 다양한 경험이 밑거름 돼 탄생했다. 권 대표는 지난 2005년부터 9년간 삼일회계법인 재무자문서비스(FAS) 부서에서 인수·합병(M&A), 기업가치평가 등의 일을 했다. 금융기관 딜에도 참여했는데 국내 기관보다는 국경을 넘나드는 크로스 보더 딜이 많았다.

우리은행이 미국 자회사인 우리아메리카를 통해 한미은행(LA 교민은행) 인수를 추진할 때는 채권평가를 담당하기도 했다.

특히 삼일회계법인의 미국 본사(PWC회계법인) 요청으로 '텍사스 달라스 오피스'에서 일할때는 해외 금융기관의 신용평가 모델을 접했다. 당시 횡령 등 기업의 불법행위를 적발하는 포렌직스 팀 소속이었는데, 미국의 중앙은행과 예금보험공사가 발주하는 용역에 참여해 미국 신용협동조합이나 선트러스트은행 등의 법률 포트폴리오를 검토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권 대표는 미국의 작은 은행들도 중소상공인에게 대출을 많이 하는 점을 눈여겨봤다.

권 대표는 "미국에선 높은 신용한도를 부여해 대출을 많이 해주고 있었다. 미국의 금융 위기는 담보 대출이 부실화되면서 촉발됐는데, 그때에도 신용대출은 견고하게 유지됐다"며 "한국에서 서비스를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신용평가모델 개발은 만만치 않았다. 처음 개발하기로 마음 먹었을 때는 국내 데이터가 별로 없었다. 중소상공인들의 세금 신고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었는데 정확하지 않았다. 신고하지 않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이후 2년 동안 다국적 위스키업체 디아지오에 몸담았다. 디아지오에서 경영기획시스템을 배운 후, 국내 온투업체 어니스트펀드의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자리를 옮겼다. 3년 정도 회사를 키우고 나니 중소상공인들이 이용하는 디지털 서비스가 생겼다. 권 대표는 신용평가모델을 개발할 때가 됐다고 생각해 회사를 나왔다. 이후 소상공인들의 데이터가 쌓여있는 미디어 커머스업체 아이비엘 CFO를 거쳐 2020년 윙크스톤 대표이사로 오게 됐다.

권 대표가 선보인 주력 시스템은 두 가지다. 중소상공인들이 자주 사용하는 B2B(기업간), B2C(기업-개인간) 플랫폼에서 최신 데이터를 수집하는 '윙크스캐너'와 이를 실시간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로 연동해 수집·저장·분석 후 모객부터 대출까지 직접 실행하는 금융 운영체제(OS) '윙크브리지'다.

윙크스톤은 이 두 시스템으로 기업의 현금을 추적한다. 기존 시스템은 매출채권과 비슷한 개념의 선정산 서비스 데이터만 활용했다. 온투업체 펀다의 자회사 바이나우에서 활용하는 시스템이다. 이와 달리 윙크스톤은 API로 기업의 매출입을 실시간으로 확인해 현금흐름을 추정한다. 중소상공인의 경우 윙크 스캐너를 통해 현금흐름평가(CFSS), 비대면 특화 신용평가(CSS), 비금융 가중치 모델(MFD)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각 사업권역별로 복합평가모델을 구축, 데이터를 통합해 자동화 시스템을 구현했으며 비용은 최소화했다.

권 대표는 "윙크스캐너와 윙크브릿지는 운전자본 증감까지 추정해 실제로 상환할 수 있는 현금이 앞으로 얼마나될지를 자동 분석한다"며 "KB금융그룹에서 윙크브릿지를 활용해 중소상공인에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시스템에 도매업체와 생산공장의 데이터를 연동하고 데이터를 블록체인화 할 계획"며 "데이터를 비가역적으로 만들면 데이터 변화 지점을 알 수 있어 검증도 가능하다. 활용도와 데이터 추출력이 강해지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권 대표는 "시스템을 활용해 P2P(온라인투자연계금융) 대출을 해 본 결과 연체가 없다"고 설명했다. 1조원 넘는 대출을 검토해 930억원을 실행한 결과 부실연체가 없었으며, 해당 대출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평균 연10% 수익률을 가져갔다는 것이다.

윙크스톤은 향후 해외 은행들과 제휴해 시스템 공급망을 확대할 계획이다. 권 대표는 "중소상공인 대상으로 회계 기록을 제공하는 전사적 자원관리(ERP) 업체나 동남아시아 등 해외 진출한 국내 금융기관들과 협업을 고민하고 있다"며 "일본 은행들과도 윙크스톤의 신용평가모델을 제공할지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경렬기자 iam10@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