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투자사' 전 대표, 골프선수들과 짜고 1086억 금융사기

비상장주식 성공 노하우 있는 척
원금 보장 및 고수익 약속했지만
돌려막기 불과 '폰지사기' 드러나

검찰 로고. 뉴스1

영화 '기생충' '엑시트' 등에 투자했던 자문회사의 전직 대표가 1,000억 원 대 폰지사기(다단계 금융사기)를 벌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검 형사4부(부장 김정국)는 21일 "투자회사 전 운영자 엄모(41)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유사수신행위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공범 8명과 함께 임원이 법을 위반한 경우 법인도 처벌하는 규정에 따라 엄씨가 운영한 법인도 불구속 기소했다.

엄씨는 2018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각종 거짓말로 48명을 속여 비상장주식 투자금 1,086억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수익은 사실 적었던 영화 기생충 투자 건을 성공 사례로 포장한 게 대표적이었다. 정작 본인은 367억 원의 손실을 봤으면서도 대다수 투자자에게는 원금 보장과 5~30%의 수익금을 약속하고, 인맥을 쌓기 위해 대학교 4, 5곳에서 동시에 최고위 과정을 듣기도 했다.

사실상 돌려막기에 불과했던 엄씨의 범행에는 국내 대회 입상 경력이 있는 골프선수 3명도 동원됐다. 투자자를 모집하면 수수료를 주고 골프 접대를 시키는 식이었다. 이들과 엄씨의 운전기사, 또 다른 투자자 등 8명이 모은 피해자는 38명, 피해액은 786억 원에 달했다. 이렇게 뜯어낸 돈은 앞선 투자자에게 원금을 돌려주거나 접대비·수수료 지불, 가상화폐 투자 등에 사용됐다.

지난해 5월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엄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이달 초 일당을 검찰에 송치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엄씨 등이 범죄 수익을 함부로 처분하지 못하도록 기소 전 추징보전 조치하는 한편, 보완수사를 거쳐 범행 구조를 규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앞으로도 '원금보장'과 '고수익' 등을 앞세운 금융∙경제범죄에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최다원 기자 da1@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