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민족 ‘1027작전’ 거센 저항 시작…기로에 선 미얀마

한겨레 2023. 11. 21.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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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미얀마 동북부 샨주 남캄에서 소수민족 무장단체인 타아웅민족해방군 대원이 총을 들고 경계를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미얀마에서 2021년 2월1일 군부 쿠데타가 발발한 지 2년9개월이 지났다. 쿠데타 이후 군부는 저항 세력을 상대로 무자비한 탄압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들의 장기 집권이 이어질 것이란 암울한 예측이 굳어져 왔다. 하지만 지난달 27일을 기점으로 미얀마 동북부 샨주에서 3개 소수민족 무장단체인 미얀마민족민주연합군(MNDAA), 타아웅(타앙)민족해방군(TNLA), 아라칸군대(AA)가 군부에 저항을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전국 곳곳에서 군부에 맞서는 무장단체의 저항이 확산되고 있다.

무장세력들의 저항은 지난달 초 샨주 내 중국과 미얀마의 국경 지대인 무세에서 발생한 온라인 사기(보이스피싱) 단체 조직 소탕 과정에서 시작됐다. 온라인 사기에 연루된 중국인 4600여명이 지난달 14일 이 지역을 통제하는 소수민족의 무장단체인 와족 연합군(UWSA)에 체포돼 중국으로 인계됐다. 이 범죄 조직들은 취업 사기 등으로 중국인 등을 데려와 온라인 사기 범죄 등에 참여하도록 강요했다. 범죄 조직들이 활동한 곳은 미얀마~타이~라오스 국경에서 마약 재배로 악명 높았던 ‘골든 트라이앵글’ 지역과도 가까운 곳이다. 최근 이 지역에선 취업 사기에 연루된 한국인 19명이 감금됐다가 풀려나기도 했다.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통해 집권한 뒤 이 지역에서 온라인 사기와 마약 거래가 증가하자, 중국 당국은 특별단속을 요청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미얀마 군부는 이 요청에 미온적으로 대처하다가 중국 정부가 적극 개입하자 태도를 바꿨다. 미얀마 군부는 이달 중순 이 사건의 배후에 3개 소수민족 무장단체가 연계됐다고 주장하면서 이들을 소탕해 중국과 관계를 개선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불만을 품은 3개 소수민족 무장단체는 ‘1027작전’이라는 이름으로 강력한 저항을 시작했다. 미얀마 국민들은 처음엔 이 움직임을 신군부와 소수민족 무장단체 간의 이권 충돌 문제 정도로 보고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다.

하지만 미얀마 군부가 동북부 지역에서만 140여개의 주요 군 주둔지를 빼앗길 정도로 열세를 보이자,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한다. 미얀마 민주화 진영이 만든 무장조직 시민방위군(PDF)과 소수민족 무장단체가 연합하면서 대도시를 제외한 전국 지방 곳곳에서 무장봉기가 잇따르고 있다. 미얀마 군사정권에 맞서 출범한 임시정부 격인 국민통합정부(NUG) 역시 이번 기회가 군부를 뿌리 뽑기 위한 마지막 기회로 보고 전열을 모아 저항하는 중이다.

대조적으로 중국은 최근 미얀마 동북부 지역이 하루빨리 안정되기를 바란다는 발표 정도를 내놓을 뿐 개입을 삼가고 있다. 이번 저항을 일으킨 샨 지역 소수민족 무장단체들은 ‘버마 공산당’에서 갈라져 나온 중국계로 중국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활동해왔다. 중국과 미얀마 사이 무역의 제1관문인 무세의 연간 교역량은 18억달러(약 2조3100억원)에 이른다.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에서 중요한 거점 지역으로 꼽힌다.

또다른 이유는 중국이 미얀마 군부에 갖는 불신 때문으로 보인다. 초기 범죄자 소탕을 미얀마 군부가 아닌 중국과 관계가 깊은 와족 연합군이 주도했다는 점, 범죄에 미얀마 군부도 깊숙이 연관되어 있을 수 있다는 점, 소수민족 무장세력과 충돌에서 사흘 만에 주요 거점을 잃어버릴 정도로 군부의 조직력이 와해되고 있다는 점 등이 중국 정부의 판단에 두루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번 사태가 어떻게 정리되느냐에 따라 미얀마의 미래는 크게 바뀔 수 있다. 첫째, 중국이 지금처럼 미얀마 소수민족 무장세력의 저항에 침묵할 경우 중국 영향 아래 놓인 새 정권이 탄생할 수 있다. 이 경우 새 정부는 미얀마 전역 40여개 소수민족 무장단체의 통합이라는 만만치 않은 숙제를 풀어야 한다. 둘째, 중국이 적극 개입하여 무장 저항을 중단시키면, 이 싸움에 뒤늦게 참여한 국민통합정부의 위신이 떨어지게 된다. 이 경우 군부 정권이 더 장기화될 수 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이번 사태로 새로 20만명의 피난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밝혔다.

미얀마 국민들은 이번 저항으로 민주화의 작은 불씨가 되살아났다고 기대하는 중이다. 국제사회가 다시 미얀마를 응원해주길 바라고 있다.

천기홍 부산외대 미얀마어과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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