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용 장기조직 '자동 배양기' 세계 첫 개발
뇌·간·신장 등 인간 장기 구현
플라스틱칩으로 의약품 실험
실험용 동물 年1억마리 처분
동물대체시험법 논의 활발
의료·의약품 개발 과정에서 실험용 동물 대신 사용할 수 있는 인간장기모델을 자동으로 배양하는 장비가 국내 바이오기업에 의해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매년 1억마리가 넘는 실험용 척추동물을 대체할 수 있어 주목된다. 실험용 동물들은 실험이 끝난 뒤 폐기처분해야 하는 상황이라서 세계적으로도 동물대체시험법 도입이 힘을 얻는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미세생리시스템(MPS) 제조기업인 멥스젠은 오는 30일 인간의 생체조직을 자동으로 배양해주는 '프로멥스'를 출시한다. 'MEPS-TBC' 기반의 프로멥스는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고도 인간 장기 모델의 조직장벽을 생산할 수 있도록 설계된 장비다. 세포 주입·배양, 관류 형성 등 전 과정이 자동화로 이뤄지는 건 프로멥스가 세계 최초다.
멥스젠의 대표 플랫폼인 MEPS-TBC는 혈관 내피세포와 3차원 형태의 주요 장기 세포들이 인체 내부처럼 자연스럽게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만든 플라스틱 칩이다. MEPS-TBC를 통해 구현할 수 있는 장기 조직은 뇌, 간, 신장, 피부 등이 있다. 또 장기유사체인 오가노이드에 신생 혈관을 연계한 3차원 종양도 만들어낼 수 있다.
이번에 선보이는 프로멥스는 세포 배양에 걸리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했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MPS 장비 1대에 4개의 칩이 들어가고 칩 하나당 8개 유닛이 있어 장비 1회 구동에 32개의 장기조직 모델을 구현할 수 있다. 이를 사람이 직접 작업할 경우 장기마다 다르지만 대개 1~2개월가량 소요된다. 프로멥스는 해당 기간을 평균 2~3일로 줄였다. 기존 장비와 달리 조직의 대량생산과 대규모 실험, 비용 절감이 가능한 이유다.
사람이 배양 작업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미세한 오차를 없애고 세포의 재현성을 향상시켰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통상 생체조직칩에 사용되는 단위는 ㎕(마이크로리터)인데 프로멥스를 활용하면 극소량의 세포도 모두 일관성 있게 만들어낼 수 있다. 김용태 멥스젠 대표는 "학교나 병원 실험실의 연구원들이 수작업으로 생체조직칩을 이용해 장기 모델을 만드는 경우 대량 생산이 어려운 것은 물론 각 연구원의 숙련도에 따라 결과물의 차이가 발생한다"며 "프로멥스는 생체조직칩 배양 과정을 장기별로 최적화해 1회 가동으로 32개의 모델을 완성한다는 점에서 정확한 대용량 약물시험을 가능케 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멥스젠은 우선 내년 1분기까지 국내 거래처를 확보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현재 구매의사가 있는 여러 기업들과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김 대표는 "다양한 CRO(임상수탁기관), 제약사, 연구소 등과 협의하고 있다"며 "내년 2분기부터는 글로벌 시장으로 판매영역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들어 동물대체시험에 대한 국내외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프로멥스가 대체 플랫폼 시장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최근 글로벌 제약바이오업계는 효율적인 신약 개발과 ESG(환경·책임·투명경영) 경영에 기여하는 방안으로 동물대체시험법에 주목하고 있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따르면 비임상 독성실험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다 하더라도 종 간 생리학적 차이로 인해 임상에서 동일한 값을 얻지 못하는 비율이 90%에 달한다. 이를 포함한 다양한 연구결과들이 동물대체시험법에 힘을 실으면서 지난해 말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동물실험 의무 조항을 없앴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동물대체시험을 촉진하는 법안이 발의돼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이달 초에는 국내 전문가 346명의 목소리를 담은 서명서가 보건복지위원회에 전달됐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해마다 약 500만마리의 동물들이 신약 개발 실험에 쓰이고 있다. 전체 동물의 45%가 가장 큰 고통을 주는 E등급 실험에 투입되고 있다. 업계에선 실험실에서 발생되는 폐기물의 양이 상당하다는 점도 지적한다. 독성 화학물질이 포함된 동물 사체뿐 아니라 수백만 개의 케이지, 주삿바늘, 주사기 등의 소모품이 대표적이다. 이를 처리하는 데 쓰이는 소각로에서도 대기 오염을 유발하는 가스가 배출된다는 점에서 동물 활용을 하루빨리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심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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