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 "멋짐 의식하는 순간 멋 없어져, 의미도 주어지는 것이지 강요할수 없는 것" [인터뷰M]

김경희 2023. 11. 2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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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울의 봄'에서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을 연기, 나라와 국민을 지킨다는 군의 원래 사명에 충실한 인물을 그려낸 정우성을 만났다. 이태신은 권력을 목표로 군사반란을 일으키는 전두광과 정반대에 서 있는 인물로 12.12 당일, 서울로 전방부대까지 불러들이는 반란군에 맞서 끝까지 대항했다.

iMBC 연예뉴스 사진


김성수 감독과 벌써 다섯 번째 작품을 함께한 정우성은 "처음 이 작품을 본 건 시나리오의 모니터링 부탁 때문이었다. 어떤 작품이건 늘 모니터링을 부탁하셔서 이번에도 출연 여부와 상관없이 시나리오를 보고 '되게 어려운 작품 하시네'하는 생각을 했다."며 시나리오의 첫인상을 밝혔다.

이후 캐스팅 과정을 전해 들으며 곧 자신에게도 제안이 오겠다는 예상을 했었다고. 그러나 당시에 '헌트'를 촬영한 직후였고 '헌트'에서는 광주 진압 명령을 받은 군부대 지휘관 중 하나인 역할이었다. '서울의 밤'에서는 광주 진압 명령을 내리는 무리들에 맞서 끝까지 싸우는 역할을 연기해야 했기에 부담스럽다며 거절했다고.

그러나 이태신이라는 인물은 인간의 고뇌를 그리는 인물로 그릴 거라는 김성수 감독의 끈질긴 설득이 있었고 캐릭터를 냉정하게 바라보는 감독의 마인드 때문에 출연을 결정했다고 한다.

한 캐릭터를 연기해야 하는 배우의 입장에서는 캐릭터에게 의미부여도 하게 되고 애정과 연민이 생기게 되는데 김성수 감독은 배우가 캐릭터에게 가지는 감정을 배재시키려 했단다. 감정이 가미된 인물로 그리기보다는 군인으로서의 본분에 충실한 이성적인 캐릭터로 이태신을 그려내려는 감독의 방향이 옳다고 생각되 감독을 많이 의지하며 연기했단다.

이태신 연기를 위해 감독이 특별한 요구를 한 게 있냐는 질문에 정우성은 잠시 망설인 뒤 "이태신을 준비하라며 보내주는 영상이 유엔난민기구 친선 인터뷰를 하는 제 모습이었다. '난 이태신이 이랬으면 좋겠어'라면서 자꾸 내 영상을 보내는데 '이거 나잖아요. 뭘 바라는 거야?'라는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솔직한 고백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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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며 "생각해 보니 그때 인터뷰할 때 단어 하나하나의 선택이 어려웠다. 구성원들의 삶을 이해하는 상태에서 단어를 선택해야 했고 공감을 유도하는 인터뷰를 할 때의 신중함이 이태신의 모습이라는 말씀을 하신 것 같다. 처음에는 감독님의 주문이 난감했는데 의도를 파악한 이유를 알고 난 뒤에는 어떤 사건에 반응할 때 차분한 모습을 담아내고 수경사령관으로서 이 말을 하는 이유가 왜 타당한지에 대한 의미를 깊이 생각하고 말하는 톤 앤 매너를 연기에 적용했다."며 캐릭터 연기의 주안점을 밝혔다.

그래서 전두광 캐릭터의 감정 폭주에 맞서는 차분한 인물을 그려낸 정우성은 "상대방이 개인적 사심의 폭주였기에 이태신은 이성적으로 대처하려고 했다. 다가오는 상대에게 한걸음 뒤로 물러섬으로써 맞섰고, 바라보고 관찰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했다."는 말로 이태신이 어떤 인물이었는지, 그런 인물을 어떻게 그려냈는지를 한 번에 이해할 수 있게 설명했다.

