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英 FTA 디지털분야 확장 … 英日동맹 맞먹는 경제파트너로

박윤균 기자(gyun@mk.co.kr), 이새하 기자(ha12@mk.co.kr) 2023. 11. 21.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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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정상 '다우닝가 합의'
AI·핀테크 통상 지평 넓히고
'종이 없는 무역' 안건 올릴듯
FTA 투자분야 신설도 거론
반도체 협력 MOU 체결해
양국 굳건한 공급망 구축
尹, 원전 등 신산업 경협 모색
英동포 간담회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20일(현지시간) 런던의 한 호텔에서 열린 동포 만찬 간담회에서 화동에게 꽃다발을 받으며 미소를 짓고 있다. 이승환 기자

한국과 영국이 수교 140주년을 맞아 채택한 '다우닝가 합의(DSA·Downing Street Accord)'는 미래 첨단 산업 분야에 대한 양국의 경제협력을 양적·질적으로 확대하기 위한 차원에서 체결된 것으로 풀이된다. 양국의 협력 범위를 안보와 국방은 물론 과학기술, 공급망 확보, 에너지 연대 등 경제 분야로까지 확장하며 교역 규모도 대폭 늘리겠다는 복안이다.

먼저 양국은 기존의 한영 자유무역협정(FTA)을 개선하기 위한 협상을 시작하기로 했다. 양국 협력의 잠재력이 크지만 교역 규모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것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그동안 영국이 독일에 이어 유럽연합(EU) 2위의 경제 대국인데도 한국과 영국 간 교역 규모는 작년 기준 유럽 내 6위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번 순방을 계기로 이뤄지는 한영 FTA 개선 협상 개시는 한국과 영국에 자유로운 교역과 투자 환경을 조성해 양국 기업들에 새로운 부를 창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영 FTA 개선 협상은 2021년 협정이 발효한 시점으로부터 약 3년 만에 이뤄진다. 한국은 EU 탈퇴를 결정한 영국과 2019년 8월 별도의 FTA를 체결한 바 있다. 이번 FTA 개선 협상에서 한국 측은 시장 접근 개선, 디지털 통상규범 정립, 공급망 협력 등 세 가지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또 전기차 등의 수출이 용이해지도록 산업 현실에 맞게 완화된 원산지 기준을 도입하고 고속철도 등 정부조달시장을 개방하는 문제도 논의하겠다고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이 전했다.

英왕실 환대받은 尹대통령 부부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스탠스테드공항에 도착해 전용기인 공군1호기에서 내려 왕실에서 제공한 의전 차량을 타고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이번 협상에는 디지털 통상 활성화 방안이 담길 전망이다. 현재 한영 FTA에는 전자적 전송에 대한 무관세 등 전자상거래 규범 관련 2개 조항만 담겨 있다. 정부는 중소기업과 핀테크·인공지능(AI) 기업 등으로 디지털 통상을 넓히고, 종이 없는 무역 등을 안건에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개선 협상이 논의되는 분야는 '한영 FTA 투자 분야' 신설도 거론된다. 지금 양국 간 투자를 규율하는 건 1976년 발효된 '한영 투자자보호협정'뿐이다. 이 협정에는 정부의 정당한 정책 권한 확보 등 최신 국제 동향이 반영돼 있지 않아 이번 개선 협상에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장점을 뚜렷하게 가진 양국이 경제 협력의 범위를 확장하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한국과 영국은 미래의 강력한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양국 간 반도체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영국은 세계 1위의 반도체 설계 기업인 ARM을 보유한 국가다. ARM은 모바일용 반도체 설계에 필요한 지식재산권(IP)을 가장 많이 보유한 기업이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제조 기업과 협력 관계를 맺는다면 향후 양국이 굳건한 반도체 공급망 체계를 구축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관계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밖에도 윤석열 대통령과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이번 국빈 방문을 계기로 AI, 디지털, 원전, 우주과학, 바이오, 양자기술, 해상풍력, 청정에너지 등 미래 산업 분야의 경제협력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한다. 양국 정부와 기업·기관들은 22일(현지시간) 열리는 비즈니스 포럼을 계기로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한다. FTA 개선 협상 개시 공동선언문과 반도체 협력 MOU를 포함해 양국 정부는 총 6건의 MOU를 체결한다. 청정에너지 파트너십과 해상풍력 MOU, 원전 협력 MOU 등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공동 대응과 관련한 내용이 중심이다. 한국 방위사업청과 영국 산업무역부 사이에는 방산 공동수출 MOU도 체결된다. 특히 원전 분야와 관련해서는 양국 정부 간에 체결되는 원전 협력 MOU를 제외하고도 기업·기관 간 원전 생태계 전반에 걸친 MOU가 8건 체결될 예정이다.

또 양국의 기업·기관 간에는 에너지·AI·방산·바이오·금융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총 31건의 양해각서가 체결될 전망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효성중공업·경동나비엔 등은 영국 기업과 약 2700억원 규모의 수출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 AI와 바이오 등 첨단산업 분야의 한국 스타트업이 영국과 유럽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협력 MOU도 다수 포함됐다.

[런던 박윤균 기자 / 서울 이새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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