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英, AI·우주·반도체 전방위 밀착···'해양 공동순찰'로 대북제재 동참
과기·공급망 확보·에너지 연대에
1300만 파운드 규모 공동연구도
사실상 '한미동맹' 버금가는 수준
합동군사훈련 강화로 대북압박 강화
윤석열 대통령과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다우닝가 합의’를 통해 양국 관계를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로 한 것은 양국 관계를 한미 동맹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강화하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양국은 경제와 안보 측면에서 이해관계를 맞춰가고 있다. 우선 한국은 ‘글로벌 중추국가’ 도약을 위해 자유·인권·평등 가치를 공유하는 주요국과의 관계 개선을 원하고 있다.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 아시아태평양의 소비 시장 및 제조기술과의 접근을 확대하기 위해 글로벌 무역의 중추국가인 대한민국과 경제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번 윤 대통령의 국빈방문을 계기로 양국은 경제·기술 협력을 강화하는 것을 넘어 대북 해양 공동 순찰을 추진하는 등 한반도 문제에서도 공조를 강화하기로 했다.
21일(현지 시간)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국 런던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양국 관계를 격상시키는 내용의 다우닝가 합의는 양국이 체결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협력 문서”라며 “안보 분야는 물론 과학기술·공급망 확보·에너지 연대 등 협력 지평을 포괄적으로 넓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양국이 전략적 동반자 관계라는 표현을 썼다는 것은 한영 관계를 한미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영국 정부도 다우닝가 합의 관련 내용을 공지하면서 “올해 초 영국이 싱가포르·일본과 맺은 파트너십과 유사한 협정에 한국과 서명하기로 했다”며 “이는 양국 관계를 심화시키고 기술·안보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 역시 “다우닝가 합의에 대해 한 영국 측 외교관은 ‘한때 영국이 일본과 동맹 관계를 맺은 적 있는데 그 정도에 준하는 관계까지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해 주더라”고 귀띔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다우닝가 합의에는 양국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이 상당수 포함될 예정이다. 합의 문건과 별도로 ‘전략적 사이버 파트너십’을 체결해 사이버 안보 위협 대응 역량을 강화하고 ‘방위력 협력 파트너십 의향서’ 및 ‘방산 공동수출 양해각서(MOU)’에 서명해 방산 협력을 확대할 기반을 마련한다. 남 교수는 “우리의 방산 수출에 많은 선진국들의 견제가 들어온다. 반면 영국은 제조 기술이 부족하다”며 “한영이 함께 방산 수출에 나서면 윈윈할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다우닝가 합의를 통해 영국이 한반도 문제에서 한국을 지지하는 정도를 넘어 대북 해양 공동 순찰을 추진하기로 한 점에 주목했다. 영국이 G7의 일원이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국제 외교무대 영향력이 상당하다는 점에서 구체적인 행동으로 대북 제재에 동참하는 것이 북한에 상당한 압박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박원곤 이화여자대 북한학과 교수는 “공동 해양 순찰은 상당히 적극적인 움직임”이라며 “중국·러시아의 비토권 행사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사실상 무력화된 상황에서 영국의 참여는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양국 정부는 다우닝가 합의를 통해 “양국 상호 무역·투자는 물론 AI·원전·청정에너지·인프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이 강화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김 수석은 “세계 1위의 반도체 설계 기업과 세계적인 기초과학 역량을 보유한 영국과 맺게 될 첨단과학기술 협력은 양국 번영의 토대임과 동시에 대한민국 기업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운동장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에 따르면 다우닝가 합의에는 △한영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개시 △한영 반도체 협력 MOU △해양·지상·사이버공간 안보 협력 △AI·원전·디지털 기술 협력 등 거의 모든 경제 산업 분야에 대한 내용이 총망라될 예정이다. 영국 정부에 따르면 다우닝가 합의에는 영국 왕립학회가 참여하는 최대 450만 파운드(약 72억 8000만 원) 규모의 공동 연구 자금 투입도 포함될 계획이다. 이뿐만 아니라 영국 혁신청은 한국의 여러 기관과의 공동 혁신 프로그램 개발에 850만 파운드(약 137억 4000만 원)를 투입하게 된다.
또 영국 정부 다우닝가 합의 공지문에서 “이미 세계적인 경제 대국인 한국에는 4500만 명의 중산층 소비자가 있다”며 “한국의 수입 시장은 2035년까지 약 4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국의 무역은 2011년 FTA 타결 이후 두 배로 증가했다”며 “한국 기업들의 투자에 더해 약 30억 파운드(4조 8500억 원)의 무역 증가와 1500개 이상의 고숙련 일자리 증가가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여기에 더해 “이번 한국의 투자는 양국의 새로운 청정에너지 파트너십을 뒷받침한다”며 “이는 전 세계적으로 재생 가능 에너지 용량을 총 3배로 늘리기 위한 노력을 촉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런던=주재현 기자 joojh@sedaily.com강도림 기자 dorimi@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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