'서울의 봄'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대부분이 실존 인물들을 연기했다. 하지만 실존 인물과 실제 사건에서 모티브를 가져왔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상상을 통해 만들어진 것. 그랬기에 정우성은 "사건에 대한 공부는 더 멀리하고 배척하려 했다."며 12.12에 대한 구체적인 공부나 실존인물에 대한 탐구는 하지 않았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이 작품이 어떤 사건의 결말을 보여준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고 사건이라는 틀 안에서 인간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감독님은 인간 본성에 대한 탐구를 하시더라. 인간으로서 어떤 부담이 있는지,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고민을 했는지가 보였다. 승자와 패자를 가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인간에 대한 탐구가 핵심인 작품이었다."며 '서울의 봄'의 의미를 밝혔다.

정우성은 김성수 감독과의 관계에 대해 "애증의 관계다"라고 하면서도 "제가 영화 작업하면서 처음으로 동료로서 인정받고 작업이 무엇이라는 걸 현장에서 실천으로 깨우침을 주신 분이다. 저한테는 최고의 선배이자 동료이자 아주 귀찮은 사랑하는 감독이다."라며 애정과 신뢰가 뚝뚝 묻어나는 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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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영화에 주요 배역만 68명에 이를 정도로 쟁쟁한 많은 배우들이 출연하는데 이들의 하모니가 좋았다는 말을 하면서도 "그 많은 배우들을 그렇게 각자 자리에서 빛나게 하는 감독님이 지독하다는 생각이 들더라. 계속해서 배우를 관찰하고 캐릭터와 배우 간의 매칭되는 접점이 어디일지 포착해 내는 집요한 에너지가 대단한 분"이라며 김성수 감독을 칭찬했다.

'서울의 봄'을 통해 보인 이태신이라는 캐릭터는 외모부터 신념, 행동까지 멋진 인물이었다. 게다가 이런 멋진 캐릭터를 정우성이 연기한 것이 더 멋짐을 얹어 준 건 아닌가 싶었다. 그는 "멋짐은 제삼자가 보고 평가하는 것이라 저는 잘 모르겠다. 어느 순간부터 멋짐을 의식하는 순간 멋이 없어지더라. 멋진 씬이라 생각돼서 의식하고 연기하면 멋짐이 다 날아가서 그냥 감정에 충실해 연기하려고만 한다. 평가는 관객들이 하는 것. 내가 스타라고 의식하면 사람들이 내가 스타병에 걸린 걸 아는 것처럼 멋짐은 의식하면 안 되는 것"이라는 말을 했다.

그러며 "영화 촬영할 때는 전혀 그런 의식을 안 하는데 광고 촬영할 때는 많이 의식하게 된다. 디렉팅도 멋진 미소를 지어달라고 하고 미소 짓거나 뭘 하면 현장에서 다들 멋있다고 손뼉 치며 환호도 해준다. 그런데 그런 걸 의식하는 순간 짧은 연기를 하는데도 미소 지을 때 입가가 떨리더라."며 자신의 멋짐을 의식한 순간은 있었다는 솔직한 고백을 해 웃음을 안겼다.

영화의 의미에 대한 질문에도 '의식하면 안 된다'는 정우성의 신념은 동일하게 적용되었다. "20대나 30대에는 작품의 의미도 찾았고 스스로 이 작품에 임하는 의미를 크게 두고 의식도 많이 했었다. 그런데 이런 게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점점 든다. 특히 이번 작품을 하면서 더 그런 생각이 들더라. 의미는 주어지는 거지 내가 강조해서는 안되고 전달할 수도 없는 것이다. 누군가가 보고 느끼고 다수가 공감할 때 의미가 생기는 것."이라며 반박할 수 없는 맞는 말을 해 또 한 번 멋짐을 느꼈다.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린 영화 '서울의 봄'은 11월 22일 개봉한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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