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장관 “1회용품 자발적 감량 유도”···환경단체 “국민에 책임전가”
환경부가 ‘1회용품 규제’를 사실상 철회해 비판을 받는 가운데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플라스틱·일회용품 감축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규제 대신 ‘넛지형’으로 자율적 감량을 유도하려 한다는 설명인데 환경부가 규제를 포기해 놓고 국민에게 책임을 전가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장관은 21일 세종시 환경부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회용품 감량 정책은 (정부) 국정과제에도 있고, 환경부의 방향, 원칙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방식을 현장에서의 강력한 규제 범위를 넘어서서, 현장에서 부드럽게 정착될 수 있도록 넛지형으로 바꾸는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덧붙였다. ‘넛지’의 사전적 의미는 ‘(옆구리를) 팔꿈치로 슬쩍 찌른다’로, 부드러운 개입을 통해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방식을 말한다.
한 장관은 “넛지형이 효과가 과연 있을지 의문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과거와 달리 앞으로는 효과가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규제나 정책도 시기가 따라줘야 하는데 여건이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할 때도 있고, 어느 정도 여건이 무르익었을 때 할 때 효과가 있는 거고, 또 인식의 변화를 통해서 효과가 나타날 때도 있다”며 “그 세 번째가 지금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한 장관은 “넛지형이 규제를 풀어주는 것이 아니다”라며 “강력한 규제를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가에 대해 한번 생각해볼 시점이라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 살펴볼 것”이라며 “장담은 할 수 없지만 넛지형 캠페인을 통한 효과가 몇 개월 후 더 나타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한 장관은 플라스틱 빨대의 계도기간 종료일과 관련해서는 “대체품 품질과 플라스틱 국제협약 동향을 봐야 한다”며 원론적 견해만 밝혔다. 그는 세종과 제주에서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1회용품 보증금제와 관련해서는 설계가 처음부터 좀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7일 환경부는 오는 24일부터 시행하려던 카페와 식당의 종이컵·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 조치를 철회하고, 소매점에서 비닐봉투 사용을 금지하기로 한 것도 계도기간을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종이컵 금지는 과태료 부과에서 자발적 참여로 바꾸고, 빨대와 비닐봉투 규제는 계도기간을 무기한 연장했다.
321개 환경단체·소비자단체 등은 21일 서울·세종·대구·제주 등 18개 지역에서 “소비자, 소상공인 모두 정부정책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면서 환경부의 1회용품 규제 철회를 규탄하는 공동행동을 벌였다.
이날 오전 서울에서는 소비자기후행동,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생명다양성재단 등이 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 모여 기자회견을 열고, 환경부를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환경단체들은 회견에서 “환경부는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발표했지만 규제 시행에 맞춰 준비해왔던 소상공인은 2주 앞둔 철회 발표에 더 혼란에 빠졌다”며 “종이빨대 제조업체는 정부를 믿었다가 도산 위기에 내몰렸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일회용품 감축을 규제 대신 자발적 참여로 실현한다는 계획은 국민에게 책임을 전가하겠다는 말”이라며 환경부에 1회용품 규제를 원안대로 시행할 것을 촉구했다. 이 단체들은 이번 공동행동에 이어 1회용품 규제 철회를 규탄하는 범국민 서명운동을 진행하는 등 1회용품 규제 정상화를 위한 활동도 이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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