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노-글로벌픽]역대급 반전 드라마 ‘챗GPT의 아버지’ 해임 사태의 전말은?

권용휘 기자 2023. 11. 21.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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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의 아버지’로 불리는 샘 올트먼은 AI의 선구자로 꼽힙니다. 오픈AI 공동 창업자인 그는 지난해 말 챗GPT를 출시하며 전 세계에 생성형 AI의 열풍을 이끌었습니다. 이를 통해 오픈AI가 마이크로소프트(MS)로부터 130억 달러에 이르는 투자를 받고, 기업가치를 860억 달러(111조5000억 원)로 평가받는 데 기여하기도 했지요.

샘 올트먼 전 오픈AI CEO. 연합뉴스


그런 그가 지난 17일 오픈AI의 최고경영자(CEO) 직에서 해임됐습니다. 오픈AI 이사회는 성명을 통해 “올트먼이 회사를 계속 이끌 수 있는지 그 능력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이사회는 신중한 검토 과정을 거쳐 올트먼이 소통에 솔직하지 않아 이사회가 책임을 다하는 데 방해가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습니다.

그의 해임은 갑작스럽게 이뤄졌습니다. 올트먼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에 참가한 지 불과 하루 만이고요. 지난 6일에는 올트먼이 오픈AI 첫 개발자 회의를 열고 최신 AI 모델 ‘GPT-4 터보’를 선보이는 등 오픈AI의 앞으로의 사업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을 ‘쿠데타’로 표현했습니다.

그런데 불과 사흘 만에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20일 오픈AI 최대 투자자인 마이크로소프트(MS)가 올트먼과 그를 따르는 오픈AI의 핵심 인력을 영입한다는 소식을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MS가 오픈AI의 지적 재산과 기술 인력을 동시에 확보하게 돼 업계 최고 자리를 굳힐 계기를 마련하게 된 셈입니다.

반면 오픈AI는 존립이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습니다. 오픈AI의 투자자는 이사회를 상대로 소송을 검토하고 있고요. 오픈AI 직원 상당수는 올트먼 해임에 반발해 이사회 전원 사임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사회 사임을 요구하는 연판장에 서명한 직원이 700명이나 된다고 보도했는데요. 이 회사 직원이 770명가량인 것을 고려하면 90%에 해당하는 인원입니다.

올트먼 해임 발표가 나왔을 때만 해도 배경을 두고 각종 추측이 나왔습니다. 우선 오픈AI가 “올트먼이 계속 소통에 솔직하지 않다”고 해임 이유를 설명했는데요. 이 때문에 올트먼이 회사 내 보안 문제를 일으켰거나, 이사회를 상대로 거짓말을 했다는 루머가 돌았습니다. 가족사로 해임됐다는 추측도 있었습니다. 올트먼의 여동생 애니가 X(옛 트위터)를 통해 “오빠들, 특히 샘 올트먼과 잭 올트먼으로부터 성, 신체, 정신, 언어, 재정 학대를 당했다”고 주장한 바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AI의 위험성을 둘러싼 갈등이 원인이라고 합니다. 올트먼은 더 많은 자금을 투자받고 추가 수익원을 찾으려 했습니다. 이사회 일부 구성원은 AI의 위험성에 대해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채 오픈AI의 사업 구축에만 집중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맞섰습니다. 그의 해임을 주도한 일리야 수츠케버 수석 과학자와 그에 동조한 이사회 멤버는 AI에 의해 인류가 파멸될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고 합니다. 수츠케버는 AI의 위험성 통제를 위한 사내 팀까지 새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는 이달 초 팟캐스트 방송에서 “우리가 사람보다 훨씬 똑똑한 컴퓨터와 데이터센터를 갖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 전혀 터무니없는 일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며 “그런 AI가 무엇을 할까. 나는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수츠케버와 같은 이를 ‘효과적 이타주의자’라고 부르는데요. 올트먼이 잠재적으로 유해한 AI 시스템 구축을 위해 너무 빨리 움직인다고 걱정했습니다.

결국 이번 사태는 AI가 인류의 가장 큰 진보이자 사업 기회라고 믿는 이와, 너무 빠른 기술 발전은 위험하다고 믿는 이들 사이의 시각 차이 때문에 발생한 것처럼 보입니다. “왜 이렇게 갑자기 똑똑해지는지 모르겠다”며 개발자들도 두려워하는 AI. 우리가 AI 발전을 반기기만 해야 하는지 고민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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