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욕을 해주셨으면”…팬 앞에 고개 들지 못했던 최지훈, 결국 자신의 진가 증명했다

배재흥 기자 2023. 11. 21.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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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APBC 대만과 예선 3차전을 앞두고 더그아웃에서 만난 최지훈. 배재흥 기자



지난 18일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23 예선 3차 대만전이 열린 일본 도쿄돔. 경기 전 더그아웃에서 만난 최지훈(26·SSG)의 표정에는 힘든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올 시즌 숨 가쁜 한 해를 보냈다. 대표팀의 일원으로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다녀왔고, 정규시즌에는 팀의 주전 중견수로 뛰었다. 시즌 중간에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했고, 복귀 이후 포스트시즌 일정까지 소화했다.

최지훈은 항저우 대회에서 돌아온 이후부터 정상 컨디션을 유지하지 못했다고 한다. 중국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았던 탓에 80㎏대를 유지하던 체중이 76㎏까지 감소했다. 그는 “한 번 살이 빠지니까 아무리 먹어도 다시 찌지 않았다”고 했다. 스태미너가 중요한 운동 선수에게는 치명적인 문제였다.

올 시즌 막바지 타격감이 좋지 않았던 최지훈은 APBC 대회에서도 반등의 기미를 보여주지 못했다. 대표팀 외야 수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에 선발 라인업에서 빠질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는 “핑계겠지만, 올해 쉴 틈 없이 달린 여파로 체력 회복이 잘 안 된다”며 “모두 똑같은 상황에서 잘 싸워주고 있으니까 어떻게든 잘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다”고 했다.

최지훈이 지난 19일 APBC 대회 결승 일본전 4회 때 3루에서 헤드퍼스트슬라이딩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예선 2차 일본전에서도 무안타로 침묵했던 그는 경기 뒤 숙소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한국 팬과 일화를 소개하며 자책했다. 최지훈은 “팬분이 ‘다치지만 말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차라리 욕이라도 해주셨으면 마음이 편했을 텐데, 이런 말을 들으니 가슴이 굉장히 아팠다”고 속내를 전했다.

최지훈의 대회 첫 안타는 19일 일본과 치른 결승전에서 나왔다. 그는 2-0으로 앞선 4회 일본 ‘우완 에이스’ 이마이 다쓰야를 상대로 2루수 키를 살짝 넘기는 깔끔한 안타를 쳤다. 그는 김혜성의 연속 안타 때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3루까지 살아서 갔다. 콘택트와 빠른 발, 주루 능력 등 최지훈의 원래 장점이 짧은 순간에 전부 나왔다. 최지훈은 7회에도 안타를 기록하며 ‘멀티 히트’를 작성했다. 이바타 히로카즈 일본 대표팀 감독은 경기 뒤 최지훈을 거론하며 “야구를 잘한다”고 칭찬하기도 했다.

연장 10회 승부치기에서 3-4로 아쉽게 패한 뒤 믹스트존에서 만난 최지훈은 “몸과 마음 모두 굉장히 힘든 한 해였다”며 “마지막 결과는 아쉽지만, 자신감을 얻은 채로 마무리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어 “WBC 때도 느꼈지만,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며 “정말 잘해준 대표팀 어린 선수들에게 미안하고,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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